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내내 좋아했어
와타야 리사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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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야 리사 <처음부터 내내 좋아했어>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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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난제다. 이것이라고 정의하기엔 사람 수만큼의 형태가 있고, 수치로 나타내 수학적/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도 없다. 사랑은 항상 있다가도 어느 순간 사라지기도 하고 대상이 사라지고 나서야 깨닫는 감정이기도 하다. 이 불확실함에 온전히 몸을 맡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안전한 것을 택하려 한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며 단란하게 늙어가는 것. 그것은 어느 순간 정답이 되었다.

동시에 사랑은 어느 순간 파도처럼 거세게 몰려오는 것이기도 하다. 사이카와 아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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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처음 만났을 때, 아이 옆에는 소우가 있었고 사이카 옆에는 다쿠마가 있었다. 아이 입장에서 사이카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보이지가 않는, 선글라스 너머의 얼굴이 상상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여행 이후에도 연락을 취하던 그들은 어느새 ‘절친’이 되어 있었다. 사이카의 마음과는 다르게.

사이카는 아이를 좋아하고 있었다. 소우가 아이를 좋아하듯, 다쿠마가 사이카를 좋아했듯 자연스럽게. 그러나 소우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결혼 퇴직을 생각하던 아이는 사이카의 감정이 당황스럽다. 하지만 그녀를 잘라낼 수가 없다. 자신의 망설임 뒤에 어떤 감정이 숨어있는지 외면하던 아이는, 끝내 그것을 마주한다.

- “난 널 친구라고 생각한 적 없어. 처음부터 내내 좋아했어.”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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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동성애를 핍박하는 세상에 소리치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사이카와 아이는 둘만의 사랑을 해나간다. 함께 나이를 먹고 그래도 걸어 나간다. 일본 사회가 일본 여성들에게 추구하는 전형적인 여성상을 몸에 익히려던 아이는 사이카를 사랑한다. 이것이 아이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あい, 愛/사랑)는 사이카(さいか, 災禍/재해)를 만나버렸다. 이처럼 사랑은 안정적이었다가도 엄청난 파도가 되기도 한다.

- 우리는 함께 미래로 나아간다. 한 켤레의 신발처럼. 서로가 있으면 어디까지고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다. (173쪽)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어습니다.


#비채 #와타야리사 #처음부터내내좋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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