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 살아가는 힘
시바타 도요 지음, 채숙향 옮김, 문서빈 사진 / 지식여행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 '시'를 읽은 적이 언제였는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2년 전, 그것도 10년 만에 만난 시집이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제외하고 '시'란 것에 관심을 가졌던 때는 고등학교 1학년. 그때는 사랑에 관한 시를 많이 읽었으며 짧은 문장으로, 적절하고 함축적인 단어로 표현되는 '시'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었다. 그 감동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건방지게도 자작시를 끄적이기 시작한 무렵이기도 하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후에 정말 오랜만에 시집을 손에 들었다.
<100세 - 살아가는 힘> 시인 이름은 '시바타 도요'다.
92세에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해서 99세에 첫 시집을 출간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두 번째 시집이 바로 <100세 - 살아가는 힘>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의 첫 번째 시집이 15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시집은 벌써(?) 두 번이나 읽었다.
'시'란 것이 워낙에 긴 글은 아니지만 <100세-살아가는 힘>의 시집에 있는 시들은 유난히 짧고 활자 또한 크다. 거기에(?) 평화로운 사진들도 들어있다. 그래서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99세 시인의 여유로움과 인생을 바라보는 노시인의 시선이다. 100세를 앞 둔...

'시'는 처음 읽었을 때와 다시 읽었을 때 느낌이 다른 것이 있어 놀람을 가질 때가 있고, 또한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의미와 단어의 오묘함을 발견할 때까 있다. 특히 후자는 나에게 큰 행복과 미소를 가져다 준다.
이 <100세-살아가는 힘>도 그랬다. 화려하지도 않고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편안하다. 그리고 미소짓게 한다.
<상냥함> <페이지> <짊어지다> <길-당신에게>...이 시집에 들어있는 시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들이다. 다른 시들에서도 중간중간 미소짓게 하는 표현들이 있으며 시인의 연륜에 고개 숙여지는 내용도 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긴하다.
시인이 일본 사람이다. 그래서 번역본 시집이다.
다른 문학작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시'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단어 하나하나에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는데, 그래서 원래 쓰여진 일본어로 읽을 수 없음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이 시집을 읽으며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
시의 내용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장 큰 것은 시인의 나이와 그녀가 쓰고 있는 모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리뷰는 좀 독특하게(?)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써 보는 것도 괜찮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 아들입니다^^

엄마!
오늘은 시집 하나가 제게 도착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시랑 좀 친했잖아여...ㅎ
시인이 일본 사람이예요. 나이는 99세.
그런데 이 분이 쓰고 있는 모자를 보니까 엄마 생각이 나더라구요.
엄마가 항암제 치료하면서 머리카락이 빠져서 쓰고 계시던 모자랑 색깔도 같고 모양도 비슷해서...그리고
'우리 엄마도 살아계셨다면 노후에 글을 쓰셨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시인은 92세에 시를 쓰기 시작하셨다네요.

전에 엄마가 예쁜 노트에 시와 아름다운 글들을 옮겨 적었던 것 기억하세요?
제가 엄마 생신선물 중 하나로 드렸던 노트에 무엇을 채울까 고민하시다가 가끔 시간을 내어 무엇인가를 적고 계시던 엄마 모습이 떠오르네요. 다는 기억이 안나는데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가 처음이었던 것은 확실해요^^
아들의 생각과 감성들을 공유하신다고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일부러 많이 듣고 배우시고, 좋은 글이나 시를 좋아한다고 이것저것 챙겨주시며 함께 하시던 엄마가 그리워집니다. 지금도 그런 것들을 함께하면 참 좋을텐데...

그리고 가끔 '엄마 선물!'이라며 아무 이유없이 장미꽃 한 송이를 전해주던 제 모습 기억나세요?
그렇게 엄마와는 <모자지간>보다는 <모녀지간>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정다감했고 장난도 많이 쳤었는데...
왜 이 시집을 읽으면서 이 모든 추억과 기억들이 밀려오는지 확실히는 알 수 없어요.
시인이 먼저 떠나간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내용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유독 시인의 아름다운 노년과 지금의 모습에서 엄마에 대한 그림자를 찾으려고 하는 것인지...아님 둘 다인지...
만약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엄마 생신선물로, 아니면 그냥 장미꽃 한 송이와 이 책을 선물로 드렸을 것 같아요.
"엄마 선물! 이 분 99세인데 이 책이 벌써 두 번째 시집이래. 엄마도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ㅎㅎ"
이런 말을 하면서 말이죠^^

간만에 시를 읽어서 그런지 마음도 편안해지고, 덕분에 엄마 생각도 하고...
이 시집이 저에게 준 가장 큰 '엄마선물'이네요^^
엄마!
하늘나라에서 아빠와 행복하게 살고 계시죠? 엄마 생각만 한다고 아빠가 삐치지는 않으시겠죠?ㅋ
두 분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담에 기회되면 또 편지할께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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