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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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조용한 시뷰코트 노인 보호주택에서 간병인을 하고 있는 나탈카는 오늘도 변함없이 폐기의 집을 방문했다가 그녀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이가 90이 넘었다지만 어제까지도 건강하던 폐기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던 나탈카는 폐기의 책 들 속에서 그녀에게 헌정된 많은 책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책들이 모두 살인을 다루고 있었다는 점과 폐기의 명함에 <M.스미스 부인. 살인 컨설턴트>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경찰에 그녀가 살해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하게 된다. 살인 컨설턴트라... 사건을 맡은 하빈더 경사는 이미 심장마비로 처리된 폐기의 죽음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하고, 유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책 속에 끼워진 '우리가 당신을 찾아간다'라고 씐 엽서가 발견되고 누군가 총을 들고 들어와 폐기의 남겨진 많은 책 중 이미 절판된 <감사 단식>이란 책을 훔쳐 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폐기의 죽음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고 폐기에게 가장 많이 헌정을 한 덱스 첼로너 작가를 통해 폐기가 많은 작가들에게 살인에 대한 조언을 통해 그들의 작업에 많은 관여를 했음을 알게 된다. "진짜로 잔인하고 기발한 죽음의 방법을 생각해 내는 데에는 페기만 한 사람이 없었지요."
그러나 곧이어 덱스 첼로너 마저 총을 맞아 살해되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페기와 관련된 작가가 살해되며 수사는 난항에 처하게 되는데...






많은 작가들에게 살인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던 페기. 그래서 그녀에게 헌정된 많은 책들. 도대체 페기는 어디서 그 많은 아이디어를 끌어올 수 있었을까 궁금해하며 책에 빠져들 즈음, 연속되어 발생하는 살인사건은 독자를 끝을 알 수 없는 터널 속에 빠지게 한다.


설정 자체가 기발하고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이 책은 책의 많은 부분을 의문의 연속적인 살인사건의 발생을 다룬다. 책의 분량이 얼마 안 남은 상황까지도 끝을 알 수 없게 진행된다는 점이 흥미롭게 하지만, 반면 그로 인해 범인이 추리로 인해 밝혀지기보다 CCTV로 뜻하지 않은 인물로 밝혀지는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독특한 삶을 살았던 한 노파에서 시작된 연쇄 살인사건이 이 책의 주를 이루고 있지만, 책 속을 관통하는 건 작가의 고뇌와 욕망이 아닐까 싶다. 얼마나 글쓰기가 힘든지, 작가의 처절한 몸부림을 마주하며 온몸으로 써 낸 작가의 글을 우린 너무 쉽게 평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기발한 설정과 낙천적인 진행으로 가볍게 읽혔음에도 책을 덮고 나니 애잔한 여운이 머릿속을 맴도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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