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모든 청년들에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 밀레니얼 세대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월

청년 세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많다.

3포 세대, 너도나도 공무원 준비생, 젠더 운동, 워라벨 , 라이프스타일 구축 등 현재 이 사회를 살아가는 20대인 나로선 정말 공감 가는 문장들이 많았다.

이 책은 중장년층 세대와 청년 세대 간의 간극이 분명히 존재함은 인정하되 , 밀레니얼 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막연함을 공감하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내 스스로 느끼는 우리 세대의 특징은 ‘자기만의’ 방향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성공,돈,성취>라는 비교적 획일적이었던 사회적 틀을 벗어나 독특한 행보를 걷는 이들이 많아졌고,이들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동영상,포스팅으로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동경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매우 많다고 느낀다.

직장을 가지지 않고 명문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더라도 다양한 플랫폼 ,자신만의 능력과 콘텐츠로 이상적인 삶을 실천하는 이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이다. 소소한 취미와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고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한다 해도 이미 나누어진 계층 간의 간극을 뼈저리게 느끼는 세대이기도 하다.

단 하나의 시험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공무원,대기업 공채,수능과 같이 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어렵지만 들어간 후의 사회적 위치가 견고한 시험들은 우리에겐 너무나도 달콤한 미래를 상징하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뇌리에 박힌 페이지가 있다.

‘이 시대는 노력의 가치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하지만 가장 노력하는 시대인 것이다. 노력이 결코 무언가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노력밖에는 할 게 없는 시대인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칭송받는 시대이기도 하다.

(중략)

결국 이 시대는 정답을 찾기 위해 헤매야 하는 세상은 더 이상 아닐지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은 정답에 가깝게 살고 있다. 또한 정답이 무엇인지 모르지도 않는다. 문제는 정답이 실현될 가능성이 너무 적어졌다는 점이다.’

문장들이 너무 공감이 돼서 마음이 쓰렸다.

다들 남들과 똑같이 살고 싶어하지 않지만 생계를 영위하고 돈을 벌려면 가장 공정하고 빠르게 느껴지는 방법이 ‘시험’이다.

번듯한 직장을 가지려면 4년제 대학과 인턴/대외활동/어학성적을, 대학을 가려면 수시나 수능을 ,이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과 스펙쌓기가 악순환으로 반복된다. 모두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이미 이 노력의 시대에서 성과를 이룬 이들은, 성공한 이들을 지켜본 사람들은 방식을 바꾸지 못하고 이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모두의 고뇌가 상세히 나열되어 있어서 너무 공감하면서 읽었다.

결국 이 사회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변화해야 하는 것들을 찾고 스스로 끊임없이 일깨워야 함을 다시금 느낀다.

카뮈를 찾는 여행기

카뮈 - 지중해의 태양 아래에서 만난 영원한 이방인 ㅣ 클래식 클라우드 16
최수철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책을 받고 우선 가장 놀란 점은 정성스러운 만듦새었다. 진실로 내가 본 모든 책들 중에 가장 공들인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알제리의 뜨거운  햇살을 절로 연상시키는 표지부터 ,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지중해,파리,알제리의 사진들까지 정말 많은 품이 들어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흐름을 따라가기 벅차다 싶을 땐 설명이 등장하는 것도 매우 친절하게 느껴졌다. 특히 마지막에 카뮈 문학의 핵심 키워드, 삶의 연표를 요약해둔 구간을 보자 슬쩍 흘러나가던 내용들이 정리되었다.

‘명작의 명성’보다 작가라는 ‘한 사람’에 주목한다는 기획 의도가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삶을 설명한 전기는 많지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작가의 발자취를 직접 쫓으며 다양한 자료로 우리에게 일종의 여행 가이드를 자처한다. 모든 예술 작품들이 그렇듯이 한 작품을 이해할 때 시대배경,작가의 인생,의도를 알고 보면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그렇기에 우리가 애를 쓰면서 작품을 분석하고 연계된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이 아닌가.

자신이 너무 사모하는 작가가 있거나 작품 이름은 얼핏 아는데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정말 잘 구성되어 있는 책이므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카뮈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부조리를 인식하지만 그에 맞서 피어나는 인간의 감정들을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굉장히 빈곤했지만 공부와 메모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작품의 초석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쌓아나간다.

“나의 어린 시절 위로 내리쬐던 그 아름다운 햇볕 덕분에 나는 원한이라는 감정을 품지 않게 되었다. 나는 빈곤 속에서 살았으나 또한 일종의 즐거움 속에서 살았다. 무한한 힘을 나 자신 속에서 느끼고 있었다. 다만 그 힘을 쏟을  만한 곳을 발견하기만 하면 될 것이었다. 가난은 그러한 나의 힘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 바다와 태양은 돈 안 들이고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부러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나의 권리다.” 

카뮈는 <안과 겉>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카뮈는 나에게 정말 강인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전쟁의 풍파,폐병,결별,말년의 공황까지 겪으면서 글쓰기에 대한 열정은 절대 놓지 않았다. 연극까지도 애정을 가지고 몰입했던 그이다.

<페스트>의 해석도 이야기하고자 한다. 

카뮈는 역병의 참담함, 인간이 노력으로 이겨낼 수 없는 자연의 흐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항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다. 존재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삶의 방식이 투영된 것이다.

우리가 역사서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던 사실을 개개인의 삶의 관점으로 격하시킬 때 그 무게는 배증된다. 그 ‘개인’이라는 작은 단위로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역병에 마냥 자포자기하지 않는 인간을 그리며 그는 현재의 삶이 어떻든, 현실은 존재함을 다시 각인시킨다.

<서재 결혼시키기-앤 패디먼>에서 소설 속 장소에 실제로 가서 책을 읽는 ‘현장 독서’라는 독서법이 나온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알제리의 지중해 바다를 보니 저절로 현장 독서를 하고 싶어진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