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걸음 내딛다 보름달문고 33
은이정 글, 안희건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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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4인 가족 희영이네. 큰 소리 치는 사람도, 거칠게 싸우는 사람도 없지만 가족들간 보이지 않는 벽이 둘러쳐져 있다. 아파트라는 좁은 공간에서 각자 TV앞, 컴퓨터앞, 세면대 앞에 서서 가족들을 바라보지 않는다. 가족을 위협하는 커다란 장애도 없지만 서걱거리고 무심한 관계는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엄마에게 가사일을 전적으로 의지했던 가족들은 엄마가 일을 시작하자 불편해진다. 스스로 일상을 꾸러가지 못했던 가족들은 가사일을 조금씩 나눠하는 생활의 지혜를 받아들인다. 작가는 가족간 소통 부재에 섣부른 해결책을 들이대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처럼 쓴 맛 뒤에 반드시 달콤함이 뒤따르지는 않음을 보여줄 뿐이다. 늘 혼자 다니며 바깥 세상에 자신을 내놓지 않는 희영은 엄마의 일기장을 보며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하려 한다. 엄마와 아빠가 서로의 관계를 조금씩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할 때 희영도 바깥 세상을 향해 한 발을 내딛는다. 희영을 눈앞에서 거부했던 재준에게 포기하지 않지만 조심스럽게 반걸음만 다가간다.

무심하고 냉정하다고 느껴지는 문체와 달리 그림은 강렬한 색채로 넘쳐난다. 그러한 대비 효과가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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