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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의 묘
전민식 지음 / 예담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2012년에 <대풍수>라는 드라마를 방영했었다.
지성, 송창의, 지진희, 김소연, 이윤지 주연인 이 드라마는 풍수지리와 관상으로 새시대의 왕을 만든다라는 신선한 소재로 이목을 끌었었는데 용두사미가 된 안타까운 작품이었다.
산으로 가는 스토리에 흥미가 떨어져 중간에 그만둔 드라마지만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건 극 초반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겠다며 이미 만들어진 무덤을 손으로 파서 아버지의 유골을 묻는 광기어린 이윤지의 연기가 너무 강렬하게 남았기 때문인거 같다.
명당자리의 기운을 받는다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내가 받아들이기엔 다소 판타지스러운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런 곳이 있다면 나도 좀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다.
이 책은 바로 이 명당을 찾을 줄 아는 땅을 보는 눈을 가진 지관들이 절대 권력자인 대통령이 암살당한 뒤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싸움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왜 하필이면 수많은 시민들의 직업중에 굳이 지관이라는 직업과 군부독재시절을 엮었을까 생각해봤다.
자연에 기대어 사는 정치와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들마저도 당시 권력을 쥐고있는 사람들이 필요로 한다면 얼마든지 빨갱이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걸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땅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에 항상 그곳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하지만 결국에는 땅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던 중범.
세상에 버려진 자신을 거둬준 중범과 중범의 아버지 황창오를 의지하고 따르면서도 언젠간 다 벗어던지고 새출발할 날을 꿈꾸던 도학.
평범하다 못해 안쓰러운 삶을 살고 있던 이들의 권력다툼에 휘말리게 되면서 찝찝한 결말을 맞게 된다.
등장인물 중 가장 이해도 안되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인물이 황창오다.
중범이랑 도학은 황창오만 있다면 일이 다 마무리될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상황에서 황창오가 나타난다 해도 뭘 할 수 있다는 건지
마지막엔 뭘 다 알고 찾아온건지 아니면 어쩌다 들렸다가 아이를 거둔건지 도무지 무슨 역할인지를 모르겠다.
사건이 발생하고 마무리되는 그 9일 동안의 스토리가 도학을 중심으로 제법 긴장감 있게 전개되어 몰입도를 높인다.
하지만 소재가 소재인지라 다 읽고 난 후의 그 껄적지근함, 마치 일 보고 뒤 안 닦고 나온 듯한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 또 소설이 나왔다.
매번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대체 권력이 뭐라고 사람을 그지경까지 변하게 만드는걸까 싶다.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만으로도 스스로 엄청 만족스러울 것 같은데 막상 힘이 손에 쥐어지면 느낌이 다른가 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여태 권력이라는걸 모르고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진짜 절대 권력자가 되었을 때 나는 이 책 속에 나오는 권력자의 모습과 다를꺼라고 어떻게 확신하겠는가.
그래도 나중 일이야 어떻게 되든 아닌걸 아닌거라고 생각할 줄 아는 지금의 나를 잃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