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리 와봐라, 그리트.“

걸레를 창문턱에 올려놓고 그에게로 갔다.

“창 밖을 봐라.”

나는 밖을 내다봤다. 산들바람이 불고 있었고 신교회 탑 뒤로 구름이 밀려가는 게 보였다.

“저 구름들이 무슨 색이지?”

“그야, 하얀색이지요, 주인님.”

그가 살짝 치켜을 치켜 올렸다. “그래?”

나는 구름을 다시 보았다. “회색도 있네요. 눈이 올 건가 봐요.”

“자, 그리트, 넌 더 잘할 수 있어. 네가 다듬던 야채들을 생각해봐라.”

“야채들이오, 주인님?”

그가 머리를 조금 움직였다. 그를 다시 짜증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내 턱이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네가 어떻게 흰색들을 분리했는지 생각해봐라. 순무와 양파, 그것들이 같은 흰색이냐?”

갑자기 나는 깨달았다. “아니오. 순무는 흰색 안에 초록 빛깔이 있고, 양파는 흰색 안에 노란 빛이

있습니다.”

“그래, 맞았다. 이제 저 구름 속에 어떤 색깔들이 보이지?”

“푸른색도 약간 있고요.” 한동안 구름을 관찰한 후 나는 얘기했다. “그리고.....음, 노란색도

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초록색도 있네요!” 나는 너무 흥분해서 손을 뻗어 가리키기까지 했다.

살아오면서 내내 구름을 보아왔지만, 그순간 처음으로 구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웃었다. “사람들은 구름이 하얗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구름 속에는 순전한 흰색을 찾기란 힘들지.

이제는 왜 내게 아직 푸른색이 필요하지 않은지 이해하겠지?”

“예, 주인님” 정말로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거의 알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야외 미술수업시간이였다.

미술학원에 가 본적도 없고, 그림에 별다른 흥미도 없었던 나는...대강 그림 흉내만 내놓고 선생님

눈을 피해 딴짓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선생님께 발각이 됐고...선생님의 야단을 기다리고 있던 내게,

선생님은 미술이 왜 재미가 없냐며,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이는 색들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다. 그리고 그걸 생각하며 그림을 그려보라고...

선생님의 설명은 그때까지 어떤 미술선생님도 내게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이였다.

그 설명을 바탕으로 그림을 완성했을때 선생님은 “거봐, 하니까 되잖아!”라고 말해주셨다.

"살아오면서 내내 구름을 보아왔지만, 그순간 처음으로 구름을 보는 듯한 느낌"

세상이 환해지는 느낌이였다.

베르메르가 그리트에게 구름에 다른색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것처럼, 참으로 예뻣던 미술선생님의

작은 관심으로 한아이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을 선생님도 알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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