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스웩이 넘칠 거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강경수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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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생들에게 상담 쪽지를 쓰게 했다.

요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등의 몇 가지 질문이 담긴 쪽지였다.

아이들이 가고 난 뒤, 조심스레 그 쪽지를 펼쳤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한 장씩 읽어나갔다.

 

다행히 행복하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많았다.

학교에 오면 친구들이 있어서 좋아요!’

라고 적은 아이들이 가장 많았다.

선생님이 좋아요!’라고 적힌 쪽지를 읽고는

새어 나오는 미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도 저마다 고민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다는 아이.

평소보다 예민해진 것 같아 고민이라는 아이.

가족과 대화가 점점 안 통한다는 아이.

숙제가 너무 많아서 하루하루가 버겁다는 아이.

부모님께 실망감을 드릴까 봐

늘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는 아이.

 

이 아이들을 어떻게 위로할까 고민하다가,

답을 찾지 못했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저마다 각자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그저 마음속으로 응원하기로 했다.

 

청소년기.

정말 스웩이 넘치는 시기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지는 시기.

자신의 내면세계도 이 세상만큼이나 넓다는 것을

발견하는 시기.

갑작스레 커져 버린 몸과 마음에 혼란을 겪는 시기.

모든 것이 어설픈 시기.

그래서 더 아름다운 시기.

 

 

 

오늘 밤은 스웩이 넘칠 거야

두 명의 어설픈 고등학생이 서사를 이끌어 간다.

영화 보는 것이 좋아서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다짐한 준호.

래퍼가 되어 엄청난 부자가 될 거라며,

괴상한 말투를 따라 하는 말리’.

이 덤앤더머같은 콤비 앞에 아리쌤이 나타난다.

 

준호의 과외 선생님 아리쌤은

이름처럼 아름답다.

준호의 마음을 단숨에 빼앗는다.

그런데 갑작스레 동네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살인 사건.

준호와 말리가 발견한

충격적인 아리쌤의 모습.

점점 미궁에 빠지는 스토리.

 

돌이켜보면 모두가 서툰 청소년기를 겪으며

어른이 되었다.

어쩌면 그 시절의 무모한 용기

수많은 실수, 서툰 사랑,

천진한 우정.

그런 어설픈 모습이

우리를 조금 더 나은 어른으로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청소년들도,

청소년기를 겪었던 모든 어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p.27 “브로, 이게 스웩이라는 거야. 래퍼들만의 스웩. 성공한 삶의 표본이지. 나도 언젠가 이렇게 성공할 거라고.”

 

p.207 ‘아들, 요즘 우리 사이가 좋지 않았지? 그래, 엄마도 인정해. 돌이켜 보면 부모로서 아들인 너를 너무 한쪽으로 몰아붙인게 아닐까 싶어. 그것 때문에 힘들었니? 네게도 꿈이나 미래가 있겠지? 사실 네가 거실에 누워서, 아니면 방에서 영화 감상에만 빠져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는 불안했어. 너는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했지. 그래, 엄마가 미안해. 너를 믿어 주지 못했어. 자식은 현재를 살지만, 부모는 그 모습에서 자식의 미래를 본단다. 이제 널 믿어 줄 테니까 그만 집으로 와. 아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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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평전 - 문명에 파업한 비폭력 투쟁가 PEACE by PEACE
박홍규 지음 / 들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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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처음 읽고 많이 놀랐다. 위인전에는 나오지 않던이순신 장군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설날 어머니를 찾아뵙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모습. 전쟁 하루 전, 불안한 마음에 점을 쳐보는 모습. 병든 어머니를 생각하며 촛불을 밝히고 눈물 흘리는 모습. 난중일기 속 그는 전쟁의 신이 아니었다. 한 명의 인간이었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위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신처럼 생각하는 실수를 한다. 한 편에서는 그들의 업적을 과장하며 칭송한다. 다른 한 편에서는 그들의 작은 실수나 결점을 풍선처럼 부풀린다. 기계적 균형이 늘 옳다는 것이 아니다. 공(公)이 있음에도 용서받지 못한 잘못을 한 것은 아닌지, 과(過)가 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를 한 것은 아닌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간디도 크게 평가가 갈리는 인물이다. 누군가는 간디를 ‘성자’처럼 취급한다. 누군가는 간디를 ‘성범죄자’ 취급한다. 그들 모두 사실을 말한다. 하지만 진실을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박홍규 작가가 쓴 ‘간디 평전’은 간디에 대한 진실을 담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단편적인 사실의 파편이 아닌, 간디의 삶과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배경을 소개한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독립운동가 간디의 모습 이외에도 인간적인 간디의 모습이 많이 소개된다. 특히나 처음 영국 유학을 떠난 후 외로워하는 간디의 모습에서 위대한 위인도 불안한 청년기가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p112. 자꾸만 두고 온 집과 조국 생각이 났다. 어머니의 사랑이 그리웠다. 밤이면 눈물이 흘러 두 뺨을 적시고 고향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누구에게도 나의 이 비통한 심정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이야기한들 무엇하겠는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방식, 심지어 주택까지 모든 것이 낯설었다.

🕊️간디는 결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솔직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몇 가지 과오에도 지금의 사회가 그에게 분명 배워야 할 점이 있다.

🕊️그의 핵심 사상인 ‘아힘사’와 ‘사티아그리하’. ‘아힘사’는 비폭력을 뜻하고, ‘사티아그리하’는 부당한 모든 것에 대한 파업을 뜻한다. 간디의 핵심 사상은 새로운 이론이나 종교적 가르침이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박홍규 작가는 이를 우리에게 잘 일깨워 준다.

📖p.21 진실은 거짓, 불공정, 부정의, 불평등, 억압, 착취, 비겁, 침략, 폭력, 욕망 등과 반대되는 것들이다. 즉 인간이 당연히 추구해야 할 가치다. 참, 공정, 정의, 평등, 자유, 배려, 용기, 비폭력, 절제 등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것이 진실이다. 간디는 평생 그런 진실을 추구했을 뿐, 대단한 만고의 진리를 추구한 과학자나 철학자, 종교인, 특히 만사를 다 안다고 하는 거룩한 도사 따위가 아니다.

🕊️당연한 상식이 새로워 보이는 건, 세상이 그만큼 비정상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도, 인도 사회도 간디의 당연한 메시지를 잊은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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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사회 구성원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한 권의 책이다. 그 책 한권 한권이 모여 만들어진 도서관이 한 나라의 역사다. 어느 책을 읽느냐에 따라 사람의 가치관이 달라지듯 누구의 역사를 읽느냐에 따라 역사관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왕의 이야기, 영웅의 이야기를 즐겨 읽었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 이순신의 용맹함을 배우며 자랐다. 하지만 민중들의 이야기는 많이 듣지 못했다. 노비의 이름은 기록조차 되어있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들의 목소리까지 듣고 대화하며 이해해야 한 나라의 진정한 역사가 보인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삶이 어디서부터 내려온 것인가를 이해할 수 있다. ‘역사 콘서트조선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조선사를 다룬 책은 많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민중의 삶, 노비의 삶까지 폭 넓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조선 각각의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한 번 살펴보며 조선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현재의 대한민국을 생각해보도록 하자.

 

1. 왕의 삶

 

요즘 아이들은 생기 있고 생명력 넘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독할 정도의 사교육에 고통 받는 모습이 먼저 보인다. 아이들이 부모의 욕심 때문에 어린 시절을 학원에서 보낸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자기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깊이 고민하여 스스로 선택한 삶이 아닌 부모를 위한 수동적인 삶은 행복을 가져다주기 어렵다.

조선 시대에도 이렇게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꽉 짜여 진 스케줄을 처리해야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바로 조선의 왕들이다. 왕위를 물려받기로 정해진 왕자는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삶을 살아갈 수 없었다. 자유가 없었다.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해야 했고 자기만의 사생활도 없었다. 그 중에서는 세종처럼 공부에 푹 빠진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본래 놀기를 좋아하고 움직이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왕의 자리와 자신의 소중한 유년 시절을 바꾸었다. 물론 양녕대군처럼 왕이 되기를 포기하고 자유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많은 조선의 왕들 중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 인물도 있고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인물도 있다. 자신의 업적보다 저평가 받는 왕들도 있다. 그 중에서 나는 세종과 태조를 주목하고 싶다. 그들의 삶을 살펴보면 진정 민중을 생각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통치자는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세종

세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왕이다. 만 원짜리에는 세종의 얼굴이 찍혀 있고 한글날이 되면 훈민정음의 위대함을 여기저기서 강조한다. 하지만 세종이 위대한 왕인 이유는 따로 있다. 세종은 백성의 편에 선 왕이었다.

 

플라톤은 철인 정치를 주장했다. 중세 시대에 이 철인 정치를 현실로 옮기려는 시도도 많았다. 대부분의 시도는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다. 인간은 신과 같이 완전한 존재가 아니었고 결국 자기계급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다. 자기가 속해 있는 계급이 아닌 다른 계급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정 서민들의 고통에 감정이입하고 서민들의 편에서는 정치인이 있는가? 그들의 마음도 이해는 된다. 14천만 원의 연봉을 받으며 한 달에 200만원도 못 받아 힘들어하는 이들을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세종은 달랐다. 왕은 지배자이다. 하지만 세종은 지배자 계급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았다. 세종은 훈민정음을 통해 민권 신장과 불평등 타파를 기획했다.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정보의 불평등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반들이 독점했던 지식을 누구나 가질 수 있게 된다. 단순하게 지배 계층이 시키는대로 행동했던 백성들이 스스로 생각해보고 부조리를 깨닫게 된다. 불평등 타파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세상이 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그래도 이러한 사람들이 역사에 꾸준하게 존재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리카도는 대지주였지만 토지세 부과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엥겔스는 맨체스터의 큰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삶을 살았지만 노동자들의 소외를 느끼고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집필하는 것을 도왔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한 희망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태조 이성계

대기업 면접 질문 중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있었다. “우리나라 왕 중 가장 저평가된 왕은 누구인가?” 만약 내가 면접을 보았다면 이성계라고 답할 것 같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성계의 조선 건국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계에 대한 지식은 딱 거기까지다. 이성계를 그 이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조선 건국이 이성계의 가장 큰 업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좀 더 나아가야 한다. 이성계가 왜 새로운 국가를 세우려고 했는지 고민해야한다. 단순한 권력 욕심이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성계는 언제나 민중을 생각했다. 고통 받는 백성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정도전과 뜻을 나누고 자신의 이상을 실천으로 옮겼다.

 

세종과 마찬가지로 이성계는 민중의 편에 선 왕이었다. 토지를 장악하고 있던 권문세족의 토지문서를 압수하고 불을 질렀다. 어짊과 바름, 착한과 슬기로운 이상 국가를 꿈꾸고 실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도전과 이성계, 세종이 꿈꾸던 국가가 아니다. 기득권층은 자신의 기득권을 점점 더 견고하게 쌓기 위해 애를 쓴다. 그것을 돕는 것은 국가의 제도이다. 다시 한 번 조선 건국의 이상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선비의 삶

 

우리는 조선 시대 선비의 삶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조선은 왕 중심의 국가였다. 지금도 우리는 역사를 왕을 중심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선비들은 조선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었다. 그들의 삶을 한 번 들여다보도록 하자.

 

조선에서 여자가 아닌 남자로 노예가 아닌 선비로 태어났다는 것은 크나 큰 행운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출세의 문으로 들어 갈 기회는 주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비들에게도 과거 시험은 고통이었다. 과거를 위해 모든 열정과 젊음을 바친 청년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과거 시험은 합격과 동시에 출세의 길이 보장된 시험이었다. 수많은 선비들이 이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동시에 과거 공부는 비판적 사유보다는 엄청난 양의 책을 통째로 암기해야 하는 시험이었다. 서양의 청년 데카르트가 모든 것을 의심해볼 때 조선의 선비들은 수많은 책들을 사유 없이 암기했다. 이 책은 말한다.

성균관의 선생들은 자기 스승에게 베운 것을 입으로 따라 읊기만 할 뿐 문리를 몰랐다. 자기 견해만을 고집하며 완고해 통하지 않았다.”

 

사서삼경을 통째로 암기할 정도로 공부했다는 것은 매우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오직 시험만을 위한 공부는 생각을 일깨워 주질 않는다. 스스로 사유할 기회를 잃게 만든다. 이러한 시험이 500년 동안 조선 젊은이들을 고통 받게 했다. 이러한 제도 속에서 콜럼버스처럼 도전적인 청년이 나올 수 없는 것은 필연적이다.

 

잠시 현재로 돌아오자.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가? 현재 과거 시험과 다를 것 하나 없는 시험이 노량진을 지배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이다. 공무원 시험도 합격과 동시에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 학력, 출생지, 외모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험이다. 동시에 비판적 사유를 하기 보다는 엄청난 양의 지식을 암기해야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다. 이 시험을 위해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춘들이 젊음을 바치고 있다. 노량진에 가 청년들의 얼굴을 보라. 그들의 모습은 회색빛이다. 젊음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는 데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는 암기식 시험에 젊음을 바치고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뛰어넘은 시대이다. 잠깐 방심하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는 시대이다. IT 시대에 국가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청년들에게 주목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희망이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 내내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린 청년들이 대학에 들어간 순간부터 취업 걱정에 빠져있어야 하는 나라는 IT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또한 도전하는 청년이 있어야 한다. 도전하기 위해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핀란드 청년 미카일 헤드는 51번의 실패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여 앵그리버드를 만들어냈다. 실패에도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 안전망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청년에게 창업하라는 말은 매우 무책임한 말이다. 한 번의 실패는 평생 빚쟁이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위험을 동반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전하지 않는 청년들을 탓하는 것은 그물도 없는 외줄타기를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청년 문제 해결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3. 노예의 삶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각 나라의 유명 음식을 먹어보았지만 한국만큼 만족스러운 상차림을 볼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음식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우리 어머니들의 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아침 일찍 회사에 가는 남편을 위해, 공부하는 아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시는 어머니의 정성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먹거리 문화도 없었을 것이다.

 

조선 시대 선비도 세계 어느 나라의 지식인들보다 높은 학문적, 문화적 수준을 갖추었다. 고전을 꾸준히 읽었으며 시를 느낄 줄 알았고, 풍류를 즐길 줄 알았다. 인격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선비들이 많았다. 퇴계는 물러설 줄 알았으며 조식은 강직으로써 선비의 자존을 지켰다. 서경덕은 장자의 자유를 몸소 실천 했으며, 율곡은 현실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실천했다. 이러한 선비 정신은 우리가 배워나가야 할 자세이다. 하지만 진실을 보아야 한다. 노비의 노동력이 없었다면 선비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버트란트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여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문명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 때문이 아니다. 여유롭게 여가를 즐기며 사색했던 사람들 때문이다. 퇴계가 하루 15시간 씩 밭일을 해야 했다면 그만큼의 학문적 성취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세종대왕이 소를 끌고 가 논을 가꾸어야 했다면 지금처럼 과학적인 한글은 없었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직접 거북선에 못질을 해야 했다면 그만큼의 무예를 뽐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이 충분한 여가 시간을 확보하여 문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노비들이 노동력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즉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조선의 노비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초등 사회과에서 역사적 인물을 지도할 때의 유의점이 있다.

특정 인물에 집중한 나머지 역사 발전의 원동력인 민중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비는 조선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도 노비에 주목하지 않았다. 내가 읽은 역사 책 중 노비에 주목한 역사책은 역사 콘서트가 처음이었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내려와 평생을 종으로 고통 받았던 그들을 기억하자. 현재 대한민국이 되기까지 그들의 땀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예비 교사로서 반성한다. 우리 역사에 관심 가지지 않았던 것을. 우리 역사에 무지했던 것을. 역사 공부를 교사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겼던 것을. 진정한 공부는 알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한다. 알고자 하는 마음은 사랑에서 시작된다. 나는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다. 우리 선조들에 대한 애정이 부족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내가 어떻게 현재 대한민국에 지금처럼 살게 되었는지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 대한 불만은 많았다. 나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던 문장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모두들 자신의 모습을 반성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의와 도덕을 낳은 것은 하늘이지만 인의와 도덕을 돌보고 키우는 것은 사람의 몫이 아닐까? 인의와 도덕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인의와 도덕은 인간의 손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다. 정의가 승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하늘의 책임이 아니라 인간의 책임이다. 불의한 세상을 만났다고 탓하지 마라. 불의한 세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반성하자. 너는 불의를 바로 잡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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