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G 3호 우리는 왜 여행하는가?
김원영 외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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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여행하는가?


떠나지 않고 여행자가 될 방법은 없다. 

익숙한 장소, 익숙한 감각, 익숙한 질서로부터 

이동하지 않아도 훌륭한 기술과 콘텐츠에 힘입는다면 

즐거운 관광객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여행자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시도,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공간을 향해 

이동하지 않을 수 없는 이동, 모르는 것을 

신나게 만져보는 마음, 이런 것들이 

우리를 여행자로 만든다.
-p.19-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고 있는 희한한 시대

자유롭게 떠날 수 없는 날이 계속 될 수록

선명해는 것 점이 하나 있다는 말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여행" 이다.


이곳이 아닌 그곳,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곷, 

가본적이 없거나 다시 가고 싶은 곳을

꿈꾸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마음이라는 사실에

공감을 더한다. 


요즘 여행 인스타그램 피드를 자주 보곤 하는데,

더없이 힐링이다. 갈수 없는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언젠간 나도 가볼테야 하면서 기대를 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디지털 랜선여행 대신 아날로그 활자여행

여행을 이야기 하는 여행책으로 여행하기도 

너무너무 좋은 느낌이다. 


여행에세이를 언젠가 반드시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제주도에 1년살이를 하면서 

계절이 변화하는 그 삶의 가치를 얻고

나누고 담고 싶은 마음이 내 가슴한켠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책을 마주하면서 여행자의 남다른 통찰과 

감상이 듬뿍 담겨 있어서 더없이 좋은 하루이다. 


지난날의 여행을 떠올리고

다음 여행할 곳을 상상하면서 

책을 덮어본다. 



<책내용 중에서>


초기 인류가 170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면서 

인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그 이래 인간에겐 수많은 여행이 있었다.

그중 하나인 고고학자의 여행은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낮술’과도 같다 할 수 있겠다. 

낮술이라는 게 본인은 

기분 좋을지 모르지만 정작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혀를 차는 안타까운 일이다. 

고고학자의 여행도 비슷한 것 같다. 

남들 다 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산과 숲속에서 모기에 뜯기며 조사를 하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면서 노트북을 두드리는 팔자다. 

그렇게 고고학자들은 일생의 대부분을 길 위에서 보낸다. 

황금 같은 보물은 거의 볼일 없고 흙구덩이 속에서 캐낸 토기편을 

만지작거리면서 평생을 보낸다. 

하지만 그 혼자만의 즐거움이 없었다면 

박물관의 수많은 유물도 없었을 것이다.
-p.57-


이동은 ‘여행의 즐거움’이나 ‘성장의 과실’과 같은 이익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다. 

이동은 개인과 사회 그리고 생태 시스템에 

일정한 비용을 강요한다. 비용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아예 중단될 수도 있다. ‘이익과 비용 사이의 균형’,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 두 요소 사이에서 빚어지는 

‘균형 변화’는 이동과 여행의 어제와 오늘을 성찰하고 

내일을 구상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틀이라고 할만하다.

독특한 시공간 속에서 실현되며 꽤 강건해 보이지만 실은 

작은 충격에도 무너질 수 있는 그 역동적 균형점을
찾지 못하면, 어떠한 이동도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다.
-p.123-


전국의 뻔한 여행지와 관광명소에서 얻어낼 감흥이란 

대개 비슷하다. 

박제화된 정보와 규격화된 접근 방식 때문에 벌어진다. 

역사에서 발췌한 이야기나 복원된 건축물들을 통해 


어렴풋한 상상으로 시간의 틈을 메워나가는 일이 고작이다. 폐사지를 찾는 일은 조금 다르다. 

한때 번성했을 절의 흔적만이 빈터에 남아 있다. 

군데군데 건물의 주춧돌로 쓰였던 돌이 땅거죽을 

뚫고 나왔으며 몇 개의 유구가 널려 있긴 하다. 

여기에 조금 주의를 기울이면 일대에서 

수습한 세월의 더께를 뒤집어쓴 석물들이 보존되어 있을 뿐이다. 

사람도 없는 거대한 빈터를 어슬렁거리며 

혼자만의 상상력으로 과거의 모습을 채워나가는 게 묘미다. 

텅 비어 있어 찾아낼 것이 많고 상상과 유추의 행간을 

마음대로 채워 넣을 내용이 생긴다. 

형용모순의 공간에서 외려 쾌감을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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