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읽는 러시아 로마노프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4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 1차 세계대전의 결과, 내노라하던 4개 제국의 왕실이 몰락해버린 사실이 유명한데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독일의 호엔졸레른, 러시아의 로마노프, 오스만 투르크의 오스만 왕조가 그 주인공이었다. 모두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가문이지만 로마노프가 상대적으로 가장 젊은데 그 말로는 4개 가문 중에 가장 비참하다. (독일 2제국의 호엔졸레른이 프로이센왕을 칭한 것이 1701년이라지만 호엔졸레른 가문은 14세기 말에 브란덴부르크 선제후 지위를 획득했다.)

<명화로 읽는 러시아 로마노프 역사>는 바로 그 로마노프 왕조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러시아 역사다. 따라서 로마노프 이전의 러시아 역사는 이 책에서는 거의 없는데 내가 알기로는 슬라브 족과 그를 지배하는 소수 바이킹 노르만이 노브고로드 공국이니 키에프 공국이니 모스크바 공국이니하며 쪼맨쪼맨하게 모여 살다가 몽고의 칭기즈칸의 '피 안 섞인' 손자 바투가 킵차크 한국을 세우자 그 아래 복속해서 조공을 바치며 살았다. 그러나 "타타르의 멍에"라고 불리는 몽고의 러시아 지배가 불과 200년밖에 가지 않았으니 멍에가 너무 빨리 풀린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타타르의 멍에가 천 년은 갔어야했는데 안타깝다. 암튼 몽고 지배에서 벗어난 러시아는 류릭 왕조의 이반 뇌제(뇌제는 별명이다)가 아나스타샤라는 로마노프 가문의 귀족 여식을 아내로 맞이하는데 이것이 로마노프 왕조의 시발이 되는 사건이다. 이 책에 따르면 본래 로마노프 가문은 독일 출신인데 러시아로 이주해서 나중에는 성을 로마노프로 갈아탔다. 이반 뇌제가 정신 이상으로 아들인 황태자를 때려죽인 이후 왕실 외척끼리 권력다툼하는 혼란기에 황제로 선출된 사람이 아나스타샤 친정인 로마노프 가문의 미하일이고 그 때부터 러시아에서는 로마노프 왕조가 시작된다.

이 책은 제목처럼 러시아의 역사를 명화와 함께 차례차례 보여준다. 역사와 미술의 행복한 결합이라고나 할까. 암튼 이후의 파란만장 러시아 역사는 로마노프 왕조와 함께 진행되는데 이 왕조 출신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사람이 표트르 대제와 에카테리나 여제일 것이다. 그때까지만해도 아시아 유목민족의 영향으로 동방풍이 가시지않은 러시아는 유럽의 눈에는 열외자로 이질적인 존재였으나 그 러시아를 서유럽 세계의 일원으로 밀어넣은 인물이 바로 표트르 대제였다. 대제라는 이름이 거저 붙은 게 아니다. 표트르는 순탄하게 황위에 오른 것이 아니라 이복누나 소피아와 권력다툼끝에 황제가 되었고 누이를 수도원에 유폐시켜버린다. 훗날 화가 일리야 레핀이 1879년에 그린 <수도원에 유폐된 소피아 공주> 그림이 56페이지에 실려있는데 감상을 권하고싶은 그림 중 하나다. 마찬가지로 앞에 나와있는, 역시 레핀이 그린 '아들을 죽인 이반 뇌제'도 걸작이다.

표트르 사후에는 러시아에서 여제가 여럿 나왔다. 표트르의 마누라도 딸도 조카딸도 모두 여제가 되는데 그 여제들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이 독일 출신인 에카테리나 2세다. 쿠데타를 일으켜서 남편 표트르 3세를 죽이고 본인이 직접 제위에 오른 에카테리나는 계몽군주를 자처하면서 대외적으로 러시아의 세력을 확장시켰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 국내의 농노제는 더욱 강화된다. 프랑스 혁명 이후 등장한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러시아는 승리자가 되지만 황제 알렉산드르는 신비주의에 빠져서 이후 죽고나서도 이상한 소문의 주인공이 된다. 이후의 황제 중에 알렉산드르 2세는 농노해방령을 발표하지만 암살당하고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때 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서 로마노프 왕조가 다스리는 제정러시아는 결국 종말을 맞게 된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로마노프 왕조를 중심으로 당시 러시아의 정치와 (왕위계승같은) 사건을 그때그때 관련되는 그림과 사진을 적절히 배치하면서 파노라마처럼 혹은 한 편의 이야기처럼 러시아 역사를 보여주고 설명한다. 사실 로마노프 왕조시절에 러시아는 서구화하기 시작했고 외부로 그 세력과 영토를 확대시켜나갔다. 유럽과 교류하면서 근대화에 나선 것도 모두 로마노프 왕조 시절이었다. 마르크스의 예언과 달리 공산주의 혁명은 후진국인 러시아에서 일어났고 이후 전세계에 공산주의를 퍼뜨린 주범인지라 러시아가 찜찜하긴해도 로마노프 시대 제정러시아의 역사를 황제 중심의 정치사로 명화를 음미하고 감상하면서 알아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다만 저자가 일본인이라 그런지 지나치게 일본을 로마노프와 엮어대는 데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긴 일을 높이 평가하고 자랑스러워하고있는데 일본인 입장에서는 당연할지 몰라도 그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이듬해 대한제국에 을사조약을 강요했고 이후 한일합방과 일본의 가혹한 식민지 시대를 겪어야했던 한국인의 후손으로서 매우 불쾌했다는 점을 부가하고싶다.

151페이지 탈레랑의 초상화에 베느방 왕자라고 되어있는데 이는 잘못이니 고쳐야될 것이다. 베느방이 아니라 베네벤토인데 불어로 읽어도 베느방토라고 해야하지않을까. 탈레랑은 나폴레옹에게서 베네벤토 공작(prince) 작위를 받았으므로 베네벤토 공작이었는데 나폴레옹 몰락이후 베네벤토 공작위를 반납했다. 부르봉 왕정 복고이후루이 18세에게서 탈레랑 공작(prince) 작위를 받았다. 왕자가 아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