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인 김수영을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이 4.19혁명을 기점으로 4.19혁명 이전의 김수영과 이후의 김수영의 모습으로 평가하지만 오히려 김수영 시인의 시작 태도는 한결같다. 그의 시 창작에서의 주요 키워드는 "고뇌"라고 생각한다. 그의 몇몇 작품에서도 '고뇌'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쓰이고도 있고  어두운 사회현실에 정면으로 저항한 그의 시작 태도에서 "고뇌"라는 키워드는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모더니스트로서의 김수영과 참여시인으로서의 김수영 간의 간극은 "고뇌"라는 키워드로 긴밀하게 연결된다.

모더니스트로서의 김수영이 사물을 보는 눈은 무서울 정도로 치밀하다. 그만큼 사물과 그 주변의 현상들에 수없이 고민하고 내적으로 갈등한 흔적들이 보인다. 이러한 극한의 고뇌들이 모여 그의 난해시를 탄생시켰는지도 모르겠다. <꽃잎> 역시 그의 대표적인 난해시로 평가받고 있다. 난해한 의미들을 굳이 이래저래 분석하려고 들면 더욱 그 의미가 모호해져서 정작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는 데 이르지 못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용 차원의 의미 분석이 아니라 시인 김수영을 인간으로서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와 관련된 모든 연결고리들을 하나 하나 이어나갈 때 그가 말하는 꽃의 의미가 진정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시인 김수영을 모더니스트보다는 참여시인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의 인생에서 "고뇌"라는 키워드가 차지하는 방향성을 생각해 보았을 때 단순히 새로운 사물에 대한 호기심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모든 요소들에 대해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가 말하는 꽃의 의미를 무엇이라 정의 내리지만 정작 그의 꽃을 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꽃을 주세요 우리의 고뇌를 위해서"란 구절이 가슴이 와닿는 이유이기도 하다. 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그저 꽃은 우리의 고뇌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인 김수영 역시 고뇌하기 위해 꽃을 대상화했을 수 있다. 우리는 그의 고뇌에 더욱 다가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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