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작가 이야기 보림 창작 그림책
이광익 외 글.그림 / 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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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평범한 손들이 만드는 무지개 - 이혜란<무지개>


옛부터 우리 선조들은 고된 일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하고서도 밤이면 이야기꽃을 피웠다. 신분제 사회에서 숨죽여 살아도 질펀한 놀이로 세상 너머 세상을 만들고 가진 자들이 현실에 집착할 때 이야기와 놀이로 다른 차원의 세상을 꿈꾸었다.

21세기에도 팍팍한 현실을 녹이는 놀이는 여전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섯 작가들이 “꿈”을 주제로 연작 이야기를 펼쳤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다섯 작가의 삶의 모습이 담긴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라는 부제가 무게감을 드러내지만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생기가 넘친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6,7세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만 하다.

특히 이혜란의 ‘무지개’는 살기 위해 고단한 현실과 싸우는 어른들을 위로한다. ‘무지개’에 등장하는 손은 살기 위해 노동하는 이들의 것이다. 몸뚱이로, 자신의 손으로 일구며 살아가는 이들. 한 사람의 손은 무지개를 잡을 수 없지만 ‘바이올린을 켜고 머리칼을 자르고 향 좋은 커피를 내리고 운전하고 청소를 하는’ 모든 손이 함께 들어 올리는 등불로 무지개를 만든다.

작가들은 엄혹한 타워 크레인의 현실을 무지개 빛 등불로 물들이며, 꿈을 열고 고민하고 실현될 꿈을 기다린다. 회색빛 현실을 고운 색으로 칠하는 이들에게 삶의 고통은 아프지만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별을 꿈꾸는 일곱 동그라미처럼 ‘통통통’ 튀는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빨간 꿈 풍선을 묶은 실이 복잡하게 꼬여 있어도 엉킨 실타래를 가지고 놀 수 있다. 속지의 엉킨 실타래는 뒤표지에서 새싹을 틔운다. 새싹이 자라는 곳으로 실타래는 척박하지만 당당하고 꿋꿋하게 자랄 것이라 말하는 듯 하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한 자락씩 펼쳐질 때마다 꿈은 점점 커지고 넓어진다. 꿈길을 찾던 네모 색종이는 색동 나비가 되고 별을 꿈꾸던 일곱 동그라미들은 무지개 빛 등불이 된다. 거대한 타워 크레인은 사람과 자연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보는 한 그루 나무가 되고 하나에서 우리로, 그리고 자연으로 돌고 도는 삶의 이야기가 다섯 편 속에 녹아 있다.

아이들과 함께 다섯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속지의 실타래의 모양을 활용하여 자신의 꿈을 그리는 활동을 해보아도 좋겠다. 안은영의 ‘꿈을 품고 날다’, 이민희의 ‘동그라미의 꿈’은 6,7세 어린이들에게도 재밌게 들려줄 수 있다. 조금 더 큰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그림 책 속 이야기와 비슷한 현실 속 사건을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들과는 다섯 이야기 전체를 보며 마음 알기, 꿈꾸기를 어떻게 시작하고 견디고 기다릴 것인지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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