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19
앙드레 지드 지음, 박효은 옮김 / 별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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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은 프랑스의 지성으로 불리는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이다. NEW 파스텔 에디션 시리즈로 고전작품을 출간하고있는 별글 클래식 출판사의 19번째 선택은 지드의 '좁은 문'이었다. 이 파스텔 에디션 시리즈는 이름처럼 색깔별로 유명한 고전작품을 선보이고있는데 가볍고 표지가 이쁘기때문에 고전이라면 어렵고 무게가 있다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타파하기에 매우 적당한 에디션이다. 시리즈를 여러권 모아놓으면 색색깔이 예뻐서 책을 읽기에도 장식하고 감상하기로도 더할나위가 없다. 

좁은 문의 줄거리는 남자주인공 제롬이 자신보다 두 살 많은 외사촌누이 알리사를 사랑하는 이야기인데 어릴때 부친을 잃은 제롬은 외숙부댁을 자주 방문하고 그러면서 외사촌 남매와 가깝게 지낸다. 제롬은 누나뻘인 알리사를 좋아하고 알리사도 제롬을 사랑하지만 알리사의 여동생 쥘리엣도 제롬을 사모한다. 여동생의 마음을 알고있는 알리사는 제롬을 동생에게 양보하려하지만 쥘리엣은 오직 알리사만 사랑하는 제롬에게 절망하여 자신에게 청혼한 다른 남자와 결혼해버린다. 그러니 이제 알리사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은 없다. 단 한가지만 제외한다면.

알리사의 모친은 방탕하고 부도덕한 여인으로 일찌감치 남편과 자식을 저버리고 연인과 달아나버렸다. 그때문인지 아니면 본래의 천성도 그러했겠지만 알리사는 더더욱 종교에 빠져든다. 좁은 문이라는 책의 제목은 성경 마태복음의 구절에서 따 온 것으로, 제롬과 알리사가 교회에서 예배를 올릴 때 목사가 설교한 내용이기도하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에 이르는 길은 크고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 많지만 영생에 이르는 문은 좁고 험해서 그리로 들어가는 자 적으니라." 대략 그런 설교말씀을 따라 알리사는 제롬과의 세속적인 사랑을 거부하고 오로지 하느님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제롬도 알리사를 무척 사랑하지만 마찬가지로 알리사도 제롬을 깊이 사랑하기에 그녀의 그런 결심은 제롬만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알리사 본인마저도 고통스럽게한다. 결국 알리사는 제롬을 피해서 수도원의 요양소로 몸을 숨기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사망하고, 그녀가 쓴 일기장을 받아본 제롬은 알리사의 사랑과 끝없는 자기억제의 금욕을 알게된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쥘리엣의 집을 방문한 제롬은 쥘리엣의 막내딸인 아기 알리사의 대부가 되어주고 쥘리엣은 제롬의 알리사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에 비감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고 있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더구나 그들의 사랑에 장애가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세속의 사랑을 거부하고 종교적 영생에 자신의 사랑을 희생해버리는 알리사를 도저히 이해못하겠다는 현대 독자들이 많으리라. 글쎄..천상의 순수한 행복이 속세의 육욕이나 현세의 행복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금욕적 가치관도 있는 법이다. 그로 인한 어긋남과 모순, 그로 인해 빚어지는 한없는 안타까움과 서글픔이 '좁은 문'의 두 주인공의 모습에서 잘 드러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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