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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소설이 아니었다. 82년생 김지영은
책을 통해 안개처럼 뿌옇던 나의 시야가 걷혀지는 느낌을 받았다. 차별이라고, 폭력이라고 느끼지 못했던 무지한 시절.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고 무엇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른 채로 살았다. 책을 읽고서 수 많은 의문이 들었다. '그 땐 왜 그랬지? 왜 그래야하지?'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았고, 억울했고, 지금의 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속상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창시절 반에 남자아이가 여자보다 더 많은 건 당연한 줄 알았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남녀 짝꿍을 정하고 남은 남자들끼리 짝꿍하는 건 늘 그랬기에 '왜 남학생이 더 많은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생명을 정해두고 출산하는 게 아님에도. 고등학생때는 남녀 반을 따로 했더니 남자반이 2개 더 나왔을 때도 나는 무지했고 심각성을 몰랐다. 내가 태어난 90년대에는 남아선호사상이 심해서 수 많은 여자아이들의 낙태로 이뤄진 결과라는 걸 어릴 때는 몰랐다. 낙태의 온전한 책임을 몸과 마음으로 겪은 여성들이 또 안타까웠다.
어릴 적 친할머니랑 같이 살 때 아버지가 집안의 가장이었다. 할머니에게 손녀의 배고픔은 귀찮은 일이었고 아들의 허기짐은 중요한 일이었다. 냉장고에서 아무거나 꺼내 먹으라던 할머니는 아버지의 퇴근 1시간 전부터 상 차리기 바빴다. 못보던 고기, 생선반찬은 아버지와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꼭 나왔다. 왜 아빠한테만 잘해주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는 '아버지는 돈 벌어오시잖아'라고 대답하셨다. 학생인 나를 제외하고 집안에서 돈 안버는 사람이 없었다. 엄마도 그랬고. 할머니마저 소일거리 하시겠다고 부업을 하고 집안일을 많이 하셨기에 이해가 안되는 말이었다.
남자아이들의 장난은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유치하고 개념이 없는 행동이지만 그 것에 똑같이 대응하고 혼내주는 여자아이는 없었다. 선생님께 말해도 해답은 '무대응'이었다. 여자아이들은 정말 아무말도 안하고 표정없이 꾹 참고 무표정으로 대했다. 그럼 남자아이들은 시간이 지나 장난을 안쳤지만 이게 정말로 좋은 방법인가? 무관심은 아주 소극적인 방어자세라고 생각한다. 더 강력하게 거절하고 싫다고 말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야했고, 남자아이들의 비뚫어진 관심 표현을 엄하게 잘못된 행동임을 가르쳐야 했다. 나를 포함한 여자아이들은 자신의 발언을 남들앞에서 강하게 나타내는 것을 두려워했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다. 조용히 있으면 착하고 순한 여자아이로 칭찬받곤 했었다.
크면 세상은 달라질 거라 했지만, 사회에 나가보니 더 좌절스러웠다. 면접자리에서 남자친구는 있냐, 결혼은 언제 할거냐 질문은 어딜가나 들었고 입사한 회사에서는 남녀 직급차이가 눈에띄게 존재했다. 남자는 사원부터 임원까지 분포되있었고 여자는 과장이 상한선이었다. 경력단절인 셈이다. 미혼, 기혼 둘 다 있지만 출산휴가를 다녀온 여자는 '눈치'보는 게 있었다. 직장과 육아를 동시에 하며 피곤해했고 일하는 중간에도 아이가 아프면 달려가야 하는 것은 엄마였다. 그런 엄마의 역할을 도와주는 사람은 대체로 친정 어머니였다. 베이비시터도 마찬가지. 결국 여성의 고통을 여성이 분담하고 있는 꼴이다. 남편은 어디있는 가?
내가 어떻게 지금보다 나은 결혼을 꿈꿀 수 있으며 미래에 내 사회적 지위를 꿈꿀 수 있을까? 첫 여성 장관이 나왔다느니 할 때도 일부 사람들은 시대가 바뀌었다 하지만 사회는 그런 한 두 사람으로 달라지지 않는 일이다. 고시 합격률에도 상위권에 여자들이 많다 이런 이야기는 대단한 일이 아니다. 여성들에게 남자들과 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임금으로 차별해서 안된다
여성들만의 공감을 하는 것으로 그쳐선 안된다. 달라지는 게 없을 테니, 피곤해서. 질타를 받을까 겁이나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등의 이유들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2016년부터 페미니즘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고 많은 여성들이 조금씩 목소리를 내고있다. 82년생 김지영을 국회의원들이 읽고 대중화되면서 계몽시켜서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 달라졌으면 한다. 지영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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