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 독점계약 번역 개정판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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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제를 통해 역사적 사실의 주관적 해석을 강조했으나, 역사가의 자의적 해석 가능성과 역사 발전의 필연성에 대한 맹신, 객관적 사실의 경시 등에서 비판 받는 책이다. 


가장 핵심적인 비판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나친 진보주의적 역사관 (낙관론) 

카는 역사가 더 나은 방향으로 전진한다는 '진보'를 믿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겪은 이후, 역사가 항상 이성적이고 진보적인 방향으로 흐른다는 그의 확신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둘째, 역사적 결과론과 승리자의 논리  

카는 '성공한 사건'이나 '영향력을 미친 인물'에만 집중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역사의 패배자나 소수자의 목소리를 소외시키고, 승자의 기록을 정당화하는 '결과론적 해석'에 치우치게 된다는 비판을 받는다.


셋째, 상대주의의 함정  

"사실은 역사가가 허용할 때만 말을 한다"는 그의 주관주의는 실증주의에 대한 적절한 반격일 수 있었으나, 자칫하면 역사적 진실 자체를 부정하고 역사가의 정치적 입맛에 따라 사실을 왜곡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판 받는다. 


넷째, 거대 담론에 매몰  

카의 시각은 국가, 혁명, 계급 등 거대 서사에만 집중되어 있다. 이 때문에 현대 역사학의 주요 흐름인 일상사, 미시사, 여성사 등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양상을 포착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결론적으로 카는 역사학의 '객관성 신화'를 깨뜨리는 데는 일부 기여했지만, 그 대안으로 제시한 '진보를 향한 목적론적 해석'이 오늘날에는 또 다른 편향으로 읽히기도 한다. 


한때 정치적 좌파 진영에선 이 책을 역사적 진보를 예견하는 바이블로서 추앙하기도 했으나, 칼 포퍼의 "반증가능성에 의한 검증"이 부실한 역사관으로 지목되어 그 허구성이 드러나기도 했다. 


결국 "역사의 진보"라는 것은 믿고 싶은 자들에 의해서만 신봉되는 이념적 도구 내지는 말의 성찬에 불과한 개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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