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논쟁에서 압도적으로 이기는 38가지 기술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최성욱 옮김 / 원앤원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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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최근 서점에서 굉장히 뜨거운 인물이다. 사망한지 150년도 넘은 인물이지만 현대 사회가 왜 그를 찾는지 그의 얘기가 담긴 책 한 권으로 바로 이해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원하다"

쇼펜하우어의 생각은 굉장히 직설적이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 대해서 서슴없이 얘기하기에 늘 겸손, 가만히를 외치던 한국 사회에 사이다를 들이부어준다. 특히 한국 사회의 굉장히 이질적인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까내리는 듯한 그의 이야기들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크게 와닿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먼저 이 책의 목적은 토론에서 이기는 것이다. 토론은 무승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승패가 있는 말하기이다. 이론적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도 드러내고 논거에 대한 반박 기타 등등 굉장히 매너 있고 기품 있어 보이는 말하기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방어하는 본능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허영심은 타고났으며 특히 '지력'에서 강하게 발동한다고 한다. 즉 남보다 자기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 사회 뿐만 아니라 연예인, 운동선수의 스캔들에서까지 논쟁이 붙으면 무조건 이기려 든다고 본다. 만약 본인이 어리석은 주장을 했을 경우 상대방의 반박을 받아 마땅하지만, 인간은 상대의 반증을 받아들임으로써 상대가 나보다 똑똑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토론은 '진리 탐구'의 순수한 목적으로부터 멀어지고 상대에게 내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행위로 변질되었다.

그의 이러한 기반적 사상은 현대 사회에서 너무나 공감이 간다. '정치판만 봐도 그렇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다. 이겨먹으려고 아주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은 고개만 돌리면 바로 찾을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즉, '건강한' 토론은 이제 너무나 이상적인 얘기가 되었다. 토론을 검술과 비교하면 상처를 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상대를 칼로 찔러 쓰러뜨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 책에는 38가지 기술이 나온다. 기술에 대한 언급이 매우 직관적이어서 내용이 많지 않지만 바로 이해가 된다. 그리고 절대 유쾌한 기술들만 있지 않다는 점을 꼭 짚고 넘어가야한다. 왜냐하면 실제 토론은 유쾌하고 정중하게 진행되는 경우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어 올바른 판단을 방해한다. 화를 돋우기 위해서 노골적인 행동이나 말을 통해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상대방의 말에 트집을 잡는 방식이다.

또 다른 기술로는 말싸움을 걸어 무리한 주장을 유도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자극하여 상대방의 주장을 무리하게 끌어올려 진실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장된 주장을 반박하면, 마치 상대방의 원래 주장까지도 반박한 것처럼 보이게 되어 상대방이 올바른 주장을 했어도 전체를 흔들어버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방식의 논쟁 기술들이 38가지 언급된다. 물론 모든 근거가 다 맞고 주장 자체가 우위에 있으면 너무나도 좋겠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사실상 없다. 그리고 더더욱이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생각해봐야하는 것은 상대방이 나에게 기술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의 예시대로 상대방이 나의 감정을 고조시켜 주장을 흐리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있다면 제목 그대로 논쟁에서 압도적으로 이기는 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이다.

토론 기술에 대한 공부도 되는 책이지만 인간 그 자체에 대해서 배울 수 있던 책이었다. 또한 나의 토론 하물며 대화하는 태도는 어떠한지 돌이켜볼 수 있던 책이었다. 직설적인 사이다를 원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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