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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ㅣ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로제 마리 & 라이너 하겐 지음, 이민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스페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가는 누구일까? 피카소 아니면 고야일 것이다.
2009년 4월 나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박물관을 다녀왔다. 당시 여러 유명화가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단연 돋보였던 작가는 역시 고야의 그림이었다. 고야의 그림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고등학교 미술책에서 봤던 그 유명한 마야이다. 그녀의 모습을 1미터 앞에서 실제로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참 벅차 올랐다.
마야의 모습은 요염하면서도 한편으로 수줍어보이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입매, 뚫어질듯 관객을 바라보는 강렬한 눈빛, 풍만한 육체가 주는 여성의 아름다움,
이 모든 것이 오랫동안 내 눈을 그녀에게 고정시켰고, 퇴관시간까지 그녀의 벗은 모습과 옷입은 모습이 나란히 걸린 조그만 실에서 나는 그녀에게 매여 있었다.
프라도 박물관 뿐 아니라 스페인 궁에도 고야의 그림은 대형작품으로 여러편이 걸려있었는데 궁내의 서점에서는 주로 고야의 서책들을 중심으로 판매가 되고 있을 정도였다.
사진이 없던 시기에 궁정화가로서의 기록화를 남기 화가로서의 삶, 각종 명화들의 숨은 이야기들을 이 책 고야에서는 살펴볼 수 있어 반갑다.
특히 눈길을 사로 잡은 부분은 고야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들 편이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한결같이 웃지 않는다. 왜일까? 고야가 작품을 그리던 당시 스페인 여성들은 내전과 기근으로 굶주리고, 죽임을 당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감히 웃음을 지으며 여성성을 강조한 그림들은 그리 환영을 받지 못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고야 그림 자체에 대한 해설뿐 아니라 고야의 생애와 관련된 삶과 관련 인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어서 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그가 그려놓은 초상화 속의 고야는 추하고 작고 못생긴 얼굴로 묘사되었지만 이토록 오랫동안 세계 각국의 사람들의 마음속에 사라지지 않는 명화를 남긴 그는 역시 대단한 화가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