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위로
배정한 지음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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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학자 배정한 교수가 수많은 공원과 도시를 거닐며 포착해낸 빛나는 지점들과 저자의 깊은 사유 및 통찰이 담긴 책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의 멋진 공원들도 살펴볼 수 있었고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도 첨부되어 있어 기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단순히 공원의 장점만을 나열하기보다 각 공원에 스며 있는 저자의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내 설명하는 방식인 만큼 읽기에도, 읽고 머리에 담는 데에도 수월했다. 전체적으로는 힐링할 수 있는 느낌의 책이지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이 보다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서문에서부터 공원에 대한 저자의 애착과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공원을 ‘인간뿐 아니라 다양한 비인간 생명체와 사물이 함께 존재하는 혼종의 경관’이라든가 ‘누구에게나 자리를 내주는 위로의 장소이자 모두를 환대하는 공간‘이라고 표현한 점이 좋았다. 여러 종이 한데 어우러져 공존할 수 있고 누구든 머무를 수 있는 환대의 공간. 또한 바쁜 일상 속 쉼을 제공해주고 쓸모없이 시간을 보내도록 허락해주는 반가운 공간이다.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공원에서 브런치를 즐기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사색에 잠기는가 하면 때로는 머리를 비우고 쉬는 시간을 가지는 등, 저자는 공원에서의 다채로운 경험을 아낌없이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오직 공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전한다. 공원에 자주 가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저자가 공원들을 하나하나 묘사하고 설명할 때마다 한번쯤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특히 선유도공원에서 느낀 감상을 가감없이 담아낸 부분을 읽고 나서는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p.24-25
한숨에 다가오는 서울의 풍경과 냄새, 뜨거워진 살갗에 와 닿는 서걱한 강바람, 울퉁불퉁한 시멘트 기둥의 생살과 지워지지 않는 물 얼룩의 물성에 포개진 녹색 생명의 힘, 허물어진 콘크리트 잔해와 새로운 철재가 동거하며 빚어내는 생경한 미감을 오롯이 느꼈다.

공원이 지닌 생명력과 생경한 풍경 속에서도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알차게 담아낸 문장이다. 글의 흐름도, 작가의 문장력도 유연하고 부드러워 읽는 데 막히는 구석이 없었다. 한 챕터는 다음 챕터를 기대하게 하는 힘을 지녔고 중간중간에 삽입된 공원의 안락한 이미지는 텍스트로 지친 눈을 환기하기에 제격이었다. 집중해서 읽다가도 한번쯤 쉬게 만들어주는, 그야말로 공원 같은 책이 아닐 수 없다.

도시, 공원, 걷는 행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풍부하고 깊이 있는 통찰 또한 엿볼 수 있었다. 편안하고 멋진 공원들을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는데, 조경학에 관한 지식도 알차게 얻어가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보다 넓은 관점으로 공원을 바라보며 공원의 특성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인 것 같다.

아주 넓고 깊은 호수 같은, 그러나 구석에서 조용히 빛나는 옅은 윤슬들까지도 놓치지 않고 담아낸 탁월한 책이었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환기되는 느낌을 주는 상쾌한 책인 만큼,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 동안의 쉼을 가지며 읽기에 좋을 것 같다. 책에 소개된 공원에 직접 가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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