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화장실이 너무 급한데 누군가 당신의 팔목을 잡으며 가지 못하게 막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상상만 해도 답답하고 아찔하다.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은 공적 공간에서의 매 순간이 이와 같이 답답할 것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종교가 정치 권력화 되어 개개인을 ‘이상적인 이슬람 인’으로 만들기 위해 자유를 억압해오고 있다. 책 ≪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는 강압적인 국가의 구성원인 개인이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자아를 형성하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란 젊은 세대의 자아에 대한 이해는 녹색혁명을 단순히 ‘뉴미디어를 통한 확산’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자유를 갈망하는 욕구를 철저히 숨겨야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녹색 혁명이 시작될 수 있었는지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이란 정부의 통제와 억압이 가장 심하게 이루어진 2009년 녹색혁명 당시, 직접 이란에서 생활하면서 제 3세대(나슬레-세봄, Nasle-Sevom)을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제 3세대 개개인의 생생한 목소리가 책 전반에서 느껴진다. 제 3세대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출생한 세대로서, 신정국가 체제 하에서 철저하게 수니 이슬람이 되도록 공교육을 받은 세대이다. 또한 아이러니하게 정치화된 이슬람 권력에 반대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기술의 발전 덕에 뉴미디어를 통해 서구의 문화를 접한 세대로 정치적으로는 개혁적인 성향을 띠지만 종교적으로는 이슬람을 신실하게 믿는 사람들도 많다. 이와 같이 제 3세대는 복합적인 성격을 띤 세대로, 정치화된 종교 권력을 지닌 기득권에게는 가장 경계하고 통제해야하는 세대로 인식된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은 국가 차원에서 개개인의 감정을 통제하고 사회 전반에 이슬람적 상징을 유포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접근했다. 유년기를 이런 정책 속에서 보낸 세대가 바로 제 3세대이다. 이슬람 정권은 우선, 선전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국영방송에서는 ‘혁명(enggellab)’이 반복적으로 등장했고, 거리 곳곳에서는 감정적인 구호와 순교자들의 포스터가 그려졌다. 우표, 껌 포장지와 같은 일상적인 물건에 선동적인 그림이 들어갔으며, 모든 은행 지폐에는 종교지도자 호메이니의 얼굴이 들어갔다. 또한, 이슬람 정권은 외세의 억압에 저항하다 죽은 순교자의 신화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슬픔과 엄숙함의 자아를 지니길 요구했다. 국가는 과거 찬란했던 페르시아 역사 대신 ‘이슬람’만을 강조하는 역사를 교육해 이란의 민족성 자체가 태생적으로 이슬람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 선전했다. 즉, 국민 개개인을 ‘이상적인 이슬람 시민‘이 되도록 만들어온 것이다.

이슬람 정권에 의해 정책적으로 교육받은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제 3세대, 특히 중상류층과 고학력자들은 정치화된 이슬람 권력에 대해 반감을 지니고 있다. 이슬람혁명 직후 인구가 급증하였지만, ‘종교’만을 강조한 정권이 경제를 그만큼 성장시키지 못하자, 제 3세대는 심각한 실업난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제 3세대는 이슬람 정권으로부터 잠재적인 ‘문화적 범죄자’로 간주되어 단속의 대상이 되었다. 개혁적 성향의 제 3세대는 ‘비다르드’ 로 통칭되어 서구적이고, 소비주의적이며, 신실하지 못한 집단으로 규정되었다. 제 3세대는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아주 어릴 때부터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을 철저히 분리해 공적 영역에서 사적인 성향을 숨기는 방법을 배워왔다. 공적 영역의 억압 속에서 스스로를 숨겨왔던 젊은 세대들의 정치권력에 대한 피로감은 자연스레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공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견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철저히 체화된 개혁적인 이란 제3세대들은 선거가 시행될 때마다 개혁적인 후보에 표를 행사하기 보단 선거 자체를 거부해왔다. 이런 그들에게 뉴미디어는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공간을 의미했다. 2009년 독재자였던 아마디네자드와 이에 대항하는 개혁적 성향의 무사비가 대선 후보로 경쟁하던 때, 제 3세대는 처음으로 공적인 공간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무사비 후보 지지 운동을 하였다. 이 경험은 제 3세대에게 큰 자유의 만끽으로 다가왔다. 꼭 무사비를 지지해서라기보다,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도록 억압해오던 아마디네자드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많은 제3세대들은 무사비 지지 운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부정 선거로 아마디네자드가 당선되자 제 3세대는 분노했다. 당시 최고 종교 지도자인 하메네이가 선거 결과에 반대하는 시위세력은 ‘서구의 사주를 받은 세력’이라 명명하자 본격적으로 정치권력화 된 종교에 대항하는 녹색운동이 시작되었다. 결과적으로 녹색운동은 실패했지만, 이란 내 녹색운동의 경험은 이후 이란 사회의 민주화와 개개인의 자유 회복에 있어서 중요한 담론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란의 녹색혁명과, 제 3세대 청년들의 저항 모습은 4.19 당시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부정하게 권력을 잡은 기득권에 저항하는 모습과 굉장히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슬람 제 3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는 ‘서구적인’ 가치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지니고 있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다. 이에, 정치권력을 지닌 종교 세력으로 아무리 억압한다 하여도, 제 3세대의 자유에 대한 갈망은 언젠가 다시 한 번 폭발할 것이다. 자유에의 갈망과 정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살아있는 한, 화살은 정의의 방향으로 휘어나갈 것이다. 책 ≪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는 이런 젊은이들의 피끓는 갈망을 생생히 느끼게끔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