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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경계에서 - 청춘의 아름다운 방황과 불안에 대하여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0년 8월
평점 :
시집을 읽는 내내 작년 한 해동안의 긴 여행이 생각이 났다.
3개월 간의 필리핀에서, 호주 브리즈번에서, 홈힐에서 그리고 태국에서의 홀로 1달
이 책의 저자인 이우 작가님은 방황을 동경해 26개국을 여행하며 쓴 시집이라 그런지, 시집을 읽는 내내 홀로 여행했던 그 시간이 유독 생각이 많이 났다. 필리핀 공항에 도착해 낯선 느낌, 호주 홈힐에서 느꼈던 많은 친구들과 만남과 동시에 이별했던 너무나도 슬펐던 기억과 태국에서의 완벽하게 혼자가 되어 쓸쓸하면서도 방황을 즐겼던 시절이 생각이 나서, 작년이 모든 것이 너무 그리워졌다. 코로나로 당분간은 절대 떠날 수 없어 느낄 수 없었던 혼자 여행하며 느꼈던 기분들을 시집을 읽으면서 다시 느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불안정한 존재로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며 나 혼자 이런 방황을 하는게 아니구나라고 느끼며, 이 쓸쓸한 시집을 읽으며 작은 위로도 받았다.
p.37 _부끄러움
감추어 본가.
최신 유행의 화려한 옷자락 속에
온갖 미사여구로 수식된 평판 속에
장서들로 쌓아 올린 성벽 속에
아무도 듣지 않는 지난 세기의 선율 속에
감추어 본다
나약함도, 미숙함도, 남루함도, 조야함도
모든 것이 들통나버릴까 두려워
떠오르는 태양의 눈초리를 피해
안락한 그림자 속으로
감추지 않으면 너무나 부끄럽기에
내가 되지 못한 나, 나는 그것이 가장 부끄럽다
p.38 _사랑에 대하여
모닥불 앞에서 오만하게도 신과 믿음과 진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사랑 차례였다. 누군가 물었다. 사랑이 무엇이냐고, 사내가 답했다. 사랑은 내게 맞는 사람과 내가 원하는 사람 사이의 슬픈 선택이라고, 내게 맞는 사람이 원하는 사람일 수는 없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가 말했다. 여기 그런 사람을 해본 적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다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 아니냐고 타닥타닥 장작만 타들어 갔다. 그가 나지막이 마무리 지었다. 그래서 늘 사랑은 결핍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p.104_잡지 못 할 순간의 아름다움
따스하게 온몸을 감싸는 겨울 햇살
바스락거리는 지난 가을의 단풍잎 소리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어깨동무
아리따운 여인의 눈빛과 향기
목젖까지 차오른 외침
순간이여, 너 정말 아름답구나!
하지만 마른 침을 삼켰다
잡지 못한 순간들은 그렇게 내 곁을 떠나갔고
공허한 겨울밤은 지독히 깊어간다.
아, 메피스토텔레스여!
당신은 얼마나 잔혹한 존재이던가!
p.108 _그렇게 나는
아무 준비없이 태어나
영문도 모른 채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 준비없이 사랑에 빠져
영문도 모른 채 상처를 입었다
아무 준비없이 어른이 되었고
영문도 모른 채 체념을 배웠다
아무 준비없이 꿈을 꾸었고
영문도 모른 채 잠에서 깨어났다
아무 준비없이 길을 걸었고
영문도 모른 채 지금 이곳에 서 있다
아무 준비없이. 영문도 모른채
p.114_ 발자취
뒤돌아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남아있는 건 길게 이어진 회색의 발자국뿐이었다
매 순간 다른 호흡이었고,
매 순간 다른 보폭이었으며,
매 순간 다른 속도였다
그건 사랑이었고 외로움이었으며,
희망이었고, 절망이었으며,
기쁨이고 슬픔이었다
하지만 그 다양한 발자국은 모두 똑같았다
그저 한 존재가 걸어온 발자취였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다
발자국들이 씻겨 내려간다
나는 슬퍼진다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것 같아서
발자국 마다 깃들어 있는 그대들의 얼굴 마저 잃어버릴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