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서구권 나라에 비해 수가 적을지언정 우리나라 이민자 수도 늘어가고 학교에선 필수적으로 다문화 교육을 가르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좀 어색하게 다뤄지긴 하지만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가 흔히 나온다.
그래서 주인공 재일의 엄마가 베트남 사람인 건 놀랍지 않았는데, 피부가 파랗다는 건 무슨 말인지 궁금했다.
작품을 읽어 보니 피부가 파랗다는 건 은유적 표현이 아니었다.
소설 속 재일은 이유는 모르지만 파란 피부로 태어난 아이었고, 파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설정이었다. 혹시 실제 사롄지 궁금해서 '블루멜라닌'으로 검색해 보기도 했는데, 작가의 상상력이었다.
파란 피부로 태어난 재일은 한국인 아빠, 베트남인 엄마, 평범하게 태어난 동생 재우와 가족이다. 어린 재일은 베트남어를 가르치려는 엄마와 영어를 공부하라는 아빠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한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의 계속된 싸움 끝에 아빠는 미국으로 이민 갈 것을 통보하는데, 그 과정에서 아빠는 그 결정이 파란 피부인 '재일'과 동생 '재우'를 위한 것이라 덧붙인다.
재일의 엄마는 아빠의 결정에 반기를 든다. 미국으로 합류하겠다며 동생 재우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가버린 것. 딱히 유별난 복선은 없었지만 엄마가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고,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재일은 서먹하다 못해 가장 근거리에서 무심하게 자신을 차별하는 아빠와 미국에서의 이민자 생활을 시작한다.
당연하게도 재일의 미국 생활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재일을 가만두지 않았다. 친구들은 린치를 가하고 역사 시간엔 선생님도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재일이 버틸 수 있는 건 '사람' 덕분이었다. 작품 중반부 쯤 읽을 때, '작가가 주인공에게 가혹한 설정들을 덕지덕지 발라놓은 만큼 숨은 쉴 수 있게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었구나' 생각했다. 비록 이 생각은 후반부에 바뀌게 되지만..
외로웠던 재일에겐 소중한 인연들이 여럿 생긴다. 미국에 먼저 자리잡고 있던 삼촌과 병국이 형. 삼촌과 병국이 형은 재일을 괴롭히는 사람들의 따귀를 갈기고 주먹질을 해 준다. 작품 속 삼촌과 병국이 형이 폭력을 사용할 지언정 재일을 지켜주는 모습이 통쾌했다. 그들도 재일처럼 동양인 이민자로서 미국에서 살아남고 자신들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인물들이다. 삼촌과 형이 어른이란 이유로 재일을 가르치려 하거나 타이르지 않는다. 재일의 마음 속 응어리 진 분노를 대신 갚아준 사람들. 내 편을 위해 주먹을 날려본 적이 있던가? 그들은 든든한 재일의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