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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 - 벗겼다, 국가를 뒤흔든 흥망성쇠 ㅣ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4월
평점 :
나처럼 <경제>란 단어만 붙으면 일단 경직되고 보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푹 빠져서 세계사를 따라가다 보면 깨알 같은 경제 상식까지 쏙쏙 머리에 들어와 박힌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오일쇼크, 기축통화 같은 단어들이 더 이상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세계사를 바꾼 경제 상황을 시대적 원인부터 차근차근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4권째 벌거벗은 세계사를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이보다 친절한 역사책은 없을 거라는 거다. 진짜 강력 추천하고 싶다.
중세 유럽 최고의 부자였던 메디치 가문. 그들이 사실은 평민 출신이었고 당시 교황청의 권력에 편승해 은행을 통해 부자가 되고 공작의 신분까지 올라가 권세를 누리다 몰락하기까지의 이야기, '설탕'을 얻기 위해 시작된 영국의 삼각무역과 노예제 폐지를 위해 평생을 바친 윌버포스의 감동적인 역사 이야기,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면서 커피에 빠져들고 유럽으로 퍼져나가게 만든 오스만제국의 커피 사랑, 또 식민지 시대 돈이 없었던 미국이 어떻게 기축통화가 되었는지 그리고 기축통화가 됨으로써 미국이 겪을 수밖에 없는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어 영국에서 제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계기와 농업사회가 공업 사회가 되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되었지만, 그에 반해 빈부격차, 환경오염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영국의 다각도적인 노력도 살펴본다. 또한 석유 생산량과 유가를 좌지우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돌아보고 석유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적나라하게 들여다본다.
이어 미국을 주 무대로 활동했던 마피아에 대해 알아본다. 시칠리아 섬에서 시작된 마피아의 탄생부터 치열한 보스들 간의 세력 다툼과 그들이 수익을 위해 어떤 사업들에 손을 대고 어떻게 세력이 약화되었는지가 영화처럼 펼쳐진다.
다음으론 마약의 제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멕시코의 마약과의 악연을 19세기부터 풀어본다. 마약 카르텔이 형성되고 마리화나에서 코카인으로 마약이 바뀌며 콜롬비아가 신생 제국으로 등장한 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과 마약 카르텔의 잔인한 복수까지 놀라운 역사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대단한 가문이라고만 알고 있던 메디치 가문의 이중성, 영국의 노예제도, 미국의 석유 탐욕, 마약 카르텔등, 돈을 좇는 인간의 욕망이 낳은 참혹한 세계사를 접하며 희망보다는 절망을 여러 번 느꼈다. 시대는 다르지만 계속해서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앞으로도 일어날 잔인한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변화시켜야 할지 지난 세계사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