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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는 덕혜옹주의 어떤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잘 몰랐던 이야기이기에 나는 선뜻 이 책을 선택했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녀는 왜 그렇게 피폐한 정신으로 돌아와야 했을까?
그것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책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아! 이러한 이러한 일들 때문에 그녀의 삶이 힘들었구나
를 이해하는데에는 성공했으나
나는 정작 작가가 무엇을 통해 그녀의 고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는 모르겠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작가는 그것을 찾아내지 못한듯
싶다.
총명했던 조선의 마지막 황녀, 고종의 총애를 받았던 옹주.
일제 치하에서 치욕적이고 굴욕적인 삶을 살면서,
부모를 잃고, 강제로 결혼을 하게된 가련한 여인.
그러나 소설속의 묘사로는 그러한 상황에 처했다고 할지라도
책속의 덕혜는 너무 무기력하고, 나약하게 그려진다.
정말 그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까?
정말 정신을 놓아버리는 방법 밖에는 없었을까?
유약한 여자가 아니었다. 자신누구보다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던 여자였다.
나는 작가가 덕혜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데 실패 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게 보여진 이 책의 덕혜는 , 남편을 만나고 부터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일삼는다.
신변의 위협과 자유가 없는 삶속의 그녀가 얼마나 슬프고 힘들었을
까를 생각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할 수 있는것이
고작 미치는 일 뿐이었을까라는 원망이 섞여 나온다.
작가가 그녀의 심적 고통을 그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여지는 현상이 아닌, 그 안에서 겪었을 그녀의 고통을 그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책의 어떤 부분에서는 가련했던 덕혜가 책의 어떤 부분
에서는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총명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나, 나는 소설의 후반부로 갈 수록
더욱 어디서도 덕혜의 총명함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엇을 그리고 싶었을까?
등장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몇몇 등장 인물들은 왜 또 그리 세세히
그려 넣었을까...
아쉬움이 많은 책이었다.
그러나 덕혜옹주라는 인간의, 그녀가 처해졌던 정치적 난세의
상황을 알기에...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언가를 잊고 묻어가는지
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책이 아니었나 싶은 ..
그런책..
책 표지에 실린 입을 앙다문 총명한 얼굴의 덕혜옹주의 사진이계속해서 눈앞에 아른거린다.
조금 더 잘 그녀의 마음이 책에서 그려졌다면,,,, 감히 그런 아쉬움
을 토로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