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 개역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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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드보통의 여행의기술을 읽었습니다.

몇년 전 다른 독서모임에서 에리히프롬의 사랑의기술을 읽었을 때, 영어를 가르치셨던 분께서 ‘기술(Art)‘의 어원에 대해 설명해주셨던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번 책에서도 ‘기술‘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선정한 것에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Art의 어원은 Techne라는 그리스어이고요, 우리가 생각하는 테크놀로지의 어원과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고있는 예술이라는 의미가 기능, 기술, 인간이 인위적으로 창조하는 모든 것을 일컫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행의 기술은 무엇일까. 몇년동안 지속되는 코로나 탓에 여행가고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인간이 여행을 다니게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여행을 바탕으로, 훌륭한 안내자들을 예시로 삼아 그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잘 읽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 것 같아요. 몇몇 안내자와 여행지를 제외하고는 익숙하지도, 흥미롭지도 않은 사람, 장소였다고 할까요. 저의 부족한 지식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폰 홈폴트나 워즈워스, 에드먼드 버크 같은 사람들은 처음들어보는 탓에 읽기전에 검색을 해보기도 했고요, 장소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숭고함에 대한 파트는 종교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흥미롭게 읽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좋았던 파트는 빈센트반고흐의 눈열어주는미술에 대하여 였습니다. 제가 마음을 많이 쓰는 화가이기도 했고, 제가 생각하는 여행과 가장 일치하는 내용이라 즐겁게 읽었습니다. 특히 화가(시인) 그가 눈여겨 본 시각에 대한 취향(243p)라는 부분이 가장 공감이 갔는데요, 그림이든, 음악이든, 책이든, 다른 장르의 예술이든, 독자 개인적 취향이라는 것은 ‘눈여겨본 시각‘이 독자와 예술가가 서로 일치할 때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흐는 그 시각이 선(善)과 긍정, 그리고 ‘노랑‘으로 가득차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올님 서평에 등장하는 영혼의 미술관 영업당했습니다..!)

저자의 책 중에 가장 인기가 많았던 책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일 것 같은데요, 이번 책의 제목을 이렇게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 우리는 여행을 하는가.‘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아름다운 광경도 늘 우리 주위에 있는 풍경인 양 스쳐지나가게 된다.(33p)‘로 시작하여 ‘우리가 여행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은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여행하는 심리에 더 좌우될 수도 있다(308p)‘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 여행의 기술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오직 나에게 특별할 수 있는 과거를 만드는 일]인 것 같습니다. ‘오늘보다 긴 목숨을 부여받는 장면(26p)‘이라는 구절과 같이, 내 인생에서 잊히지 않는 어떤 순간들을 만드는 행위랄까요. 그것이 책에서 기술(記述)하는 출발에 대한 기대와 이국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 시골과 도시로의 여정, 예술과 아름다움 등등 다양한 여행의 기술(技術)로 작용할 것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장소가 서로 다를지라도 결국은 마음가짐에 달려있는 것. 그런 의미에서 독서도 또다른 유형의 여행 같다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니 선과 긍정을 가지고 책을 읽고, 나도 기록해보는 것. 그러다보면 ‘방구석‘에서도 다른 어딘가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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