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과학 -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당신을 위한
사쿠라이 다케시 지음, 장재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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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때  하루하고 10여 시간을 중간고사 대비로 잠을 자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하루종일 이 세상이 아닌 곳을 걷는 듯 몽롱했기에, 단답형은 거의 폭망지경이고, 서술형만 간신히 끄적거리고 시험장을 나오면서 다시는 잠은 건드리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임을 증명하듯 입사 후 시시때때로 닥치는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만만했던(?) 잠에게 양보를 구했습니다. 

평범한 재능과 나을 것 없던 아이디어를 수면을 줄이는 고육지책으로 보상받으려 했던 것이죠.

그 결과 역시 돌이켜 보면 수지맞지 않은 어리석은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험은 수면부족이 초래한 챌린저 호의 폭발, 요즘 우리사회 골칫거리가 된 졸음운전의 폐해에 비하면 그야말로 에피소드가 아닐까요?

 

"상쾌한 잠이야말로 자연이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다정하고 반가운 자양분이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

 

 그렇습니다.

<수면의 과학>은 우리가 익히 알면서도 툭하면 함부로 대하는 수면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공중을 날면서도 잠을 자는 새처럼, 잠은 우리의 진화과정에서도 생략할 수 없는 중요한 기능이기에 단순히 '휴식'이외의 기능을 함유하고 있다는 게 수면학의 대가인 저자 사쿠라이 다케시의 지론입니다.

책 내용은 오렉신, 렘수면, 뉴런 등의 용어가 자주 출현하여 전형적인 문과생인 저를 머뭇거리게 했지만 주요 개념이 되풀이되고, 저자의 세심한 배려로 군데군데 용어설명이 제시되어 무리없이 읽혀집니다.

특히 수면단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가족 중에 렘수면 장애가 있는 분이 계셔서 몰입이 잘 되었고, 잠은 각성 -렘수면-논렘수면의 반복이란 설명 역시 개인적 경험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고개를 주억거리게 했습니다.

 "각성제가 무서운 이유", "왜 배가 고프면 잠이오지 않는 것일까?'와 같은 대중적 호기심에 대한 답변이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지만 다소 딱딱하게 전개되던 책은 7장에서 그 하이라이트를 맞이합니다.

 "몇 시간 자는 것이 좋을까?", '베꼽시계는 과연 있을까?", "예지몽이 실제로 존재하나?" 등등…

수면과 꿈에 관련된 매력적인 토픽들이 줄지어 등장합니다.

스포일러는 되기 싫지만 재미없는 리뷰를 읽어주시는 분께 한 가지 tip을 드리자면 저자의 배경에 그 답이 있습니다.

책의 미덕은 역시 현대인들에게 걸핏하면 수모를 당하는 잠의 가치에 대한 환기입니다.

공부에, TV에, 휴대폰에,  아니면 일을  핑계로 수면에 할당되는 절대적인 시간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불규칙해지고, 24시간 밤낮으로 밝혀진 환한 조명으로 질적으로도 말입니다

 독서의 묘미중 한 가지는 행동 개선에 있을 것입니다. 앞으론 TV는 반드시 끄고 잠자리에 들겠다고 다짐합니다.

  온통 초록으로 도배된 숲에서 하얀 솜이불 위에 달콤한 수면을 취하는 책표지의 여인이 부럽습니다.

 

여러분 잠이 보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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