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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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잊을만하면 꺼내놓는 빌 브라이슨의 구절입니다.
[미드나잇라이브러리]를 읽고 이 구절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동시에 우리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데서 그 맥락을 같이하는 말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여러 영화 속에서, 여러 강의와 다수의 에세이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이야기 일수 있습니다.

그런데 매트헤이그(저자)는 이 뻔한 이야기를 아주 새롭고, 따뜻하고, 힘있게 풀어냅니다.

소설은 노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친구, 오빠, 반려동물, 피아노를 가르치던 학생까지 무엇하나 노라와 함께해주지 못해요.

이 세상에서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심지어 내 몸과 마음조차도 말이죠)

내게 주어진 시간만큼은 스스로 끊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걸까요?

그러한 맥락에서 소설 속 '시간'은 가장 큰 메세지를 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닫힌 시간 속에서 노라는 '무한한 노라'를 경험하게 됩니다.

어쩌면 내 것이었을, 수많은 선택에 의해서 버려지거나 놓친 노라들을 만나게 되죠.

하지만 그것은 '노라'가 아니었어요. 노라는 책 속의 표현 따라 '이방인'이나 '스파이'와 다름이 없었죠.

완전히 다른 누군가의 껍데기를 쓰고 그들의 삶을 엿보는 것이었을 뿐, 노라는 그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노라는 여러 가지를 깨닫습니다.

내가 그 어떤 누구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사랑, 주체성,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사랑입니다.
저는 여기서 '관계'가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노라가 죽음의 직전, 자정의 도서관에서 만난 것도 결국은 어릴 적 자신에게 애정을 주었던 사서 선생님이라는 '사람' 이었고,

수많은 노라가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신이 사랑을 받고있고,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삶의 원동력을 이러한 '관계' 속에서 찾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이 소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사서선생님의 과대설정, 중후반부 스토리 작위성)이 있기는 합니다만,
객관적으로 잘 짜여진, 읽기 쉬운 소설이라는 점에서 그러하고,
개인적으로는 감정묘사가 시적이고 장면전환이 영화적이라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판타지가 강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감정도, 장면도 모두 그림이 잘 그려지는 이야기여서 막힘없이 읽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초록색 책이 가득한 거대한 도서관이 눈에 아른거리는 듯 합니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돈이 좀 많이 들긴 하겠지만)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에 유쾌한 글귀를 하나 읽었어요.
'좋은사람들과 낭비한 시간이 바로 행복이에요.'
그리고 다짐합니다.
저는 살 거에요,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낭비하면서, 오래!!

 

 


 

난 내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경험의 모든 음영과 색조와 변주를 살아내고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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