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시간 -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10년, 망각의 독일인과 부도덕의 나날들
하랄트 얘너 지음, 박종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차대전을 일으킨 나치 독일은 결국 완벽히 패망하고, 잿더미가 되어 자신들의 대가를 고스란히 치르게 됩니다. 반면 연합군은 5월 8일, 9일을 '승리의 날'로 기념하며 자신들의 승리를 자축하고 역사에 남겼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끝난 걸까요?

역사의 심판은 이뤄졌고,

나치는 망했으며,

모두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행복하게 일상으로 돌아갔을까요?

이 질문에 답을 주는 책이 '늑대의 시간' 입니다.

저자 하랄트 애너는 1953년에 태어난 독일 저널리스트, 언론학자로 이 '늑대의 시간'에서 다루는 전후 1945-50년의 독일을 간접적으로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모 세대의 증언이나, 어릴 때의 경험 등을 통해서요. 그는 직접적으로 이 시대를 경험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증언과 사료 등을 통해 이 격동의 시기를 생생하게 엮어냅니다.



다들 예상하셨다시피, 이 전후 독일의 상당부분은 절망적입니다.

폭격으로 도시가 거의 전부 파괴된 곳이 상당수였고,

전후 폴란드, 소련 등에 점령당한 동부지역 사람들은 고향에서 다 쫓겨나야 했으며,

남은 주민들도 배급표 쪼가리에 의지하며 하루 약 800칼로리의 식사로 버텨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당시 독일 신문이 보도한 일일 배급량은 설탕 반 티스푼,

손톱만 한 고기 지방,

성냥개비 반만 한 치즈,

고무지우개만한 고기,

우유 한모금,

그리고 감자 두개 뿐이었습니다. 이마저도 못 받는 경우가 많았고요.



하지만 이런 절망뿐만 아니라 희망도 있었습니다.

독일인들은 너나할 거 없이 나서서 폭격과 포격으로 부서진 도시의 잔해를 치웠고,

공장을 다시 돌리고 파종을 했으며,

때때로 시간 날 때는 파티를 하고 무도회를 열며 전쟁 동안 지친 신심을 총체적으로 안정시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 때의 쾰른 카니발은 그 어느때보다 왁자지껄하고 활기찼으며, 카니발 노래는 일부 상황에서 국가를 대신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독일의 양면적인 상황을 생생한 문체와 수십명의 증언을 엮어가며 구성한 책이 '늑대의 시간'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사회가 안 그렇겠냐만은 당시 독일도 한 가지 색깔만은 아니었습니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화합과 다툼이 오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새로운 독일을 만들어갔습니다.

동독의 국가 제목 '폐허에서 부활하며' 처럼 말이죠.



그동안 다른 역사책이 거의 다루지 않았던 이 전후 독일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이 책만한 책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전후 독일로부터 현대 독일의 씨앗이 뿌려진 셈이니, 지금 독일의 기원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당당히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