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였다

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연담L / 2019년 8월

변호사 김무일은 자칭 저작권 소송 기획 변호사다. 무슨 말이냐면 개업했지만 사건의뢰가 안 들어오니까(다른 말로 장사가 안되니까) 인터넷에서 불법 다운로드된 파일을 찾아서 작가에게 슬쩍 일러준 후 소송걸게해서 그걸로 돈받고 사는 뭐 그런 일로 근근이 먹고사는데 어느날 그가 사는 건물주인인 권순향이 무일의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온다. 7년 전에 이 건물에 세들어살던 어떤 남자가 자살해서 죽은 걸로 되어있는 사건이 실은 자신이 죽였다는 것이다. 월세를 안 내길래 무단으로 그 세입자 방에 들어갔다가 세입자와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을 하게됐고 그러다 그만 우발적으로 세입자를 죽여버리게되었는데 당황해있던 권순향 앞에 어떤 검은 옷 입은 남자가 나타나서 사고사로 처리해줄테니 대신 입다물고 있으라는 조건을 내건다. 노인인 권순향은 진실을 알리려하고, 무일은 같은 건물에 세들어사는 여자경찰 신여주에게 이 일을 이야기하는데 이상하게도 그날밤 권순향은 건물에서 추락해서 사망한다. 경찰은 단순자살로 처리하지만 무일과 여주로서는 납득할 수가 없다. 여주와 같은 경찰팀 소속 팀장인 윤홍길은 갑작스런 화재로 부상당하고, 여주는 자신이 부하 이상호에게 도청당하고있음을 알게 되고,사건을 조사해가는 여주에게 신변의 위협이 가해지는데...

이 소설은 초반부는 상당히 재미있다. 무일과 여주의 밀당연애와 툭닥툭닥 로맨스를 적절히 가미해서 웃음을 주면서 대체 검은 옷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며, 7년 전에 죽은 세입자는 어떤 사람이고 무슨 일을 하고있었는지, 권노인의 죽음은 또 누구 소행인지 여러가지 궁금증을 계속해서 몰고간다. 하지만 중반 이후로는 7년 전에 죽은 세입자가 실은 국정원 직원이었음이 밝혀지고 윤홍길이 숨겨둔 하드디스크에서 발견한 사실은...그리고 결말은 뭐 예상했던대로 조금 식상하다고할까. 유력한 대선후보를 비밀리에 사찰하는 국가권력..뭐 그저그렇긴하지만 그래도 정의감 넘치는 여자주인공과 그 뒤를 받쳐주는 남자주인공 커플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이번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다음 번에도 이 커플이 함께 활약할 것을 암시하는 에필로그로 끝나는데 이 소설은 카카오페이지와 CJ ENM이 주최한 제 2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작가의 이력은 화려해서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에서도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국내 스릴러계의 기대주이자 유망주라고할까. 한국을 배경으로하는 대중오락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