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 수업
정구학 지음 / 헤이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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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 시대의 노학자이자 인생철학자인 6분과의 인터뷰집으로, 30년간 신문기자 생활을 한 저자의 깊이 있는 질문과 노학자들의 인문학적 대답이 담겨있다. 카페나 실내가 아닌 산책로를 걸으면서 진행된 인터뷰는 길路을 걸으며 인생길道을 생각해 보며 세상에 휘둘리지 않는 지혜를 전하고 있다.





이시우 천문학자

우리 몸은 지구, 태양과 마찬가지로 별이 폭발하면서 방출된 물질에서 나왔으므로 우리에겐 별에 대해 우주적 잠재의식이 들어있다. 별이 살아가는 원리대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다 수용하고 적응하면서 살아야 한다. 인간은 죽어 한 줌 재로 변하고 이것은 다시 다른 생명의 자양분이 되어 순환될 뿐이다. 생에 대한 집착도 죽음에 대한 집착도 버리고 별처럼 무위적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강신익 의철학자

우리에겐 낯선 학문인 의철학. '사람 없는 의학에 반대하고, 의학에 영혼을 불어넣는' 의학이 되길 바라는 의철학자와의 대담은 숭고하다. 우리 몸은 '진화-역사-생애'를 담고 있으며 '몸이 나이고, 내가 살아왔고 해왔고 알아왔던 역사'라고 말하는 철학자의 건강론과 양의良醫론은 현대의학에 일침을 가한다. 또한 무병장수하길 바라는 인간의 욕망을 가차 없이 꾸짖으며 생명 인문학 관점에서 인간과 의학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조장희 뇌과학자

PET를 처음 발명한 세계적인 과학자인 조장희 교수는 건강한 뇌를 만들려면 매일 걷거나 뛰라고 조언한다. 뇌는 80세가 되어도 5-6% 정도 죽을 뿐이며 뇌는 늙어서 나빠지는 게 아니라 쓰지 않아 쇠퇴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생각 중 90%가 감정의 산물이기 때문에 감정의 지배를 받지 않고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서 대뇌를 발달시키고 인성을 키우고 정직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종현 칸트철학자

40년간 칸트철학을 연구한 분과의 대화는 사실 많이 어려웠다. 칸트철학은 인간의 존엄성을 기본으로 한다. 인간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에 비교가 되지 않으며 사람 하나하나가 존귀하다는 것이 칸트철학의 핵심으로, 행복도 도덕이 바탕이 된 그 위에 있어야 의미가 있으며 행복을 최고 가치에 두어 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가치는 행복이 아닌, 그 인간 자체로 그 사람이 얼마나 인간이 되었느냐에 있으며 인문학도 결국 인간답게 사는데 목표를 두고 어떻게 더 완전한 인간이 될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한다고 얘기한다. 특히나 좋은 사회는 절대적인 정의로운 사회가 아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는 '사랑의 사회 '라는 말은 깊은 감동을 남겼다.




윤석철 경영과학자

과학과 인문학을 모두 공부한 학자는 생존 부등식을 기업 경영이 아닌 인생경영에 적용함에 있어 당장 눈앞의 이득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복잡한 세상일수록 오히려 더 단순하게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경영자가 최종 의사결정을 할 때도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고 낮은 사람을 배려하는 인성을 갖추라고 당부한다.



이어령 문학평론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쫓기듯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노학자는 생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 생명은 생물뿐 아니라 자연생명을 모두 포함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자신만이 전부인 양 살기 위해 자연을 죽여왔으나 자본주의 논리를 버리고 살아 숨 쉬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딸로 인해 기독교 세례를 받게 된 이야기를 전하며 학자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아버지로서 인간다운 따스한 모습을 보여준다.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학문에 정진해 온 노학자들에게 배운 인생 수업은 많이 닮아 있다. 세상이 결코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과학자로, 누군가는 의학자로, 누군가는 경영학자로 자신들의 분야에서 최고에 이른 이들이 전하는 똑같은 답은 우리에게 서로 어울려 살라는 것이다. 학자들의 공통된 대답은 점점 개인주의화되는 세상 속에서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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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4 : 구미호 카페 특서 청소년문학 30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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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우는 요즘 불만이 많다. 부자이모가 이모부를 따라 외국에 나가면서 함께 살게된 사촌 재후 때문이다. 그는 180cm의 키,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가졌을 뿐 아니라, 얼굴도 잘 생기고 부티가 줄줄 흐르는 넘사벽의 외모를 가졌고, 최근엔 그가 좋아하는 지레에게 접근해 반지까지 선물로 주며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 이모네는 부자인데 우리집은 왜 이런거야? 그는 돈이 많아 지레에게 반지를 사다주는 재후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그때 마침 큰 길 사거리에서 설문조사를 하고 이끌리듯 가게 된 구미호카페는 그에겐 구세주였다.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는' 카페라니! 성우는 그곳에서 포만바게트를 공짜로 얻어먹고 카페 한켠 진열장에 있는 다이어리를 눈여겨보게 된다. 며칠 망설이다 결국 그 다이어리를 사게 된 성우는 카페 주인 심호로부터 그 물건은 죽은자가 망각의 강을 건너면서 할 수 없이 놓고 간 물건이며, 죽은자의 물건을 사게 됨으로써 20일동안 다이어리 주인의 시간을 빌려다 살수 있다고 듣게 된다. 그리고 그중 10%는 자신들에게 주어야 함으로 결국 18일을 죽은자의 삶을 살게 되며,죽은 자의 삶은 오늘과 내일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말도 전해듣는다. 집에 돌아와 열어본 다이어리는 한 채권자의 수첩이었다. 거기엔 영어선생님의 채무 1500만원이 적혀있었고 성우는 자신을 숨긴 채 영어선생님으로 부터 매일 88만2400원의 돈을 18일에 걸쳐 받기로 한다. 그는 그 돈으로 지레에게 매일 반지를 사주고 좋아하는 음식을 사주면서 지레와 가까워지려 하지만 왠지 둘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매일 88만2400원의 돈은 그날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걸 알게 되면서 오히려 돈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까지 하는데....





하지만 생각해보니까 그 시간은 내 시간이 아니더라고. 내 시간이 아닌 시간 안에서 어떻게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겠니?
p211

죽은 자가 망각의 강을 건너면서까지 가져 가고 싶었던 물건. 그건 그 사람의 삶이었고 그 사람의 애착이 담긴 물건이었을 뿐이다. 설사 그것이 내 손에 쥐어진다고 해서 그 물건도 시간도 결국 내 시간이 아니었다. 그 사람의 시간은 그 사람에게 소중한 것이고 내 시간은 내게 소중한 것이다.




이 책은 구미호식당 시리즈 4편으로 청소년을 위한 책이다. 현실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청소년들의 고민들을 아주 담백하고 직설적으로 담고 있으며 던져주는 메시지도 의미있다. 공부하다 답답한 일로 머리가 복잡할 때 휘리릭 읽고나면, 내 고민과 진솔하게 마주할 수도 있을듯 하다. 그리고 마법에 의지하지 않고 그 고민 한 고비를 넘어서는 순간, 또 한 뼘 만큼 성장한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다.
달이 뜰 때 찾아갈 수 있는 구미호 카페.
결국 마법이란 것은 내가 스스로 노력해서 하나씩 이루면서 얻게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마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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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엔 니체, 퇴근길엔 장자 - 회사 앞 카페에서 철학자들을 만난다면?
필로소피 미디엄 지음, 박주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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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책의 선입견은 어렵다는 거다. 니체의 철학을 무척 좋아하지만 해설서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아직도 니체 소리만 들어도 고개를 흔들었을 것이다. 철학이란 게 어찌 보면 모든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학문인데 왜 철학 책은 그리 어렵기만 한 걸까?
이 책은 철학을 어려워하는 대중들에게 철학을 이해하기 쉽고 쓸모 있는 학문으로 전달하기 위해 여러 철학자들이 모여서 만든 <필로소피 미디엄>에서 펴낸 책이라서인지 아주 쉽다. 이게 철학 책이 맞나 싶을 정도다. 그리고 직장인들이 처한 현실에 빗대어 풀어가고 있어 머릿속에도 쏙쏙 들어온다. 직장 생활을 하며 겪을 수밖에 없는 다양한 갈등들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시키고 위로까지 건넨다.



이 책은 1부는 니체를 비롯한 서양철학을, 2부는 장자로 대표되는 동양철학을 다루고 있다.
서양철학에선 하이데거, 사르트르, 마르크스, 카뮈, 니체, 칸트, 들뢰즈를, 동양철학에선 손자, 순자, 한비자, 장자, 공자, 맹자, 왕양명을 다룬다. 철학자들의 이름만 들어도 경직되지만 저자는 그들의 철학을 정말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퇴사 고민은 왜 끊임없이 계속되는지, 월요병은 왜 생기는 건지, 사내 부조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하는지, 메말라가는 회사 생활은 어찌해야 할지, 끝없는 업무 속에서 생기는 짜증은 어찌 이겨내야 할지, 나의 제안이 무시당하는 회사에선 어찌해야 할지 등 현실 속 고민들을 쉬운 철학으로 접근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철학 속에 빠지게 한다.

죽음은 인간에게 최대의 한계지만, 하이데거의 눈에는 빤한 일상을 깨우는 찰나의 경종이었다' -하이데거 중-

'우리는 생명이 다하는 시점에야 자아의 창조가 완성되고, 나 자신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그 전까지의 나는 끊임없는 선택으로 자아를 만들어 나가고 있기에 계속 미완성인 것이다.' -사르트르 중-

'병이 났다는 것은 쉬어야 할 때라는 신호이듯, 부조리감은 삶을 돌아봐야 할 때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카뮈 중-

'공자는 낙담에 대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가치는 남이 정의하는 것이 아니고, 당신이 당신 자신에게 긍정하는 것이며, 당신이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공자 중-


내가 이 책 속에서 발견한 철학자는 부조리를 다룬 카뮈와 잔혹을 다룬 한비자다. 내 삶 속 부조리는 어찌 받아들이고 어찌 이겨내야 할지 그리고 그 부조리에서 역으로 삶에 대한 긍정을 불러일으키는 카뮈의 철학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또한 유가사상의 세상 속에서 지나치리만치 현실적이었던 한비자의 철학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철학은 우리 사는 세상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우리가 힘들 때 가장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학문이다. 그럼에도 어렵게 써진 철학 책은 삶에 지친 이들이 다가갈 수 없는 먼 곳에 있다. 힘들 때 펼쳐보고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며 위로받을 수 있는 이런 책을 좀 더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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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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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에쓰코가 죽었다. 딸아이 유치원 가방 원단을 사기 위해 급하게 나갔던 아내는 딸 유미가 베란다에서 밀어 떨어뜨린 엉겅퀴 화분으로 인해 급정거한 차량에 치어서 죽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딸이 이 사실을 모르고 살도록 할 수는 없을까요?" 그는 어떻게든 딸이 사고의 진상을 모르고 살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15년 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비밀을 알아. 돈을 내지 않으면 당신 딸한테 전부 까발릴 거야" 그리고 그 협박범이 찾아온 날, 그는 스트레스로 기절하고 만다.

병원에서 퇴원한 그는 어떻게든 딸아이를 협박범에게서 떨어지게 하기 위해 어디든 가야 했고 딸아이와 누나와 함께 그가 자란 고향 하타가미로 떠난다.

30년 전 마을 축제를 위해 버섯국을 만들던 어머니가 폭행을 당해 죽고, 1년 후 다시 마을 축제에서 벼락을 맞아 온몸에 흉터를 남긴 누나. 그리고 아내의 복수를 위해 버섯국에 맹독성 흰알광대버섯을 넣어 동네 유지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았던 아버지. 그들은 그렇게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왔기에 그곳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딸 유미는 그 사건을 파헤치고 싶어 했고 그렇게 그들은 30년 전 사건 속으로 다시 휩싸이게 되고 사건의 진실이 하나 둘 드러나게 되는데...



이 책의 저자인 '미치오 슈스케'는 새롭게 떠오른 일본의 추리작가다. 사실 난 한 번도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 선입견 전혀 없이 책을 펼쳤는데, 프롤로그부터 빠져들기 시작해 묘한 끌림으로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도무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15년 간격을 둔 두 사건이 도대체 어떻게 연결될까 의아해하며 읽었는데, 본문 속 편지나 협박범 등 작가가 책 속에 박아놓은 트릭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뒤통수를 친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따뜻한 가족애를 밑바탕에 둔 스토리라서 더 좋았다. 결국 하얀 거짓말로 가득 찬 반전을 보여주는 에필로그를 읽을 땐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누군가가 생각 없이 가볍게 저지른 범죄는 단순히 피해자 당사자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고통은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가족 모두의 몫으로 커져 온 가족을 비극으로 몰고 간다. 이 책은 분명 놀라운 트릭들을 숨겨놓은 잘 짜여진 추리소설이지만, 다 읽고 나면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비극사를 읽은듯한 묵직함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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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인물편 - 벗겼다, 세상을 바꾼 사람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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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절대적인 진실이란 게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은 어느 역사학자에 의해 그 시대에 맞게 각색된 것일 뿐이었다. 어찌 보면 역사는 진실이란 말을 붙이는 게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읽는 이 책도 또 다른 시대에선 또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한마디로 역사는 분명한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아주 다양한 관점에서 그 역사를 읽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자, 이 시대에 해석된 벌거벗긴 세계사 인물들을 만나보자.

그 첫 주자는 역사상 인물들이 존경한 알렉산드로스다. '위대한 정복자'라는 수식어대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정복했을 뿐 아니라 헬레니즘 문화를 만들어낸 위대한 알렉산드로스를 어린 시절부터 파헤친다.

다음은 진시황제다. 진나라의 첫 황제가 된 진시황제의 강력한 왕권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가 죽고 불과 3년 뒤에 왜 진나라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지 그 비밀을 벗긴다.

그다음은 폭군으로 알려진 로마의 황제 네로다. 어머니의 엄청난 치맛바람으로 왕에 오르고 그 어머니를 죽이게 되기까지 과정, 그 후 점점 폭군이 되어가는 과정은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다음은 잔인한 지배자로 알려진 칭기스 칸이다. 바닥 인생으로부터 최고 지배자에 이르기까지의 칭기스 칸의 삶을 따라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의 놀라운 정치 센스와 몽골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다음, 학창 시절 신대륙의 발견자로 달달 외운 콜럼버스의 뒷이야기는 내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던 사실에 찬물을 끼얹고 나를 혼돈 속에 빠져들게 한다.

다음은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든 엘리자베스 1세로 여왕으로 즉위하기까지의 험난했던 과정과 해적을 이용했던 영국과 결혼한 멋진 여왕을 만나본다.

그리고 사치의 대명사로 남아버린 앙투아네트 왕비에 얽힌 억울한 그녀의 삶을 하나하나 파헤친다.

그 후 나폴레옹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가 과연 영웅인가, 아니면 독재자인가 함께 고민해 본다.

마지막으로 남북전쟁하면 생각나는 링컨을 통해 남북전쟁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만나본다.



그저 잔인하다고만 알고 있는 칭기스칸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물불을 안 가렸지만, 막상 최고위치에 오르고 나선 너무나 공정하고 열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누구나 정의롭다고 느끼고 있는 프랑스혁명은 남성 위주의 한계를 가진 혁명이었다. 네로는 처음부터 폭군이 아니었고, 앙투아네트는 시대가 만들어낸 가엽은 희생자였다.

이 책은 내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세계사의 숨은 진실들을 알게 해주었다. 콜럼버스의 위대함은 승자의 입장에서 쓰인 유럽 위주의 세계사였을 뿐, 반대편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세계사는 또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역사는 한 가지의 사실을 두고도 역사가와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되고 평가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기존 역사가의 사료에만 의존한 역사는 편견에 갇힐 수밖에 없다. 그 역사가 쓰여진 상황과 배경, 그리고 강자가 아닌, 그 반대편의 입장까지 두루 살피는 과정을 통해 역사는 재해석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배타적이지 않은 서로의 문명을 존중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래야 역사도 성장하고 우리의 미래 또한 성장할 것이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재미와 교육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책이다. 그냥 무심히 읽다 보면 머릿속에 풍부한 세계사가 자연스레 암기되는 놀라운 책이다. 거기에 편협된 역사가 아닌, 다양한 각도에서 역사를 재해석하는 즐거움까지 맛보게 해준다. 진짜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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