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 될 줄 알았던 한 달이 겨우 엿새 만에 악몽으로 바뀌어버렸다. 14p

 

 

오랜만의 SF

맷데이먼 주연의 영화포스터를 지켜볼 때 쯤 소설이 원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이런류의 소설을 보진 않는데 돌이켜보니 어려서부터 쥬라기공원과 괴생명체가 나오는 몇몇 괴수소설을 제외하곤 딱히 SF를 읽지 않은 소년이었던 것 같다. 특이하게 문학장르에서는 50년 넘지 않은 검증되지 않은 소설은 읽지 않겠다는 불필요한? 엄격함을 적용했다고 해야하나. 희안하게 금욕적인 스토아학파 애늙은이 독서 애호가였던 것 같다.

 

작가의 이력도 꽤 독특한데,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블리자드에서 워크레프트2 개발에 참여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블리자드는 스토리를 먼저 만들고 게임을 만드는 회사라고 들었는데(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래서인지 이야기를 이성적으로 유쾌하게 풀어가는 게임 같은 소설을 쓰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책의 첫머리를 펼치면 달 지도라던지, 위치가 그림으로 나오는데 달에 가본 적 없는 나 같은 사람의 빈곤한 상상력을 보충해주기 위한 배려인가 싶다. 그리고 느닷없이 첫 장 "아무래도 좆됐다." 로 시작되는 첫마디. 여태까지 본 소설의 첫마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첫마디 베스트 텐 중 "국경의 긴터널을 빠져 나오면 설국이었다"(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첫장의 첫마디이다.) 의 바로 밑에 올려 놓을만한 강렬한 문장이었다. 주인공의 고생문이 훤히 열렸다라는 사실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21세기표 월든

구성은 꽤 재밌는데 웃기게도 핸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과 비슷하다. 낫선 화성에서 살아남기나 낫선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나 살아가는건 어디나 비슷한 모양이다. 대부분의 내용이 용역 작업일지처럼 공기는 얼마나 있고 연료는 어느 정도 있는지 부터 부족한 식량을 어떻게 확보할지 등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중간에 욕설로 추임새를 넣는다.) 그의 목표는 1400일 생존으로 새로운 탐험대와 조우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지구와의 투트랙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만큼 하나씩 처리해 나간다.

 


유쾌한 멕가이버

화성에서 고립된지 얼마안가 지구에서도 죽은 것으로 된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때부터 지구에서도 그를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작은 소동들도 일어난다. 꽤 현실적인 부분들로 가령 죽은 주인공 기념우편을 발행했다가 살아있는 것을 회수 한다라 던지(이미 수 천장이 팔려나가 나중에 비싸게 팔릴 수 있으리라), TV방송에서 연일 그의 소식을 전한다라던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는 화성활동의 모든 기록을 깨부수면(회성에서 이동하기, 화성에서 작물 재배하기, 화성에서 시료채취하기 등등) 지구에서 락스타의 자리를 위협하는 최고 라이벌로 등장한다. 우주에서 그는 비록 모를지라도 말이다.

 

하여튼 이래저래 지구에 연락도 되고 나름 적응도 될라치면 뭔가 일이 터진다. 그리고 그는 비상한 머리와 뛰어난 행동력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거의 맥가이버 수준이다. 욕을 잘한다라는 것 만 빼면 똑같다. 확실히 보고 있다면 "주인공 죽을 것 같아"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차피 살아남겠지"라는 직감과 어떻게 살아남을까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유쾌한 과학자인데 설마 죽기야 하겠어.(하는데 정말로 마지막에 엄청난 반전으로 죽으면 어떻하지?)

 

영화도 개봉하니 영화에서는 어떻게 장면들을 구현할지 궁금하다. 나중에 둘 다 보며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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