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사 - 거미는 움직이지 않는다
최윤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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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동경이었다.

명관은 축구를 좋아한다. 신혼여행에서조차 몰래 축구 경기를 볼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는 그는 그중에서도 강민의 넘버원 팬이라고 자칭한다. 철딱서니 없을 정도로 축구에 열광하지만, 그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가 있다. 아직 솜털이 남아 있는 밤톨 같은 머리, 심장이 좋지 않지만 언젠가는 강민처럼 그라운드를 누비게 될 아들이었다. 아들의 생일을 맞아 찾은 축구 경기장에서 강민의 분풀이 공에 아들이 맞아 코피를 흘리게 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이후 명관은 강민의 곁에서 그의 여자 문제를 비롯하여 자질구레한 뒤처리를 도맡게 된다. 처음에는 그와 함께 일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러나 드넓은 한남동 저택을 드나들며, 강민의 화려한 삶을 가까이에서 볼수록 돈도 명예도 없는 초라한 자신을 마주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경기 중 명관은 강민을 구하게 되고 사람들은 그를 의인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의 찬사가 쏟아질수록 명관의 마음속에 욕심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도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다.’
한 번뿐인 인생, 더는 누군가의 이정표로 살기 싫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자신도 ‘최강민’처럼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명관은 자신의 삶을 NPC로 비유하고는 했다. 그런데 자신에게도 주인공이 될 기회가 찾아왔다.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설렘을 안고 스타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생각보다 일은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자신의 추악한 면을 알고 있는 강민은 명관의 입을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명관은 결국 추락하고 만다.

“우리 복수라는 거창한 말, 하지 말아요. 그냥 받은 만큼 돌려주자고요. 누군가를 끌어올리는 건 어려워도, 끌어내리기는 쉬우니까요.”

동경은 증오가 되었다.

“저건 ‘파우사’라는 거야.”
“파우사?”
“응, 파우사. 스페인어로 멈춘다는 뜻인데, 바로 패스하지 않고 기다리면서 상대가 더 끌려오게 만드는 전술이야. 그럼 수비라인이 조금씩 벌어지거든. 그 틈으로 훨씬 위험한 패스를 넣는 거지.”

이 소설의 제목인 ‘파우사’는 축구 전술이다. 소설은 이 전술을 제목으로 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챕터 제목 또한 전반전, 후반전, 동점골처럼 실제 경기의 흐름을 따라가듯 이어진다.

서로 골을 내어주지 않기 위해 견제하고, 빈틈을 노리며,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는 모습은 경기와 닮아 있다. 경기를 뛰는 건 그들인데, 읽는 내가 숨 쉴 틈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잔디가 깔린 그라운드가 아니라 진흙탕이다. 심판의 레드카드조차 무시한 채 서로를 끌어내리려는 두 사람의 싸움은 처절하고, 저열하며, 때로는 찌질하기까지 하다.

명관은 결코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우상이었던 강민에게 밀려 절벽으로 추락했던 명관이 다시 절벽 위로 기어오르는 모습은 그를 응원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파우사』는 휘슬이 울릴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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