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이런 저런 기회를 통해 거의 다 접해보았을 것이다. <탈무드>처럼 <예언자>도 오랜 세월 마음을 울리는 문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우리곁에 함께 있었다. '칼릴 지브란'은 레바논태생이다. 온 가족의 희생속에서 공부한 그는 화가가 되는게 꿈이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그 당시엔 받아들여지기 힘들 만큼 환상적인 상상의 세계를 다루고 있어 대중으로 부터 외면받았다.한편 글도 꾸준히 발표했던 그는 아랍어권에선 작가로, 영어권에선 화가로 알려졌다. 35세에 첫 명상시집을 발표하고 40세엔 예언자를 발표한다. 그리고 불과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이 글들을 어떻게 마흔이란 나이에 쓸 수 있을까 싶게 책속 문장들은 가슴을 울리며 영혼을 어루만진다. 이 책은 오르팰리스성 사원에서 12년동안 살았던 예언자가 죽음의 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가르침을 전하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는데, 성서같이 고결한 문장들은 하나하나가 시 처럼 다가오면서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준다. 정말이지 어느 문장이 제일 좋았다 하고 꼽기 힘들만큼 모든 문장이 경건함을 갖게 한다.
이 책은 마치 성서를 읽는 느낌이다. 류시화님이 입혀준 옷을 입어서 일까, 문장 하나하나는 깊은 명상속에 빠져들게 한다.진정한 자유는 근심이 없는 것이 아닌, 그 근심이 온 몸을 휘감을 때 그것을 벗어던질 때 느낄수 있다는 글, 이성이 감정을 이끌어 감정이 스스로 부활을 통해 살아가게 하라는 글은 그의 사유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특히 고통을 통해서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그의 '고통에 대하여' 글은 더욱 마음을 울린다.이 책 속엔 그의 그림과 함께 영문원본도 함께 들어있다. 곁에 두고 늘 함께 하고 싶은 아름다운 잠언집이었다.
그대의 고통이란 그대의 깨달음을 가두고 있는 껍질이 깨어지는 것이다.과일의 씨도 햇빛을 보려면 굳은 껍질을 깨야 하듯이, 그대 역시 고통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그대 만일 날마다 일어나는 삶의 기적들을 가슴속에 경이로움으로 간직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고통도 기쁨처럼 경이롭게 바라볼 것을.-77쪽-
심오한 불교철학을 강신주의 글을 통해 읽으며 다시금 나에 대해 내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시간이 되있습니다. 줄을 참 많이 치고 읽었네요. 여러번 다시 읽게 될거 같습니다.
사실 책을 좋아하기 전엔 여행도중 만나는 문학관은 큰 의미가 없던 곳이었다. 그저 한바퀴 휘 둘러보고 입구에서 사진 한장 담아두는게 방문 목적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독서에 빠지면서 좋아하는 작가도 생기고, 작가의 삶이 얼마나 자신을 혹사하며 그 안에서 어렵게 글이 탄생하는 지 알게 되면서 언젠가부터 내게 문학관은 너무나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토지를 완독하고는 평사리 넓은 들판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고, 작가의 고향에 가서 작가의 발자취를 더듬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작가는 내가 막연히 꿈꾸었던 여행을 하며 나를 대리만족 시켜주며 한편 나를 자극시키고 있었다.
마산에 7년간 살면서 통영을 거의 스무번은 간거 같다. 그럼에도 박경리 문학관이 있는지도 청마문학관, 김춘수 유품전시관이 있는지도 몰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다시금 절실히 와 닿는다. 이제부터라도 가까운 곳부터 한분한분 만나러 다녀야겠다. 그분들의 작품도 읽고 공부하면서 말이다. 이 책으로 인해 인생을 더 즐길수 있는 또 하나의 목표가 세워졌다^^
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우선 '반전'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속엔 기존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매특허같은 반전이 없다. 그럼에도 미친 가독성을 안겨준다. 바로 앞에 읽은 게이고의 책이 많은 실망을 안겨줬던지라 이 책은 사실 별 기대없이 펼쳤었는데 책을 손에서 놓기 힘들만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제목답게 이 책의 대부분은 계속되는 추격전이다.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누군지도 모르는 '그녀'를 찾는 다쓰미와 그를 돕는 친구 나마카와, 그리고 그들을 추격하는 관할서의 고스기형사, 그리고 관할서와 경쟁하며 다쓰미를 찾는 본청 경찰들...이들이 펼치는 쫓고 쫓기는 아슬아슬한 추격전이 눈 덮인 설원을 배경으로 쫄깃쫄깃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책은 손에 땀을 쥐며 스릴있는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만일 다쓰미가 자신은 결백하다는 생각 하나 만으로 경찰서로 향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 성과를 내려고 혈안이 된 이들 속에서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낼수 있었을까. 과연 법이라는 울타리가 그를 보호해줄수 있었을까. 조금 무모해 보일수도 있지만,이 책은 억울한 범죄자가 되지 않으려면 내 무죄는 내가 증명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보여주며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단순히 읽는 재미에 그치지 않고 꼭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가의 의도가 난 참 좋다. 반전이 전혀 없어도, 추격전만으로도 이렇게 대단한 몰입을 줄수 있는 히가시노게이고, 그의 글은 여전히 펄펄 살아 숨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