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문의 비극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5
고사카이 후보쿠 외 지음, 엄인경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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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추리소설은 서구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하지만 특정한 몇몇 작가 외에는 국내에 번역이 잘 되지않는것 같고 그렇다고 내가 일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기에 이번에 나온 '어느 가문의 비극'은 그런 면에서 매우 반가운 책이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가 고사카이 후보쿠, 고가 사부로, 오시다 우다루, 쓰노다 기쿠오는 모두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아마 나말고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처음 들어본다고 하는 이름일 것이다. 특히 19세기 후반부터 1945년 2차 대전 이전까지의 작품을 다루고 있기때문에 과거 복고풍을 좋아하는 나에겐 훨 호기심이 가는 책이기도했다. 옛날의 일본 추리소설은 어떠했을까. 현대 추리물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위에 든 4작가의 작품은 대체로 단편이지만 표제작인 '어느 가문의 비극'은 중편으로 책 분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있다. 저택 주인이자 대부호가 어느날 집에서 낮잠중에 총에 맞아 살해당한다. 아들, 여동생, 조카, 숙부...이 4명이 유산 상속인이므로 당연히 용의선상에 오르는데 문제는 살인이 벌어진 시각에 모두 알리바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 미궁의 사건을 해결하는 히어로 가가미 형사는 소설의 처음부터 등장하는데 그가 살인이 벌어지던 시간에 찻집에서 피해자의 아들을 목격하는 장면부터다. 피해자의 아들인 고로는 차를 주문한 다음 주머니에서 거미를 꺼내더니 마치 찻잔에서 거미가 나온 것처럼 난리를 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사건을 맡아서 조사하는 가가미 형사는 이 살인사건의 피해자이자 용의자인 다카기 가문의 내력을 조사하면서 살해당한 주인 고헤이의 유언장, 고헤이와 유언장을 둘러싼 친지와 가족의 갈등, 고헤이에 대한 미움과 살해 동기 등을 알게되는데 살인 시각인 오후 3시가 나중에는 오후 1시에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다가 다시 오후 3시로 변경되고, 잇달아 복선으로 나오는 거미, 고헤이가 살해당한 침실에서 발견된 시계장치의 비밀, 침대의 이동, 이어지는 또다른 살인...개인적으로 이런 내용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자산가의 죽음, 유산 상속은 누구에게?, 범인은 누구?, 살해동기는 피해자 주변의 누구에게나 있지만 모두들 알리바이가 있는..뭐 이런 것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의외의 범인. 추리소설 읽을 때면 번번이 그렇지만 역시 나는 이번에도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맞추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이런 실패는 당연히 기분좋은 실패다. ㅋㅋ..그런데 이 '어느 가문의 비극'은 심농의 매그레 경감 시리즈를 좀 지나치게 모방한 것같다. 한국에선 매그레 경감이 별로 인기가 없지만 갠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추리소설인데 거구에 중년의 무뚝뚝한 기혼남 매그레 경감만 가가미 형사의 모델이 아니다. 심농 소설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문체와 문장의 간결함과 그의 소설이 가지는 간명한 특징도 쓰노다 기쿠오는 그대로 포맷한거같다. 마치 일본풍의 심농 소설을 읽는 기분이라고할까. 뭐 어쨌든 추리소설은 재미있는 장르고 이번 소설도 흥미진진했다. 일본의 고전 추리소설에 흥미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만하다. 몰랐는데 이 책은 고려대 일본추리소설연구회에서 펴내는 일본추리소설 시리즈의 제 5권이다. 나머지 다른 책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나처럼 몰랐던 분들에게 추천하고싶은 일본추리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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