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J의 다이어리
전아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홧김에 선이라도 볼까 생각했다가 이제 더 이상 홧김에 무언가를 저질러도 잡아주거나 와서 말려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른이 된 건가. 어른이 되는 건 혼자가 되는 거랑 비슷한 걸까?]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은 아직은 당당한 어른이라고 말하기에는 노련함이 부족한 주인공 소정이 연애를 하면서 다른 곳과는 조금 많이 다른 병원에서 역시 다른 곳과 많이 다른 특이한 환자들을 만나면서 또 친구들과 여러가지 일을 함께 겪으며 한발짝 성숙해지는 내용을 그린 휴먼드라마이다.


세상은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는데 아직 스스로를 어른이라 느껴본 적 없는

세상은 청춘이라 포장하는데 정작 스스로를 청춘이라 부르지 못하는

그들을 우리는 20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다음 웹툰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프롤로그에 나온 말이다.


소정은 딱 저 20대의 혼란스러움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주인공이다.

언제까지 마냥 놀 수만은 없고 그래서 서울 밖을 벗어난 외곽 지역의 병원에 겨우 취직해서 그나마 여태까지 해논 공부의 결정체인 간호사 일을 하고 있다.

근데 얼핏 보면 폐교같이 보일 정도로 후진 외관 뿐만 아니라 후진 의료진들까지 정상적인 병원의 모습이 아니다.

오죽하면 주민들이 [나몰라 종합병원]이라고 부르겠는가.

이상한 병원에 정상적인 환자들이 있으면 괴리감을 느낄 독자들을 배려한건지 환자들도 결코 멀쩡하진 않다.

맨날 너 아직도 살아있냐고 아침인사하며 투닥투닥 싸우는 재미로 사는 할머니들에, 걸리면 자해공갈단으로 쇠고랑 차지 않을까 걱정되는 아저씨, 분명 여자랑 마음이 통하는거 같은데 자꾸 안사귄다고 하는 수줍은 외국인 노동자, 또 병원의 아이돌 폭주족 고등학생까지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환자들이 병원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환자 한명 한명과 엮이며 진짜 사람을 치유하고 싶어하는 제법 간호사 티가 나는 간호사로 변해가는 소정의 모습에 엄마미소가 지어진다.


주 무대가 병원이긴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어른으로 가는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는 모습이 나온다.

친구 미정이와 연수와의 일이라던지, 남자친구 동석과의 사귐과 헤어짐에서 20대 나이에 하는 고뇌와 체념이 잘 나타난다.

나도 가끔씩 차라리 누가 아예 인생 이정표를 딱 그려주고 이대로만 지나가면 된다고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나만 하는 생각은 아니었나 보다.


이 책은 현실적인데 우중충하지 않고 밝은 느낌의 소설이다.

울적한 마음을 잠시 쉬게 해주고 싶을 때 부담없이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하라면 이 책을 추천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로밤바 - 1915 유가시마
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나지윤 옮김 / 학고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한창 재밌게 봤던 애니매이션 '검정고무신'과 어린 유승호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집으로'가 생각나는 책이다.
제목의 뜻이 뭘까 싶어 보게 된 책이다.
초반에 하얀 벌레무리들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나와서 웬 벌레지 했는데 알고보니 하얀 할머니라는 뜻이었다.
1915년이면 세계 정세가 한창 불안정한 시기였을 텐데 유가시마라는 시골은 세상 돌아가는건 나와 전혀 상관 없다는 듯이 평화롭다.
이 잔잔하고 조금은 나른한 분위기의 마을에서 주인공 고사쿠의 성장스토리가 시작된다.

고사쿠의 가족관계도는 우리나라의 막장드라마의 뺨을 후려 칠 수준이다.
이때까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첩을 둘 수 있는 모양이었나 보다.
고사쿠를 키운 할머니가 원래 고사쿠 증조외할아버지의 첩이었다가 어찌어찌 호적정리를 해서 고사쿠 엄마의 양어머니가 되었다.
아침드라마처럼 끈적끈적한 가족관계도지만 여기서 중요한건 할머니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고사쿠에게 이보다 더 애지중지 할 수 없다 싶을 정도로 애정을 쏟아 붓는다는 거다.
할머니와 고사쿠의 소소한 일상들을 보면서 나도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어렸을 때 우리집에 한번 오시면 자꾸 베란다 청소하시고 집안 정리하시고 반찬 하나라도 더 많이 만들어 놓고 가려고 이것저것 해놓고 그러셨는데 지금은 몸이 불편하셔서 요양원에 계신다.
멀지 않은 곳에 계신데도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내가 참 싸가지 없다 싶다.
생각난 김에 들려야겠다.

고사쿠의 일상을 보며 엄마가 어린시절에 대해 얘기해줬던 것도 떠올랐다.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외할아버지랑 같이 소끌고 풀뜯기러 갔다는 얘기,
친구들이랑 공기놀이 하면서 놀았던 얘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던 외삼촌을 그 때 당시 가끔 집에 밥 먹으러 오는 사람으로 생각했었다는 얘기,
등등 그 당시 시골 향기가 가득 담겨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고사쿠가 학교에서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기고 또 복잡한 관계의 가족들 사이에서 나름 눈치를 보고 또 유가시마를 떠나 도착한 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조금씩 어른이 되가는 모습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엄마한테 이 책을 보여주면 진짜 재밌게 읽을 것 같다.

일본 문학 소설 답게 특유의 잔잔함과 지루함이 섞여 있는 책이다.
너무 별 사건이 없어서 심하게 심심하기도 했지만 100년 전 일본의 시골모습을 이토록 상세하게 그린 작품이 또 어디있을까 싶다.
옛 일본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내 어린시절은 어땠었나 되돌아보는 시간도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절대가이드 - 자신만만 떠나는 우리나라 완벽 여행 코스, 개정판 절대가이드 시리즈
최미선 지음, 신석교 사진 / 삼성출판사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자신에게 제대로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방법을 모르는 것 만큼 안쓰러운게 없다고 생각한다.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한계에 임박했을 때 지친 나를 위해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동안 갖고 싶었던 값비싼 빽이나 구두도 좋지만 뭐니뭐니해도 여행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게 혼자 하는 여행이 됬든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이 됬든지간에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작은 일탈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최고로 궁상맞게 불쌍한 나를 위한 최적의 여행지가 어디 있을까 싶어 이 책을 찾게 되었다.
5년 전에 나온 책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걸 보니 괜찮은 책이지 않을까 싶어서.

이 책의 저자들은 부부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잘 만나 지금도 이곳저곳을 여행다니며 인생을 참 즐겁게 사는 것 같아 보였다.
책 표지에 써있는 것과 같이 이 책에서는 총 89개 지역 700여개의 명소들을 소개한다.
게 중에는 익숙한 여행지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여행지도 있는데 이렇게 한 책에 다 모아놓고 보니 우리나라에 그래도 볼만한 장소가 꽤 되는구나 싶었다.
일본이나 중국은 각 지역마다 특색도 있고 볼거리도 많고 한데 외국인들은 대체 한국에 오면 뭘 보고 가는걸까 궁금했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이 책에 소개되어진 몇개 관광지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여행책답게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역할에 충실한 책이다.
중심 여행지를 메인으로 그 주변에 또 갈 만한 곳과 먹을 곳, 숙박할 곳, 특산물까지 적혀져 있다.
많은 정보가 들어있어서 정말 유익한데 보면 볼수록 차가 있어야 돌아다니기 편할꺼 같아서 가기 힘들어 보였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국제페스티벌을 한다고 하는데 이건 꼭 참가해보고 싶다.
거의 10년 전쯤에 가족들과 함께 하회마을에 다녀온 기억이 있는데 그 당시에도 거기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꼭 조선시대처럼 다들 한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에 신선해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곳 사람들은 그렇게 생활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조금 있으면 3일 연속 휴일이 있고 또 다음달엔 추석연휴가 있다.
꼭 계획을 하지 않고서라도 어디든지 일단 출발부터 하고 싶다.
다른거 필요 있나? 그 한걸음 떼는 순간이 여행의 전부지 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라 다이어 1
미셸 호드킨 지음, 이혜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시리즈물이라고 한다.

마라 다이어는 그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시리즈물인지 모르고 봤다가 이야기의 진전은 없고 중간에 뚝 끊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마지막부분에 이게 결말인가? 하고 어리둥절 했었는데 뒷 이야기가 더 나온다고 하니 다행이다.

 

기이하고 조금 무서운 표지그림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주인공 여자인 마라가 친구인 레이첼과 클레어와 함께 약간 분신사바 비슷한걸 하는 장면이 처음 등장한다.

그러고 6개월 뒤 두 친구는 죽고 남자친구였던 주드는 행방불명이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넷이 다 같이 있을 때 무슨 일이 있었고 사고가 났는데 마라만 살아남은 것이다.

이게 실제인지 환청인지 중간중간 죽었다는 친구들이 말을 걸고 사라졌다는 주드가 계속 나타나고 해서 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처음엔 이해가 안됬다.

마라가 진짜 미친건지 기억이 왜곡된건지 알쏭달쏭한 상태에서 노아라는 남자주인공이 나와 궁금증에 불을 지핀다.

책에 나와있는 묘사대로라면 노아는 매력이 넘치는 남자다.

매번 등장할 때마다 약간 헝클어진 모습으로 나오는데 그게 오히려 그를 더 완벽하게 멋져 보이게 만든다.

노아도 미스테리한 행동들을 많이 하는데 그래도 주인공을 도와주는 유일한 지원군으로 나온다.

마라의 비밀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으로써 또 마라의 연인으로써의 역할을 너무 충실하게 해서 사실 미스테리 부분을 빼고 보면 그냥 연애소설이라고 봐도 무관할 듯 싶다.

 

이야기가 중간에 끊겨서 그런가?

중요한건 아직 시작도 안한 듯한 감칠맛나는 느낌이다.

그래서 마라의 능력 때문에 뭐가 어떻게 됬다는 건지 첫번째 편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이게 저주를 다루는 능력인가? 마음 먹은대로 죽일 수 있는?

다음에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궁금하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빨간 책 - 사춘기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불온서적들
이재익.김훈종.이승훈 지음 / 시공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요즘들어 서평을 모아놓은 서평집을 많이 보게 됬다.
얼마 전엔 헤르만 헤세가 쓴 서평집을, 그 전엔 고전 소설을 추천해주는 책을, 또 그 전엔 유명한 사람이 인문학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는 책을.
거의 신간 책을 찾아보기 때문에 요즘 독서의 트렌드가 이렇게 바뀌고 있는 중이구나를 몸소 겪고 있는 중이다.
아마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책을 소개하는 책도 많아지는것도 같고
혹은 요즘 사람들이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책 한권을 읽기 보단 이렇게 줄거리를 요약해놓고 거기에 대한 평만 보는 것을 빠르고 간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수요에 맞춰 책이 공급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나 요즘은 '팟캐스트'라는 라디오매체로 책이나 영화 클래식 등을 소개하는 프로가 핫 하다.
이 책은 '씨네타운 나인틴'이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는 세명의 피디들이 자신의 삶에 크고 작게 영향을 미친 인생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내 사춘기를 장식한 책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만화책과 무협 판타지 로맨스소설들같은 장르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살면서 그렇게 미쳐서 무언가에 몰입한 적이 없었는데 위 책들에 푸욱 빠졌었다.
내가 중학생때까지만 해도 만화책을 보고 로맨스소설을 읽는게 마니아적인 느낌이 강해서 비주류에 속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 웹툰과 웹소설이 나옴으로써 만화가 엄청 대중적인 콘텐츠로 바뀐 지금이 너무 신기하다.
진짜 [원피스]나 [슬램덩크] [반항하지마]와 같은 만화는 보면서 인생을 배웠는데...
그때 하나하나 읽으면서 만화책을 소개하는 서평을 쭈욱 써왔다면 나도 책 한 20권은 시리즈로 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아쉬워진다.

이 세명의 PD가 소개해주는 책들도 다 재미있어 보인다.
단순히 책 소개만이 아니라 책을 보고 느꼈던 자신들만의 생각과 경험을 곁들여 독자와 대화하고 있는 것 마냥 서평을 썼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기필코 읽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책인데 아직도 손을 못댔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나서 진짜 보려고 했었는데... 여기서 다시 이 제목을 듣게 되니 정말로 당장 서점가서 사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태까지 판타지 소설을 추천하는 경우는 못봤는데 여기 이승훈PD님이 이영도작가의 [눈물을 마시는 새]를 말해서 너무 반가웠다.
한국인들이 장르문학을 천대시한다는 의견에 너무 공감이 갔다.
왜 영국에서 [해리포터]를 쓰면 세계적인 작품이 되는거고 우리나라에서 [비뢰도]가 나오면 애들이나 읽는 수준낮은 무협소설이 되는건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가 얼마나 혁신적인 세계관을 갖춘 소설인지 직접 읽어보지 않고는 모르는데 그냥 한낱 판타지물로 취급받는게 안타깝다.
요즘 웹소설이 너무 로맨스장르로만 치중되고 있는데 더 발전해서 다양한 장르가 판치는 문학놀이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책 표지에 '우리는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잘못 배운다'라고 쓰여있다.
그래도 그 배움의 선택권이 책을 고르는 나 자신에게 있다는 점이 책을 읽는 가장 큰 매력 아닐까.
세 PD들의 서평을 보며 다시 한번 책은 많이 보는것 보다 한권을 보더라도 제대로 깊이있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또 앞으로 서평쓸 때 좀 신경써서 써볼까? 라는 생각도 든다.
혹시 아나 내 서평들을 엮어서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날이 오게 될지...?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