그늘의 발달 문학과지성 시인선 35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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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문태준 시인은 끊임없이 여행을 희망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끊임없이 여행을 희망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여행을 하는 것과는 달랐다. 그가 살아가는 현실이란 것이 시인의 본성이나 기질과 꼭 들어맞는 것이 아니기에, 바로 그 불협화음이 그를 현실을 벗어나게 싶게끔 만든다고 생각했다. 시집 <그늘의 발달>에서 문태준 시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본성, 기질, 자아, 마음, 아니 무엇이라 불러도 괜찮겠다. 자신이라 여겨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살얼음 아래 같은 데 2> 시를 보자. 시인은 살얼음이 낀 물가를 거닐다가 물 속이 투명하게 들여다 보이는 구멍을 발견한다. 차디찬 겨울 물 속에서 부유하는 물고기가 보인다. 그는 투명한 물 속이 그의 생가(生家)같다고 했다. 시인은 물 속을 계속 바라봤다. 그가 거닐고 있는 현실이 아니라, 그의 본성과 기질에 더 가까운 공간이 차고 투명한 물 속에 있었다. 생(生)은 미묘한 불협화음 속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문태준 시인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생(生)의 불협화음을 대하는 감정에 있다. 누구나 현실에서 쓰고 다니는 가면이 자신의 본성과 기질에 맞지 않을 것이고,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한 자신의 모습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누구나 불협화음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시인이 물 속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에는 후회, 분노, 고통, 자기 부정의 감정이 담겨있지 않다. 시인은 고요하게 저 세상에 존재하는 자아를 관찰하고 있다. 삶을 살아가며 무수한 그늘이 발달하고 넓게 드리울 것이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늘 속에서 그늘 밖의 어딘가를 계속 응시하고 있는 거다. 그에게 삶은 미묘한 불협화음 속에 놓여 있는 것인데, 동시에 그 불협화음을 인정하고 함께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시인은 삶에서 도망치고 벗어나려 했던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이것대로, 또한 저것은 저것대로였다. 나는 시인의 무심한 태도가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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