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순례하다 - 건축을 넘어 문화와 도시를 잇는 창문 이야기
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연구실 지음, 이정환 옮김, 이경훈 감수 / 푸른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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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탄성이 절로 나올만큼 아름다운 표지가 시선을 끈다.

표지부터가 예술이고 마치 그림엽서에나 나올법한 풍광이 오롯이 담겨있는 <창을 순례하다>는 건축물에서 특히 창문에만 주목하고 주력한 책이다.

건축을 넘어 문화와 도시를 잇는 창문 이야기. window scape, window behaviorology라는 단어가 책의 내용을 포괄하여 대표하고 '핀란드의 국민건축가 알바 알토가 설계한 시청사에서 현대 건축이론의 선구자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어머니의 집까지 도쿄공업대 교수가 세계 28개국에서 발견한 창문의 가치'가 한권의 책으로 묶여나왔다.

저자가 일본인이니 꼼꼼함과 세심함을 답보했으리라는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세계 전세계 28개국 76개 도시를 3년간 여행하며 139개의 창문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했다는 말에서 벌써부터 저자의 공력과 노고를 짐작해볼 수 있겠는데 좋은 책이라면 으례 그렇듯이 독자의 기대를 배반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창문에 대해 별로 인식을 하지는 못하고 살았던 거같다. 나로서는 창문을 막연히 빛이 들어오도록 설계한 것, 바깥을 내다보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여겼던 것같다. 물론 사람은 창문이 없는 방이나 건물에서는 살지를 못한다. 옛날 원시인이었다면 동굴에서 살았겠지만, 그러나 그들에게도 동굴은 비바람을 피하거나 아니면 주로 잠을 자기위한 장소였지 하루의 대부분을 동굴에서 지내지는 못했을 것이고 현대인이라면 당연히 창문 하나없는 건물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창문도 아트구나 예술이구나 감탄스러웠다. 우선 카테고리 분류부터가 예술스럽다. Light and Wind, Besides People, Symphonic Poem. 특히 심포닉 포엠은 나같은 인간은 정말이지 상상도 못할 제목이다.

Sculpting Windows, Windows in the Breeze, Windows in the Shadow, Windows in the Garden, Threshold Windows, 스레스홀드 윈도우는 생각도 못했고..아아..창문의 용도가 그렇게도 사용되는구나. Workaholic Windows, Sleeping Windows, Seating Windows, Observing Windows, 참 다양한데 Aligning Windows, Layering Windows, Within Windows..이런 것들은 건축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더욱 그 예술성이 두드러지겠지만 문외한 일반인이라고 전혀 느끼지 못할 바도 아니다.

건물에서 창문이 그저 기능면에서만 작용한 것도 아니었고 또 특정지역의 특정한 사회에서는 건축못지않게 창문도 어떤 의미를 띠고 있으며 어떤 사회문화적 토양위에서 그런모습을 형성하게되었는지를 이해하거나 감상할 수가 있다.

창을 순례한 지역도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로 그 범위가 세계적이지만 건축물도 궁전이나 유명한 명소(스페인 알함브라 궁전이나 중국의 유원같은), 세계문화유산, 관광지(롱샴 대성당), 도서관이나 학교(바우하우스, 성 엘리야 유치원), 전통주택, 일반주택, 상업건물(호텔, 바, 카페, 음식점, 상점) 등으로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한옥이나 떡볶이가게도 나온다.

<창을 순례하다>책을 펼쳐보면 왼쪽 페이지에는 실측도 비슷한 도판과 짧은 설명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창문의 칼라사진이 실려있는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건축용어를 최소화해서 비전공자도 창문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하려고 그렇게 했다고 되어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건축에 완전히 깜깜 무지한) 나로서도 오히려 건축학적 설명이 좀더 덧붙여졌으면 어떨까싶을 정도로 최소한으로 설명이 제한되어있어서 설명보다는 사진으로 그러니까 독자가 시각적으로 개인적으로 감상하거나 느끼는 부분의 몫이 훨씬 더 크도록 구성되어있다. 물론 그것도 좋다. 사진을 한장한장 넘겨보면서 정말이지 창을 테마로 한 세계여행을 하고온 기분이 드니까. 특히 인도건축에서 그처럼 섬세한 문양의 창문이 존재할 줄은. 어찌보면 인도문화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건물 바깥에서 쳐다보는 창과 건물 내부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창. 이러한 창문의 이중적 기능과, 안과 밖의 경계를 짓고 가로지르는 창문의 기능과 예술성에 대해 그리고 창문을 통해보는 사회와 문화적 가치에 대해, 어떻게 보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살아왔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창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창문. 이제는 그 누가 무어라해도 당당히 말할 수 있겠다. '근대건축에서 낮게 평가되어온' 창문이 오히려 건물을 구성하는 건축의 에스프리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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