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ㅣ 소담 고전 명작 시리즈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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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머리 이식을 실험한다는 경악스러운 뉴스를 봤다.

장애가 있는 몸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라는 보기 좋은 명분을 내보였지만 세상 말세다 싶었다.

성공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발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고 만약 정말 성공한다면...?

그때부터 진짜 아비규환이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다, 꼭 장애인들만 젊고 튼튼하고 싱싱한 몸을 원하는 건 아닐 테니까.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과학기술 덕분에 2015년을 사는 사람들은 전 세대를 통털어 가장 편리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소식을 들을 때면 그 고마운 기술의 발전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사람이 빠르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만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 약 100여년 전 영국에 살던 올더스 헉슬리라는 사람도 100년 후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다.

이 <멋진 신세계>라는 책을 써낸걸 보니 말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조지 오웰의 <1984>는 미래에 대한 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양대산맥이다.

너무 유명하면 오히려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워져서 여태 안읽고 있다가 이번에 새로운 번역본이 나오면서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충격적인 세계관과 가치관에 놀란것도 잠시, 다른 것보다도 대체 무엇이 그가 이런 소설을 써내도록 만들었을까가 궁금해졌다.

세계대전과 산업혁명을 몸소 겪은 그의 눈에 비친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는 사회의 모습이 썩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나 보다. 


신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은 큰 문제 없어 보인다.

비록 태어나기도 전부터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조금 모자란 상태로 태어나기도 하고 애기때부터 수천번의 비정상적인 반복학습을 통해 확실한 세뇌교육을 받는 등의 예외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만족하며 살아간다.

일반 노동자나 고위 간부 이런 직업에 상관 없이 모두가 자신이 하는 일이 제일 행복한 일이라고 인식하는 사회에서,

사랑이나 교육, 경쟁으로 인한 질투, 시기심, 경멸, 스트레스 따윈 전혀 없으며 심지어 스트레스가 좀 생기더라도 약 하나 먹으면 말끔해지는 그런 세상에서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기계처럼 해나간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순간도 이 사람들에게는 제품이 생산되고 폐기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어떻게 보면 한 사람의 통치자가 원하는 가장 완벽한 백성들(?)과 시스템이 결집된 곳이 이 신세계인 것 같다.


신세계의 외부에서 온 제 3의 인물이 이 시스템은 이상하다고 지적해도 신세계 사람들에겐 들리지 않는다.

이미 자신들은 너무도 만족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인간으로써 누려야 할 당연한 것들을 전혀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이게 잘못된 것이라는걸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행복하다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소름끼쳤다.

사람을 가축보다 못한 존재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교육이, 과학이, 체계가, 사회구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무서워졌다.


책을 보는 내내 쭉 섬뜩해하면서 보다가 후반부에 신세계사람이 하는 말에 생각이 꼬이기 시작했다.

제 3 인물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오히려 상대방을 안쓰러워 하면서 왜 불행을 스스로 찾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텍스트로만 본건데 어쩜 이렇게 생생하게 문장이 들리던지 한참을 그 페이지에 멈춰 있던거 같다.

정말 현 상황에 한 점 불만 없이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한테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을 예상하지 못한 사람에게서 들었을 때의 그 기묘함이란, 신선한 경험이었다.

아 이 사람들한텐 그게 최고의 상황이구나, 정말 진심으로 만족해하면서 사는구나,

근데 제 3자가 거기다 대고 이건 가짜 행복이라며 정상적인 삶이 아니라는 지적을 할 자격이 있나, 막말로 자유를 누리며 산다해도 다들 그렇게 만족스러워 하면서 사는건 아니지 않나, 개인의 행복에 관점을 둘 때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가 이 멋진 신세계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소설에서도 개인이 사회와 그 시스템과 싸워서 이길 수는 없구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난 지금 이런 규칙 속에서 돌아가는 사회에 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등등 무수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했다.


이제 막 책을 덮었지만 바로 다시 정독하고 싶은 책이다.

두번째로 읽으면 지금과는 또 다른 생각이 들 것 같고 또 보지 못했던 다른 것을 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책의 영원한 라이벌인 <1984>에도 무한한 호기심이 돋는다.

무엇보다 이게 100년 전 사람이 쓴 책이라니!! 경악을 넘어 경이롭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 이런 상상력을 펼칠 수 있었다니 천재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런데 어울린다고 본다.

정말 괜찮은 책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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