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 무블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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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어보지는않았다해도,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서술했고 그 군주론으로 유명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있을 것이다. 15~6세기경 이탈리아 도시국가 피렌체에서 살다간 마키아벨리는 당시 피렌체를 지배하던 메디치 가문이 축출된 이후 공화국에서 고위직을 맡아 국정운영에 참여했으나 이후 메디치 가문이 복귀하면서 반대로 공직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그가 군주론을 지어 메디치에 헌정했던 것도 실은 메디치 가의 호감을 사기위해서였다는 뒷담화도 은근짜하게 잘 알려져있다. 그런데 <군주론>은 마키아벨리의 초기작이고 그가 말년에 저술한 역사서가 바로 이 <피렌체史>인데 이 책도 교황(당시 추기경)의 제안으로 쓴 것이라 메디치가문에 대한 찬양이 없을 수는 없다. 피렌체史는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헌정한 책인데 클레멘스 7세는 로렌쪼 데 메디치의 조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키아벨리 아니라도 메디치 가문의 지배하에서 피렌체가 번영했고 그 문화가 찬란하게 꽃핀 것은 사실이니까 그리고 코지모 데 메디치도 로렌쪼 데 메디치도 다들 뛰어난 인물이니 마키아벨리가 찬사 아닌듯 늘어놓은 찬사도 다 근거가 있는 평가라고 해야겠다.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는 처음 1부는 서로마의 멸망부터 시작해서 계속 이어지는 이민족 게르만의 침입, 동로마와의 대립, 교황과 카톨릭 교회 vs 신성로마제국과 황제와의 갈등, 그 아래 여기저기 난립한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국가(피렌체, 밀라노, 베니스, 그외에 숱한...)와 남부의 나폴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2부부터 본격적인 피렌체의 역사가 펼쳐진다. 겔프와 기벨린, 백색당과 흑색당의 대립과 갈등, 시기, 질투, 증오, 권력다툼, 외세 끌어들이기, 전투, 당파싸움, 유력가문간의 세력다툼, 귀족과 평민의 대립, 하층민의 봉기, 평민당과 민중당, 길드간의 대립, 이 와중에 밀라노 및 나폴리와 계속 전쟁이 이어지고 드디어 코지모 데 메디치가 세력을 잡지만 롬바르디아 전쟁, 루카 전쟁, 베니스 전쟁, 시에나 전쟁, 소금전쟁, 교황과의 전쟁....끊임없는 전쟁전쟁전쟁의 연속이다. 물론 한동안 평화가 지속된 시기도 있었다. 내란이 끝나고 로렌쪼 데 메디치 통치하에 피렌체는 잠시나마 평화를 누리면서 문화와 예술이 한층 꽃을 피우고 성숙해졌다.

이 책은 로렌쪼의 죽음으로 일단 끝나지만 마키아벨리가 피렌체 역사를 집필하면서 말하고싶었던...그가 진정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지않을 수 없다. 마키아벨리는 공화정을 지지한 공화주의자였지만 대립과 갈등과 분열을 딛고 화합과 자유와 번영을 이룰 수 있다면 반드시 공화정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여겼을 것이다. 실제로 '정치체제'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체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운용하는 '인간'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이 갖추어져있다한들 사악하고 무능한 인간 혹은 집단이 운영한다면 어떻게 될까.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는 읽기 쉬운 책이 아니다. 처음 보는 인물 지명 관직명이 난무해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중세말근세초 르네상스시기의 이탈리아역사를 미리 알고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그렇지않으면 상당히 지루할 것이다.) 몇백년 전, 우리나라와는 멀리 떨어진 지구 반대편의 어느 도시국가의 역사니까 당연하겠지만 그래서 그런 이유로 이제서야 이 책에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었으리라. 하지만 분열에 분열을, 너나없이 내부싸움만 거듭하고있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이 책이 번역된 시기도 이보다 더 적절한 때를 맞추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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