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색의 의미를 아주 감각적으로 쓴 책

컬러의 세계 - 우리가 사랑한 영화 속 컬러 팔레트
찰스 브라메스코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북스 / 2024년 5월

영화에서 색이 나타내는 중요함은 살면서 영화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분명 알 수 있을 것이다

색을 통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감독과 연출이 의도하려는 의미도 부여할 수 있는게 색깔이다

심지어 화면 필터? 색도 의도에 맞게 만들어내는만큼 영화에서 색은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영화의 발전을 4가지 시대로 나누어 설명하고, 색의 의도가 잘 나타난 영화 50개에 대해

영화 속 명장면에 쓰인 색깔들을 컬러팔레트와 함께 소개한다

그리고 그 색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의도할 수 있는지, 영화와 관련된 역사, 비하인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앞으로 내가 볼 영화가 여기에 다 있구나' 였다

여러 영화들의 비하인드와 역사를 압축적으로 들었는데

모르는 영화도 많아서 장면이 상상이 잘 안된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영화를 다시 보면 컬러에 집중해서 더 재밌게 볼 것 같았다

영화에서 컬러가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작가는 색깔마다 갖고있는 고유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지도 감독의 마음이다

예를들어, 빨간색과 초록색 중에서는 빨간색이 악당, 초록색이 착한 사람일 것 같은가?

하지만 그 색을 어떻게 쓸지는 감독의 마음이다

그러고보니 해리포터 제일 마지막편에서 볼트모드와 해리가 서로 아바다카타브라를 외칠 때

해리포터의 지팡이 색은 빨간색, 볼트모드는 초록색이었다

어쩐지 왠지 볼때마다 이질감이 느껴졌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부분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감독의 어떤 .. 의도가 있었던게 아닐까.

그리고 책은 대체로 한쪽 면만 글이고 나머지는 전면이 영화 장면과 컬러 팔레트이다

작가는 어떤 기준으로 영화 장면을 선택했을까?

예를들어 '라라랜드' 명장면은 주인공이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파란 밤하늘 아래에서 춤을 추는거지만 그 장면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장면 선택 기준이 필히 명장면은 아닐테고 이 책이 관통하는 내용이 '색채의 힘'이니

그런 부분이 강하게 드러나는 장면을 선택했을 것 같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평소 좋아하던 영화가 표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손에 꼽을정도로 여러번 봤음에도 줄거리는 매번 생각이 잘 안 나지만

왠지 사랑의 아픔과 설레임 그리고 순수함

그런 내용이었을 것만 같은 영화 '중경삼림'

이 영화도 색채가 인상적인 영화이기 때문에 과연 어떤 내용의 책일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책날개의 라라랜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까지

영화 소품과 배경의 색상이 화려하고 인상적인 아주 대표적인 영화라고 생각했기때문에 읽고싶었다

(책을 펼치면 그보다 더 강렬하고 인상적인 영화가 많다^^;)

단순 궁금증이었는데 덕분에 영화에 대해 깊은 이야기들을 알게되었고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알아야돼 ....? 도 있었는데 

미주가 잘 되어있어서 다행이었다. 땡스 투 옮긴이 선생님

그리고 페이지와 책 구성이 무척이나 감각적이라는 점에서 시각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페이지에 진한 색상을 넣은 것도, 두꺼운 질감의 종이를 쓴 것도,

책이지만 한편의 시각물을 텍스트화 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해당 책을 바탕으로 EBS나 넷플릭스에서 영상물을 만들어도 참 재밌겠다 싶은 생각을 잠깐 했다

다만 전체적으로 글자는 좀 작아서 읽는게 가끔 힘들었다 ... !

그래도 영화에서 색을 표현하는 방식의 발전과 영화의 장면 장면의 색상, 그에 대한 설명을 통해

궁금한 영화들이 생겼고, 앞으로도 영화를 볼 때 색상을 주의깊게 볼 것 같다

평소에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광이거나, 혹은 영화 볼 때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면서 보는 것을 좋아하거나

상업용 영화가 아닌 새롭고 감각적인 영화를 보고싶은 사람이라면 기왕 보는거 이 책과 병행하여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책 내에 있는 영화 장르는 공포도 있고 뭐 .. 다양.

본 게시물은 출판사 '다산북스'의 서평단 모집을 통해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 된 후기입니다.

재난소설인데 이렇게 재미나도 되나요?

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 ㅣ 새소설 12
김종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5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난소설인데 이렇게 재미나도 되나요?

코미디 장르는 아닙니다

(사진이 왜 이렇게 옆으로 ...ㅠ)

재난의 상황을 겪은 사람이라면 왠지 불행해야만 할 것 같고, 으레 슬픔 속에 사는 모습이 당연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지진 이후 이마트에서 살고있는 이재민들이 '낙관'을 공동 양육한다고 되어있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기대되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지진이라는 재난 이후 이어지는 삶에 대해 책 속 인물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가 궁금했다

이게 도대체 재난으로인해 슬퍼하는 내용일지, 희망찬 내용일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주인공 '성결'은 재난으로 집을 잃고, 가족이라고는 도움받을 수 없는 사람들 뿐이라

그마저도 가족으로부터 도망쳐 나와 이마트에서 백여명의 이재민들과 구역을 나눠 살고있었다

의식주는 어떻게 해결한다 치지만, 기본적인 생활 자체가 안되는 상황에서

주인공의 문체가 굉장히 담담한데, 재난을 겪은 주인공의 감정상태를 보여주는 듯 했다

이런 가족에서 태어난 것도 재난이라면 재난이지만, 실제 재난 상황을 겪고 마트 생활을 2년 가까이 하며

더이상의 재난은 없겠지 ... 라는 체념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마트 한켠에서 포대기에 싸 버려진 아가를 발견하게되고

주인공 '성결'은 그 아이를 키우는데에 중심인물이 되어버렸다

그 아이의 이름은 '겨울'이었다

겨울이는 그 마트에서 한두달, 혹은 몇달 옹알이를 할 때까지 살았다

낙관을 양육했다, 누구나 다 서로의 기억을 파산시키지 않도록 각자의 삶을 잘 관리했다.

우리는 모두 새로운 기억의 가능성이자 조금씩 매몰되는 기억의 생존자였다.

살아있다는 감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미래를 탄생시키는게 공동의 목표가 되었다.

책 240p 중

책 속의 상황에서, 주인공들의 생존 방식과 사고방식은 다 달랐다

누군가는 자치회의 회장이나 임원이 되고,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윽박지르고,

누군가는 이재민 밖의 '정상적인' 일상의 사람들에게 따지고 요구하고,

누군가는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상황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의지했다

그러면서도 각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낙관' 을 키웠던 것이었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에서야 작가가 말하는 '낙관'이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내가 생각한 낙관이란,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것

'지금-여기'의 현재진행형으로 사는 동시에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것이며

미래를 탄생시키고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 키우던 겨울이가

어쩌면 마트 사람들이 함께 키우는 낙관이 아니었을까?

겨울이(예서)의 기억 속에서의 주인공 성결은 예서가 크면 기억하지는 못할것이다

하지만 기억 속에는 존재한다

마트 사람들이 겪은 재난 상황이라는 기억처럼, 기억을 갖고는 있지만

굳이 기억하려 애쓰지는 않고 싶어하는 마음과 같은 것 아닐까!?

겨울이는 지진 이후 버려졌던 기억을 갖고있지만

그것을 꺼내어 힘들어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며 자라는 것만으로도 미래를 자연히 꿈꿀 수 있는 존재라서

성결이 겨울이(예서)를 통해 살아갈 위안을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힘든 순간으로부터 생존 한 사람들은, 그 삶이 무너진 순간이 아니라

그 삶이 무너진 이후를 살아내는 것이 더 힘들 것이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지진이 일어난 이후 마트에서의 삶을 조명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가 나를 살려내는 것은 참 힘들고 버거운 일이다

성결은 그것을 다른 사람의 기억과 역할에 자신의 존재를 맡겼었다

하지만 책의 끝에서야 오롯이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된 것 처럼 보였다

마지막 부분이 충격적이긴 한데, 웃어야할지 이걸 좋아해야할지 기뻐해야할지 ...

슬퍼해야될지 ..? ㅠ (이 책은 블랙코미디 소설이다 ..)

이 책은 소설이고 문장은 담담했지만

그렇다고 문장 자체가 쉽게 쓰여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냥 슬픈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희망찬 행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소설 속 재난 상황에서

그냥 '현재'를 살아가는 삶이 있었던 책이었다

마트 속 다양한 사람들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생활들이

재밌게 느껴져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좋은 책을 보내준 출판사 자음과 모음에

감사의 인사를!

본 게시물은 출판사 '자음과모음'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 된 후기입니다

[100자평] 처음 읽는 인도사

처음 읽는 인도사 - 다양함이 공존하는 매혹의 아대륙, 인도 ㅣ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책도 깔끔하고 교양 수준으로, 인도사 입문서로 좋은 책입니다. 역사교사모임에서 만든 책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읽기 쉬운 수준으로 깔끔하게 적혀있어요. 수준이 깊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인도사를 훑기에 쉬운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