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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 꿈이 먼저다 - 청소년의 꿈을 알려주는 Map Book
박근일 지음 / 미다스북스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부보다 꿈이 먼저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내게 든 생각은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것이었다. 누가 그걸 몰라? 라는 반문도 들었다. 내가 10대 때 늘 듣던 말들이다.
공부 잘해야 소용없어. 네가 진짜 하고 싶은걸 찾아야 돼.
사람은 꿈을 갖는 것이 중요해. 꿈이 없으면 공부 아무리 잘하고 좋은 대학 가도 후회해.
네 적성에 맞는 일이 중요해. 성적 맞춰서 취업 잘 되는 과 가는 거 인생 낭비하는거야.
한 번 사는 인생 원하는 거 하고 살아야지. 결국은 꿈을 좇는 자가 위너야. 잡스나 빌게이츠를 봐.
그 때도 참 많은 진학 강의들이 있었고 미래의 도전을 위한 강의가 많았다.
하지만 사실 하는 말은 늘 똑같았기 때문에 식상했고 와 닿지도 않았다.
아이들도 꿈에 대한 강의엔 별 반응이 없었다. 진학정보에 대한 강의는 눈에 불을 켜고 집중했지만 꿈에 대한 강의는 아니었다.
왜냐면 당장 우리 눈앞에 닥쳐있는 현실은 전혀 그럴 여유가 없는 곳이었고 꿈이란 걸 생각할만한 환경도, 배려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꿈을 이룬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다른 세상 사람이었고, 결국은 그런 자들도 공부를 잘 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들기도 했던 시절이다.
뭔가 저 사람처럼 꿈을 쫓아 내 인생을 설계하자가 아닌, 꿈일 이루려면 공부가 먼저다라고 생각했던 시절.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은 공부가 먼저고 그렇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는 곳이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리리라.
그랬기 때문에 책의 제목에 반감부터 들었던 것 같다.
나도 나이를 먹으며 세상을 알아가면서 공부보다 꿈이 먼저라는 것을 알고 있다.
주변에서 10대들을 만날 때 마다 나 역시 그렇게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책을 읽는 10대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내가 10대때 느꼈던 반감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참 부정적인 시각이 아닐 수 없다. .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든 생각은, 저자가 학생들에게 전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고 정말 학생들을 위한 진심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볼 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볼 때는 학창시절에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꿈을 가지라고 이야기 하지만 결국 공부잘해야된다고만 하던 앞뒤가 전혀 달랐던 담임에 대한 이야기는 필시 내가 겪은 담임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상위권 학생들만 갈 수 있었던 독서실 이야기는 어떤가? 그 땐 그게 너무나도 당연한 풍토였다. 완벽한 학교의 차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것이 잘못됐다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저 당연하게 잘하는 애들이 가는 곳. 나는 가지 못하는 곳. 학교가 빤히 경쟁심만 부추기고 있었음에도 그저 그 시스템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따랐던 기계같았던 우리.
수학과 영어 우등반과 열등반 역시 마찬가지다. 수준별 맞춤 수업이라는 이유로 반을 나눴지만 결국은 공부 잘 하는 애들이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구분해놓은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수준별 수업이면 수준에 맞게 가르쳐야지 가르치는 방법은 똑같았던 선생들.
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존중받지 못하던 환경이었는가! 저자의 말마따나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하는 건 그저 우리들의 몫, 학생들의 몫이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존중하며 해준 게 뭐가 있나 생각해보면 그런 건 정말 쥐뿔도 없는 학교생활이었다.
아무튼 수많은 공감을 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물론 공감되고 긍정적인 부분들도 있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먼저 긍정적인 부분들은, 저자가 아이들에게 친숙한 언어로 쓰려고 많이 노력한 것 같다는 것이다.
고리타분한 단어들이 아닌 가볍게, 술술 읽히는 단어와 문장이야말로 청소년들의 서적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저자가 10대는 물론 청년들과도 두루 지내는 활동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싶다.
그리고 아이들과 가까웠던 만큼 10대들이 고민하는 부분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저 뜬구름 잡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닌,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부분들을 짚어 내주고 거기에 대한 방안을 제시함으로 모든 것이 불안한 10대들에게 길을 제시해주려고 하는 것이 우리 앞선자들의 올바른 모습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
어쨌든 10대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막연히 깔려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정보에 굉장히 민감하다! 그렇기에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꿈 찾기 이정표는 굉장히 실용적인 가이드인 것 같다.
내가 학창 시절에도 공부나 미래에 많은 도움이 되는 사이트라고 선생님들이 뭘 알려주면 그걸 받아 적고 집에 가면 그 사이트에 들어가기 바빴던 것 같다.
공부에 대한 부담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어쩌면 그 사이트에 들어감으로 나도 미래와 공부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고 나 자신을 안심시키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공부에 관련된 어떠한 정보나 글귀라도 학생들에겐 매우 무게 있게 다가온다.
그 점을 놓치지 않고 제시해 준 저자의 세심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그리고 오디션 프로그램 예시를 통한 꿈을 위한 동기부여 부분.
특히 심사위원들이 10대 지원자들에게 한 말을 정리해놓은 부분은 읽는 나도 뭉클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에겐 인정해주는 저 한마디가 미래를 바꾸는 큰 힘이 된다.
가치를 알아주고 관심을 준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이건 교사의 입장에 있는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부분이었다.
청소년 뿐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르바이트에 대한 부분이 있다. 아르바이트가 다양한 경험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먹고 살아야하는 생계가 달린 전쟁인 아이들은 알바를 경험이라고 생각할 여유조차 없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겐 비현실적이고 사치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상황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잠깐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그 아이들 역시 자신의 적성, 꿈을 찾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또한 단순한 버킷리스트가 아닌, 보물지도라는 구체적 예시를 들어줌으로 꿈을 찾아가는 하나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 부분은 맘에 들었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겐 시각화가 가장 중요하다.
저자가 청소년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대학탐방을 온 적이 있다.
그리고 직접 캠퍼스를 걸어보고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보며 목표가 생겨 스스로 공부하게 된 학생이 있다는 경험담을 소개한다.
또한 손흥민같이 청소년들의 스타를 예시로 들어 꿈의 시각화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소개하는 부분이 설득력이 있어 좋았다.
백 날 말해도 한 번의 보고 느끼는 체험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체험학습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부분이었다.
전체적으로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함으로 아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이런 나였지만 꿈을 발견했고 그걸 쫓아 이 자리까지 왔으니, 너희들도 너희만의 꿈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간절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하지만 책의 진행형태를 보면 아쉬운 점 역시 많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단 챕터에서 중학교 시절 이야기를 한다.
학업은 뒤로하고 오락실에서 살다가 정학을 먹은 이야기와 자연스레 공부와 멀어지고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몰랐던 그 시절을 이야기를 한다.
친구들과 비행을 저지르던 10대엔 그 시절의 소중함을 몰랐다고 후회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음으론 자연스레 그 시절의 이야기가 이어지거나,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은 계기가 나와야 할 텐데 갑자기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단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새 대학도 갔다. 그럼 공부를 했단 소리 아닌가?
어떤 계기로 공부를 하게 됐고 무슨 이유로 대학까지 가기로 했는지 굉장히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책을 많이 읽음으로 이것이 저자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인 글쓰기의 토대가 되었다는 맥락 같은데 사실 굉장히 생뚱맞게 느껴졌고 매끄럽지 못하고 맥이 끊긴 느낌이 많이 들었다.
편집이 잘못된건가 목차도 다시 확인하고 앞 뒤 맥락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봤던 것 같다.
분명히 챕터 제목은 10대에 내가 알지 못했던 부분인데 저 당시는 20대가 아닌가.
읽은 책에 대한 아웃풋의 방법을 알지 못했단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굉장히 맥락에 맞지 않게 느껴졌다.
또 한가지는 그래서 저자는 열등한 학생이었다는 것인가 우등생이었다는 것인가?
상위권 학생들이 들어가는 독서실에도 속해봤고 우등반에도 가봤고 그렇다면 공부를 했단 소리가 아닌가?
저자도 자신이 공부를 조금 했음을 밝힌다.
중학교 때 비행을 저지르긴 했지만 고등학교때는 공부를 한 거 같은데 그 계기가 뭔지 참 궁금해졌다.
그리고 열등생인지 우등생인지 컨셉이 확실했다면 아이들이 좀 더 공감하기 쉽지 않았을까?
그리고 학창시절 이야기가 시간순서대로 차근차근 전개됐다면 서사에 대한 공감도 이해도 훨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꿈을 부모님이라 가족, 친척들에게 찾는다는 건 말은 쉬운 것 같다.
부모님을 죽이고싶을 정도로 갈등상황에 있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그런 환경이기 때문에 꿈을 찾는다는 것이 사치로 느껴지는 친구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친구들이 내면의 자아에 귀를 기울인다? 현실을 모르는 말로 느껴졌다.
같은 맥락에서 아이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해 뭔가 간단하게 답을 제시하고 끝나는 느낌이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열등감을 가지고 있어서 불안해한다는 부분에서 극복해! 하고 끝나는 것이다.
그리고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면 이 책을 신뢰하며 읽던 아이들에게 한 순간에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꿈에 대한 서적은 많다. 그리고 하는 말들도 결국 다 거기서 거기다.
그렇다면 얼마나 그 뻔한 말을 임팩트있게 아이들에게 전하느냐가 꿈과 도전을 말하는 책들의 퀄리티를 정하는 관건이 되는 것 아닐까?
그리고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두 군데 있다.
재밌는 급훈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특정 직업이나 외모 비하나 성 차별적인 표현의 급훈들이 있다.
그런 급훈들은 젠더감수성이 전혀 없고 직업의 귀천을 나누고 비하가 무례인 줄 몰랐던 내가 학창 시절 때의 문구들이다.
좀 더 지금 시대에 맞는 예시의 급훈들이었으면 어땠을까?
이 부분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학생들도 있는데 저 한 구절로 인해 이 책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한 가지는 흙수저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지금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수저론이 왜 나올까?
금수저, 다이아수저여도 꿈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부모님이 돈이 많은 것이 그 아이들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편하게 사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 아니라 꿈을 쫓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 아닌가.
그렇다면 수저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은 꿈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이고 꿈을 모른다면 이 책이 그걸 일깨워줘야 하지 않는가.
근데 돈 좀 있다면 이 책을 보지 않아도 되고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다고 하다니….
이 부분이야말로 이 책의 존재 목적 자체를 뒤흔드는 부분이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난 이 부분을 꼽을 것이다.
그리고 흙수저론을 통한 일반화 역시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민감한 부분인데 닥공해야 하는 이유를 수저론으로 근거 삼기엔 이 책의 목적과 전혀 맞지 않은 부분인 것 같다.
결국 꿈은 여유 있고 돈 있고 좋은 대학교, 좋은 직장을 다녀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란 말처럼 들리고 안정된 삶이 꿈보다 최고라는 말로 보여 진다.
10대들을 위한 열정메신저를 자처하는 저자답게 아이들에게 행복한 미래를 주고자 앞선 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분명히 느껴지는 책이다.
아쉬운 부분들이 물론 있지만, 제시하는 방향 하나하나 아이들을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히 느껴진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