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 - 아버지를 잃은 개인의 기록, 혹은 자살에 관한 과학적 연구보고서
토머스 조이너 지음, 김재성 옮김 / 황소자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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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에 의해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남겨진 이들을 보살펴 준 사람들, 이를 테면 내 고등학교 동창들처럼 옳은 일을 한 그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이 책의 헌사는 책의 주제와 쓰임을 잘 드러낸다. 지은이가 밝히듯 자살 관련 연구서는 1897년 에밀 뒤르캠의《자살론 Le Suicide》,1936년 칼 메닝거의《자신을 배반하는 인간 Man Against Himself》등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자살학 연구에서 인정받는 학자인 토머스 조이너의 책이 호응을 얻는 이유는 자살(이론)에 대해 특유의 통찰력을 기반으로 탄탄한 근거 제시와,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읽을 수 있도록 씌여져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아버지를 잃은 과정- 아버지의 자살 - 을 심리학 연구자의 논리성과 치밀함으로 담담하게 쓰되 뼛속 깊은 고통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작별인사도, 유서도 없이 떠나버린 아버지에게 던지는 ‘왜’라는 멈출 길 없는 질문을 자살 이론 연구로 승화하였다. 자살자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의 고통과 답할 이 없는 ‘왜’라는 의문의 고통에 빠진다. 치유서가 아님에도 그들의 ‘왜’에 진지한 답을 구하려 한다는 점에서 유가족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

 

조이너는 인간이 어떻게 자연 최고의 본능인 ‘삶’을 떠나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 세 가지 요건으로 이론화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이론모델의 시각은 쓸모없다는 느낌이 자살욕망을 부추기고, 타인들에게 짐이 될 만큼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은 모든 자살욕망의 가장 강력한 원천 중 하나’라고 말한다. 즉 두 가지 기층 욕구의 좌절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견디는 자해능력의 습득으로 자살에 이른다는 것이다. 조이너의 자살 이론은 살인적인 경쟁 구조에 시달리고 폭력 상황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승자 독식 구조의 무한 경쟁 체제에서 사람들은 ‘패배자’라는 꼬리표에 시달리고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폭력에 물든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우리나라 사망 원인에서 자살이 4위이다. 특히 10대와 20대의 사망원인으로는 일순위이다. 학교폭력 피해자나 성적 비관 자살 등이 끊이지 않는 교육 상황에 조이너의 이론을 비추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흔히 나약하고 충동적인 인간의 가장 개인적인 선택으로 치부되는 자살은 사회 구조 즉 시스템으로 접근해야만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책을 보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지은이는 ‘나약하고 충동적인’인간의 행위라고 일컬어지는 자살에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삶’이라는 자연 최고 본능을 뛰어넘는 행위는 ‘나약’해서는 결행할 수 없고 자신이나 타인을 폭력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는 충동성을 지닌 인간이라도 나름의 계획과 연습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300쪽에 이르는 책에서 지은이는 자살과 관련한 이론과 근거를 제시한다.

 

지은이의 이론이 주는 진정성은 아들과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할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묻는 아들에게 지은이는 거짓말을 포기한다. 아들의 연령에 맞춰 세부 사항을 조절하지만 할아버지가 자살했음을 알린다. ‘내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대화는 우리 부자가 나누는 전체 대화의 100만분의 1쯤에 불과하다.’ 자살 이론서 일뿐 아니라 자살자 유가족으로 어떻게 견디고 헤쳐오고 있는지 짐작하게 하는 책은 우리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보살펴야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조이너의  말처럼 책을 읽지 않아도 고통에 잠긴 이들에게 ‘인간에 대한 예의’와 ‘연민’을 바르게 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쉽게도 읽지 않아도 예의와 연민을 아는 그릇은 못되나보다. 우리의 삶을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넓게 이해하기 위해 이 책 한 권 펼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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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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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에게 홀가분을 선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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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Flow -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최인수 옮김 / 한울림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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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기에, 숨쉬고 있기에, 몰입을 만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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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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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조선의 책벌레들, 그 중 누구를 만나더라도 행복한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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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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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하는 지식인 홍세화가 전하는 생각의 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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