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 새소설 12
김종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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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난소설인데 이렇게 재미나도 되나요?

코미디 장르는 아닙니다



(사진이 왜 이렇게 옆으로 ...ㅠ)



재난의 상황을 겪은 사람이라면 왠지 불행해야만 할 것 같고, 으레 슬픔 속에 사는 모습이 당연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지진 이후 이마트에서 살고있는 이재민들이 '낙관'을 공동 양육한다고 되어있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기대되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지진이라는 재난 이후 이어지는 삶에 대해 책 속 인물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가 궁금했다

이게 도대체 재난으로인해 슬퍼하는 내용일지, 희망찬 내용일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주인공 '성결'은 재난으로 집을 잃고, 가족이라고는 도움받을 수 없는 사람들 뿐이라

그마저도 가족으로부터 도망쳐 나와 이마트에서 백여명의 이재민들과 구역을 나눠 살고있었다

의식주는 어떻게 해결한다 치지만, 기본적인 생활 자체가 안되는 상황에서

주인공의 문체가 굉장히 담담한데, 재난을 겪은 주인공의 감정상태를 보여주는 듯 했다

이런 가족에서 태어난 것도 재난이라면 재난이지만, 실제 재난 상황을 겪고 마트 생활을 2년 가까이 하며

더이상의 재난은 없겠지 ... 라는 체념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마트 한켠에서 포대기에 싸 버려진 아가를 발견하게되고

주인공 '성결'은 그 아이를 키우는데에 중심인물이 되어버렸다

그 아이의 이름은 '겨울'이었다

겨울이는 그 마트에서 한두달, 혹은 몇달 옹알이를 할 때까지 살았다


낙관을 양육했다, 누구나 다 서로의 기억을 파산시키지 않도록 각자의 삶을 잘 관리했다.

우리는 모두 새로운 기억의 가능성이자 조금씩 매몰되는 기억의 생존자였다.

살아있다는 감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미래를 탄생시키는게 공동의 목표가 되었다.

책 240p 중


책 속의 상황에서, 주인공들의 생존 방식과 사고방식은 다 달랐다

누군가는 자치회의 회장이나 임원이 되고,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윽박지르고,

누군가는 이재민 밖의 '정상적인' 일상의 사람들에게 따지고 요구하고,

누군가는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상황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의지했다

그러면서도 각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낙관' 을 키웠던 것이었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에서야 작가가 말하는 '낙관'이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내가 생각한 낙관이란,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것

'지금-여기'의 현재진행형으로 사는 동시에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것이며

미래를 탄생시키고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 키우던 겨울이가

어쩌면 마트 사람들이 함께 키우는 낙관이 아니었을까?


겨울이(예서)의 기억 속에서의 주인공 성결은 예서가 크면 기억하지는 못할것이다

하지만 기억 속에는 존재한다

마트 사람들이 겪은 재난 상황이라는 기억처럼, 기억을 갖고는 있지만

굳이 기억하려 애쓰지는 않고 싶어하는 마음과 같은 것 아닐까!?

겨울이는 지진 이후 버려졌던 기억을 갖고있지만

그것을 꺼내어 힘들어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며 자라는 것만으로도 미래를 자연히 꿈꿀 수 있는 존재라서

성결이 겨울이(예서)를 통해 살아갈 위안을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힘든 순간으로부터 생존 한 사람들은, 그 삶이 무너진 순간이 아니라

그 삶이 무너진 이후를 살아내는 것이 더 힘들 것이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지진이 일어난 이후 마트에서의 삶을 조명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가 나를 살려내는 것은 참 힘들고 버거운 일이다

성결은 그것을 다른 사람의 기억과 역할에 자신의 존재를 맡겼었다

하지만 책의 끝에서야 오롯이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된 것 처럼 보였다

마지막 부분이 충격적이긴 한데, 웃어야할지 이걸 좋아해야할지 기뻐해야할지 ...

슬퍼해야될지 ..? ㅠ (이 책은 블랙코미디 소설이다 ..)



이 책은 소설이고 문장은 담담했지만

그렇다고 문장 자체가 쉽게 쓰여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냥 슬픈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희망찬 행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소설 속 재난 상황에서

그냥 '현재'를 살아가는 삶이 있었던 책이었다

마트 속 다양한 사람들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생활들이

재밌게 느껴져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좋은 책을 보내준 출판사 자음과 모음에

감사의 인사를!


본 게시물은 출판사 '자음과모음'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 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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