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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신의 어린 양
tache타슈 / 시크노블 / 2019년 11월
평점 :
학창시절 잠시 방황하기도 했으나 어릴 때부터 몹시 따르던 형을 따라 신부가 된 빈첸시오(시환).시환은 모두의 존경을 받는 형을 자랑스러워하는 한편, 형에게 묘한 감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그저 형을 향한 애정이라 생각하던 시환이었지만 어느 날 형의 진짜 모습을 목격하면서 둘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형제라고 나오기는 하는데 살짝 진짜 형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느껴져서 사실은 아닌가? 했는데 친형제 맞네요.
친형제라는 것도 배덕하지만 둘 다 같은 성당의 신부라는 점에서 배덕감이 플러스 되어 배덕배덕해야 하는데, 제 기준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배덕하지 않아서 좀 순한 맛이라고 느껴졌어요.
동생이 어릴 때부터 형을 향한 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상당히 순수한 편이에요. 문란한 형의 실체를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이 적극적으로 유혹하지 않으면 먼저 나서지 않는 참으로 우직한 동생입니다. 고결한 나의 형이 알고 보니 이런 사람이었어?! 하고 배신감에 마9마9~ 폭주하길 기대했던 제가 쓰레기로 느껴질 정도였어요.
후반부에 형이 자기를 두고 다른 사람이랑 재미 본 거 들켰을 때 잠깐 꼭지가 돌긴 하는데 바로 매달리면서 나 버리지 말라고 매달려서 푸쉬쉭~
다행히 동생이 깎아먹은 배덕감은 형이 열심히 채워줘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입니다.
형이 주체할 수 없는 욕구가 끓어오르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동생을 유혹하는데 둘이 신부고 주로 성당에 있다 보니 그 장소가... 개인적으로 고해성사 하는 곳에서 하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동생 캐릭터는 일관되게 형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형이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을 만날까봐 전전긍긍하는데 형은 적극적으로 동생을 유혹하며 가볍게 굴었다가, 자신의 더러움에 대한 자책과 동생을 향한 죄책감에 동생을 밀어내기를 반복해서 줏대가 없다고 느껴졌는데요. 그 이유가 형의 과거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면서 왜 그랬는지 알고 나니까 형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마음속에 있는 욕망을 과격한 행위로만 해소할 수 있는 형, 그런 형의 욕구를 채워주기엔 형을 향한 애정이 너무 커서 차마 형을 아프게 할 수 없는 동생.
서로를 항한 애정은 있지만 서로 원하는 바와 한계치가 달라서 어긋나는 둘의 사이가 처음엔 답답했는데 형의 상처를 알고 나니 동생이 다정한 사람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의 상처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벽 뒤로 숨는 형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동생의 배려가 결국은 형의 마음을 움직였으니까요.
“형은 왜 형을 사랑하지 않아? 나는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형을 괴롭히는 일은 다 집어치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둘이서 살자. 서로만 보고 살자. 다른 건 하나도 생각하지 말자.”
시작할 땐 분명 금단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배덕한 내용이었는데 점점 배덕함이 정화되더니 힐링물, 구원물이 되어버린 소설이었습니다.
배덕감 넘치는 짜릿한 근친 소설을 기대한다면 순한 맛에 실망하겠지만 근친 입문인 분들께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특히 장유유서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교걸 분들께 잘 맞는 소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