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처칠, 나의 청춘 - 가장 위대한 영국인, 청년 처칠의 자서전
윈스턴 처칠 지음, 임종원 옮김 / 행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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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중 한 명인 영국수상 윈스턴 처칠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위인전의 주인공으로도 등장하는 처칠이지만 막상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자세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다. 더구나 불굴의 의지력과 강한 인내심을 갖춘 이 위대한 인물이 어릴 때는 가문의 수치라 불릴 정도로 학업성적이 형편없던 열등생이자 문제아였다는 사실을 안다면? 물론 처칠의 전기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인생역전이라고할까 학생시절에는 그닥 두각을 나타내지못하던 그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군인으로 기자로 활동하고 이윽고 정계에 진출하면서 성공과 유명세를 누리게되는 행복한(!) 결과를 알고있겠지만 평전을 쓰는 제3자가 아니라 처칠 본인의 입으로 아니 그가 손수 쓴 청춘시절의 자서전을 통해 그의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비롯하여 젊은 시기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행운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잘 쓰여진 평전이라해도 저술자가 비록 주관적일망정 전기의 주인공인 본인만이 알고있는 사실이나 본인의 느낌, 감정까지 모조리 알 수는 없는 노릇이기때문이다. 

윈스턴 처칠은 영국의 명문귀족가문에서 태어났고 조부도 부친도 정치인이었으므로 일찌감치 집안의 후광과 부모의 혜택을 받고 자란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에서는 라틴어와 수학을 못해서 거의 항상 성적은 꼴찌였고 때문에 우울한 학창시절을 보내야만했다. 하지만 어릴때부터 뛰어난 기억력과 문필력, 유머감각, 독특한 배짱을 보여주고있는데 이 자서전에 언급되고있는 여러 에피소드에서도 그런 점이 여실히 드러나있다. 


내가 라틴어 글자를 틀리게 읽을 때마다 선생님은 자신이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는 것 같았다. 훗날 아스퀴스 총리도 각료회의에서 내가 라틴어 관용어구를 인용할 때마다 똑같은 표정을 짓곤했다. -36쪽


삼수끝에 간신히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으나 성적이 좋은 사람은 보병대에 들어갔지만 성적이 나쁜 처칠은 기병대에 들어가야했다.


"보병은 시종 한 명이면 되지만 기병은 시종에 말 한 필이 더 있어야된다." 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기병을 너무 만만하게 보신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말 한 필이 아니라 두 필이 필요했고, 거기다 사냥용 말에 폴로경기용 조랑말까지 있어야했다. 아버지는 매우 폭발하셨다. -53쪽


이렇게 근근히 육사에 입학하기는 했어도 처칠은 군대에서는 적응을 잘했으나 한편으로는 일찌감치 정치에도 흥미를 느끼고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나중에 재무상까지 지낸 부친의 영향도 있었겠으나 불과 21세에 부친을 여읜 처칠은 이제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야했다. (앞에서 기병사관에게 필요한 말때문에 랜돌프 경이 폭발한 이유는...이 책에는 그런 말이 없으나 윈스턴 처칠의 부모는 영국의 내노라하는 귀족 중에서는 그다지 부유하지못한 편이었다. 그러니 랜돌프 경이 아들땜에 폭발하지..ㅋㅋ) 

학교를 졸업한 처칠은 쿠바에서 기병대 장교로 실전경험을 쌓은 후 인도로 간다. 그는 군인인 동시에 신문사 특파원 즉 종군기자 자격으로 말라칸드 전투에 참여했고 이어 파슈톤 족과의 전투,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옴두르만 전투 등 그 시대에 있었던 영국군의 전쟁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겪어본 처칠의 시각으로 읽어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특히 보어전쟁에서 포로가 되었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부분은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생생하며 흥미만점이다. 그 뒤에도 처칠은 남아프리카에서 벌어진 전투에 여러번 참전했으며 마침내 하원의원에 당선되어 정계에 입문하기까지 그가 어린시절부터 청년기에 겪었던 경험이며 생각이 두루두루 이 자서전에 펼쳐져있다. 

처칠이 젊었던 그 무렵 영국 정계의 사정, 군대와 전투, 그 시대 사회모습이며 관습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청년기에 겪었던 숱한 경험과 모험, 생각이 훗날 그가 위대한 정치가가 될 수 있었던 바탕이고 원동력으로 작용했음은 분명해보인다. 세기말에서 20세기로 전환하던 시대의 영국의 모습과 윈스턴 처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처칠의 육성이 들어있는 이 젊은 시절의 자서전을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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