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
임후남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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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평점 5점

"책방을 하기 전과 책방을 한 후 달라진 것은 무엇이 있으세요?"
그는 말했다.
"내 맘대로 하는 것이요. 하기 싫은 일은 안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책방 주인을 꿈꿔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여행을 할 때마다 그 지역의 독립서점을 들러 기념품처럼 책을 고르고, 가능하면 북스테이에서 머무르려고 노력하는 나도 작은 책방을 꾸미고 싶은 막연한 꿈이 있다. 책 냄새 가득한 곳에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만나고, 책 얘기를 나누고, 종일 책을 읽고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는 순간이다. 그런데 그런 상상 속의 삶을 살아가는 분이 있다. 저자의 책을 읽으며 나는 몽글몽글한 내 꿈을 대리만족시키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꼈다. 나보다 두세 살 많을 듯한 비슷한 나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저자의 일상이 내가 꿈꾸던 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별게 아닌 문장에도 줄을 긋고 그 문장에 한참을 머물며 작은 책방의 여유 있는 삶을 만끽했다.





나이 들면 지금보다 할 수 없는 일이, 하고 싶어지지 않은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때, 하고 싶을 때 해야지. P67

책장을 넘기면 평화롭고 소소한 저자의 일상과 마주하게 된다. 용인의 한 시골에 집을 구하는 과정, 멀리서 찾아온 손님이 책을 읽다 나간 후 느끼는 감정들, 책방 앞의 정원을 가꾸는 일, 좀 더 다양한 이들을 만나기 위해 독서모임과 에세이 창작 수업을 하며 책방을 키워가는 과정, 책방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인연들에 관한 이야기들... 소소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훔친다. 그러다 시골 책방에서 열린 콘서트에 눈물을 훔치는 저자의 글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저자의 행복감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내가 만든 작은 공간에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공연이 펼쳐지고, 그 자리에 참석해 음악에 푹 빠져있는 이들을 바라보는 저자가 마치 나인 듯, 꿈을 이룬 이가 마치 나인 듯했다. 자신이 누군가로 인해 오페라에 빠져들었듯, 자신이 기획한 공연이 다른 누군가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은 읽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모든 것은 역시 한때다. 그 시절을 지나고 또 다른 시절도 지나고,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 이렇게 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가끔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렇게 살기를 백번 잘했다는 것. P91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덮고 생각하니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아주 어릴 땐 간호사가 꿈이었지만, 크면서 꿈은 대학 입학이었고, 취업이었고, 결혼이었고, 아이의 미래에 내 꿈을 얹어놓았었다. 책방의 꿈을 현실로 이루는 일은 사실 너무 힘든 일이다.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일이기에 어쩌면 책방은 더 '꿈'을 꾸게 만들고 그저 '꿈'으로 그칠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책방은 저자의 글처럼 설렘과 떨림을 동반하기에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꿈꾸게 한다. 그래서 '나는 책방 하는 지금이 제일 좋다'라는 저자의 문장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읽는 내내 평화로웠다. 퇴근 후 몇 장씩 읽으며 행복감에 지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한 번 더 읽고 올가을엔 여기선 멀지 않은 저자의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가 봐야겠다.


땅에서 쑥쑥 솟는 새순을 바라보고, 단단한 나무를 뚫고 터져 나오는 새순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마치 세상천지에 이곳만 봄인 것처럼, 처음 봄을 맞이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오늘 아침의 봄은 다시 오지 못할 봄. 어떻게 호들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도 책방 문을 열었다. 나의 호들갑을 알아차리는 이가 있을까, 설렌다.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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