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우선 '반전'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속엔 기존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매특허같은 반전이 없다. 그럼에도 미친 가독성을 안겨준다. 바로 앞에 읽은 게이고의 책이 많은 실망을 안겨줬던지라 이 책은 사실 별 기대없이 펼쳤었는데 책을 손에서 놓기 힘들만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제목답게 이 책의 대부분은 계속되는 추격전이다.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누군지도 모르는 '그녀'를 찾는 다쓰미와 그를 돕는 친구 나마카와, 그리고 그들을 추격하는 관할서의 고스기형사, 그리고 관할서와 경쟁하며 다쓰미를 찾는 본청 경찰들...이들이 펼치는 쫓고 쫓기는 아슬아슬한 추격전이 눈 덮인 설원을 배경으로 쫄깃쫄깃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책은 손에 땀을 쥐며 스릴있는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만일 다쓰미가 자신은 결백하다는 생각 하나 만으로 경찰서로 향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 성과를 내려고 혈안이 된 이들 속에서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낼수 있었을까. 과연 법이라는 울타리가 그를 보호해줄수 있었을까. 조금 무모해 보일수도 있지만,이 책은 억울한 범죄자가 되지 않으려면 내 무죄는 내가 증명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보여주며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단순히 읽는 재미에 그치지 않고 꼭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가의 의도가 난 참 좋다. 반전이 전혀 없어도, 추격전만으로도 이렇게 대단한 몰입을 줄수 있는 히가시노게이고, 그의 글은 여전히 펄펄 살아 숨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