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린생활자
배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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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밝은 곳을 향하더라도 공간이 생기면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사람의 자취’. 그림자의 세 번째 사전적 정의이다.

이 책에는 그림자 속에서 살다가 그림자조차 감춰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6개의 짧은 작품들이 하나의 이야기 같다고 느껴진 이유는, 인물들이 놓여있는 환경이 다르면서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메마르고 척박하다. 행복을 누리는 것조차 사치가 되는 어두운 곳이다. 그렇다고 인물들이 모두 무기력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 고된 시간이 오겠지만 어쨌든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근린생활자 중

 

 

“그런데도 우린 울음 같은 웃음도 달음박질도 그리고 눈물도 멈출 수가 없었다.”

-사마리아 여인들 중

 

 

과연 세상이 바뀔까? 당장의 내일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지금 나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든데? 그들은 고민한다. ‘고작’ 이런 일로, ‘고작’ 이런 생각으로 나의 삶이 더 나아질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현실을 가볍게 냉소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끝까지 나가본다. 가능한 한 할 수 있을 만큼은 하고 만다. 그것이 좋게 나아가든 나쁘게 나아가든 지금을 살아내는 것이다.

 

그림자 속에도 낮과 밤이 있고, 계절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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