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한재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노란색 표지가 눈에 확 띄는 책. 판형이 작고 가볍다. 이 자그마한 책에 34편의 짤막한 에세이가 들어있다. 그러나 그 속에 든 내용만큼은 결코 가볍지도 않고 작은 것도 아니다. 글쓴이의 이력은 서울대 법대 졸.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대학 출신이지만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운영하다가 망하고 교육회사에서 몇 년 근무하다가 지금은 전업작가다. 팟캐스트를 올리고 유튜브에서 '재우의 서재'를 운영하며 베스트셀러도 펴냈다. 이번에 나온 이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은 에세이지만 자기계발서같은 성격도 들어있다. 초라한 출발, 고단한 하루, 흔한 슬럼프...라고 책 뒷면에 쓰인 구절에 움찔했다. 평범한 서민이라면 누구나 출발이 초라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고단하며 도돌이표같은 슬럼프에 빠지는 일이 허다하기에. 노오오오력이 부족한 것인지 버어어어티기가 안되는 것인지 어느 쪽이든 우울하고 절망스러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34편의 응원 메시지다. 누구나 한번쯤 가졌거나 가질 법한 고민에 대해 글쓴이가 답해주는 형식으로 글은 진행된다. 꿈이 없다는 고민에 대해서는 '커다란 꿈 없어도 잘 살고 있습니다'.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는 고민에 대해서는 '서른의 일을 쉰으로 미루지 말기를'. 기회가 없다는 고민에는 '주어지지않는다면 만들 수도 있습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이 없다는 고민에는 '당신은 홈런형 타자입니까'. 잘되고있는건가하는 고민에는 '100일 뒤에는 반드시 좋아진다'. 인생을 바꾸고싶다는 고민에는 '운명을 바꾸는 3가지 비결'을, 한번쯤은 괜찮지 않냐는 고민에는 '뉴기니인들이 나무 아래에서 잠을 자지않는 이유'를 말해준다. 글을 읽어보면 글쓴이의 말과 태도는 조분조분하면서도 차분하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글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범상하지않은 글쓴이의 지금까지 겪은 경험과 사고가 얼마만한 것인지 내공의 깊이를 슬쩍 보여주고있다. 찬찬히 읽어보면서 아마 밑줄긋기를 한 분들도 많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나는 줄치는 습관은 없어서 그 대신 노트에 괜찮은 말들을 기록해두었다. 


무언가를 시도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그것에 대해 많이 알게 될 내일이 아니라 부족함을 여실히 느끼는 오늘이 아닐까. p.36


노력하고있다면 하루하루의 괴로움에 흔들리지않아야한다...중요한 것은 오늘 일기에 적힌 기록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과 방향이다. p.80


노력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임은 노력하기 힘들어진 뒤에야 깨닫는다. 흔하고 평범한 과거의 하루가 지금의 나에게는 특별한 시간이다. p.119


불에 타다 남은 재일지언정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시간이 흐르면 재는 땅 속으로 스며들고 언젠가 그 위에 나무가 자랄 테니까.  p.150


운명이란 명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은 말 자체가 틀렸다고 볼 수 있다. 노력과 환경이 만나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에 운명이다. p.184


감사는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가장 넓은 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문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지금 우리가 갖고있는 그 무엇이라도, 잃어버린 후에는 애타게 찾게될 감사한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p.217



누구나 무언가를 하고싶어서 하는 날도 있겠지만, 해야하기에 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아니..해야하니까 하는 날이 훨씬 더 많겠지만 이 책의 글쓴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누구나 노력하며 버티는 삶이다. 버텨내야하는 삶이다. 그러니 이왕에 하는 거 웃으며 꾸준히 하자고 글쓴이는 말을 건넨다. 스스로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글쓴이의 말처럼 인생은 젖은 구두를 신고 멀리 가야하는 것이기에. 내일은 오늘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이기에 오늘의 하루는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임을 세상의 모든 노력하는 사람들과 오늘도 버티느라 고단한 사람들과 고민으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글쓴이는 이렇게 담담하면서도 진심으로 진정어린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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