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 사계절 1318 문고 123
김민경 지음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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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어떤 것은 잊고 어떤 것은 기억한다. 어떤 순간은 자연스레 잊혀지지만 어떤 순간은 매일 매일 되짚어보며 생각하고 생각한다.

주인공 '이새봄'에게는 "머릿속에서 깨끗이 없어져 버리길 바라는 날"의 기억이 있다. 엄마의 죽음이다. 이 사고 이후 학교를 그만두고 4년간 집과 병원을 오가며 무기력하게 보낸다. 중학교는 검정고시를 치뤘지만 고등학교는 입학하기로 한다. 두려움 가득한 학교생활이지만 다행히 담임선생님의 배려로, 어느 새 다가와 같이 달리는 친구의 위로와 스스로의 용기로 학교생활을 이어간다.

 

<지구행성에서 너와 나는>에는 또 다른 책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이다. 주인공 이새봄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는데, 또한 마음을 나눌 친구와의 만남에 이 책은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이 책에는 <모비 딕>의 많은 문장들이 발췌되어 있어 실제 두 책을 같이 읽는 느낌을 준다. 때문에 모비딕을 읽기 전이라면 이 책을 길잡이로 삼아도 좋을 것이며 읽은 후라면 책 속 주인공과 인상깊은 부분과 느낀 점을 대화하듯 읽을 수 있다.

 

<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는 사회적 기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행사에 대한 두 시각. 누군가는 서둘러 덮어 아무일 없는 듯 살아가고 싶어하지만, 누군가는 더 잘 기억하기 위해 애쓴다. 이에 대해 책은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어. 한쪽에서는 그만하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어. 세월호는 아마 계속해서 우리 사회,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파도칠 거야.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과 애써 무시하는 사람이 있을 뿐. 그러면 우린 어떻게 하면 될까? 상전이의 변화를 인식하고 방향을 잘 이끌어 가면 돼. 그러려면 기억해야 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소화해야만 하는 기억"이 남아 있으며 이새봄이엄마의 죽음을 마주하기로 용기를 내었듯 우리도 세월호를 기억함으로 앞으로의 방향을 이끌고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끔찍한 날이었고 영영 사라지길, 내 머릿속에서 깨끗이 없어져 버리길 수없이 바라던 날이었다. 하지만 이젠 용기를 내려고 한다. 용기를 내고 싶다. 피하지 말고 소화해야만 하는 기억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용기를 내자."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의 상전이라고 생각해. 상전이가 생기기 전과 후는 달라. 그만큼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어. 한쪽에서는 그만하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상전이가 일어나기 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어. 세월호는 아마 계속해서 우리 사회,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파도칠 거야.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과 애써 무시하는 사람이 있을 뿐. 그러면 우린 어떻게 하면 될까? 상전이의 변화를 인식하고 방향을 잘 이끌어 가면 돼. 그러려면 기억해야 해 - P95

공연을 만든 사람들은 관객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겠는지를 생각한 것 같다. 공연이 끝까지 고통스러웠으면 그 무대를 떠올릴 때마다 힘들 것이다. 그러면 생각하고 싶지 않게 되고 그 사건도 차차 잊힐 거다. 잊지 않도록 하려면 어떤 공연을 해야 하고, 어떻게 추모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추모제를 준비한 사람들은 아는 것 같다. 기억하는 방법, 기억하는 태도에도 여러 가지가 있구나. 괴롭고 힘들지 않아야 마음 깊은 곳에 늘 따뜻한 기억의 방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 P105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게 본인에게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갱니적인 죽음은 그것대로, 사회적인 죽음은 그것대로 고유의 의미가 있겠지. 하지만 사회적인 죽음을 맞은 사람들은 자기만의 삶을 살다가 자기만의 죽음으로 죽은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남은 사람들이 의식을 갖고 더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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