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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인물편 - 벗겼다, 세상을 바꾼 사람들 ㅣ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2월
평점 :
역사에 절대적인 진실이란 게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은 어느 역사학자에 의해 그 시대에 맞게 각색된 것일 뿐이었다. 어찌 보면 역사는 진실이란 말을 붙이는 게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읽는 이 책도 또 다른 시대에선 또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한마디로 역사는 분명한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아주 다양한 관점에서 그 역사를 읽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자, 이 시대에 해석된 벌거벗긴 세계사 인물들을 만나보자.
그 첫 주자는 역사상 인물들이 존경한 알렉산드로스다. '위대한 정복자'라는 수식어대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정복했을 뿐 아니라 헬레니즘 문화를 만들어낸 위대한 알렉산드로스를 어린 시절부터 파헤친다.
다음은 진시황제다. 진나라의 첫 황제가 된 진시황제의 강력한 왕권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가 죽고 불과 3년 뒤에 왜 진나라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지 그 비밀을 벗긴다.
그다음은 폭군으로 알려진 로마의 황제 네로다. 어머니의 엄청난 치맛바람으로 왕에 오르고 그 어머니를 죽이게 되기까지 과정, 그 후 점점 폭군이 되어가는 과정은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다음은 잔인한 지배자로 알려진 칭기스 칸이다. 바닥 인생으로부터 최고 지배자에 이르기까지의 칭기스 칸의 삶을 따라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의 놀라운 정치 센스와 몽골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다음, 학창 시절 신대륙의 발견자로 달달 외운 콜럼버스의 뒷이야기는 내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던 사실에 찬물을 끼얹고 나를 혼돈 속에 빠져들게 한다.
다음은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든 엘리자베스 1세로 여왕으로 즉위하기까지의 험난했던 과정과 해적을 이용했던 영국과 결혼한 멋진 여왕을 만나본다.
그리고 사치의 대명사로 남아버린 앙투아네트 왕비에 얽힌 억울한 그녀의 삶을 하나하나 파헤친다.
그 후 나폴레옹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가 과연 영웅인가, 아니면 독재자인가 함께 고민해 본다.
마지막으로 남북전쟁하면 생각나는 링컨을 통해 남북전쟁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만나본다.
그저 잔인하다고만 알고 있는 칭기스칸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물불을 안 가렸지만, 막상 최고위치에 오르고 나선 너무나 공정하고 열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누구나 정의롭다고 느끼고 있는 프랑스혁명은 남성 위주의 한계를 가진 혁명이었다. 네로는 처음부터 폭군이 아니었고, 앙투아네트는 시대가 만들어낸 가엽은 희생자였다.
이 책은 내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세계사의 숨은 진실들을 알게 해주었다. 콜럼버스의 위대함은 승자의 입장에서 쓰인 유럽 위주의 세계사였을 뿐, 반대편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세계사는 또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역사는 한 가지의 사실을 두고도 역사가와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되고 평가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기존 역사가의 사료에만 의존한 역사는 편견에 갇힐 수밖에 없다. 그 역사가 쓰여진 상황과 배경, 그리고 강자가 아닌, 그 반대편의 입장까지 두루 살피는 과정을 통해 역사는 재해석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배타적이지 않은 서로의 문명을 존중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래야 역사도 성장하고 우리의 미래 또한 성장할 것이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재미와 교육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책이다. 그냥 무심히 읽다 보면 머릿속에 풍부한 세계사가 자연스레 암기되는 놀라운 책이다. 거기에 편협된 역사가 아닌, 다양한 각도에서 역사를 재해석하는 즐거움까지 맛보게 해준다. 진짜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