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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유지혜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평점 :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열다섯 살. 작가님은
그때부터 절실한 믿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우리’에 대한 믿음, 세상에 대한 믿음,
사랑으로 세상과 사람을 달리 보는 눈빛의 믿음.
그녀는 사랑은 은유가 아니라 본능이고 직관이었다.
사랑은 언제나 더 주어야 하고, 더 받아야 하는 것
그러므로 모두에게 공평하게
듬뿍 안겨주어야 하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을 더한다.
매력적인 어른, 사랑의 전파자로 사시는
유지혜 작가님 크으:) 작가님의 글귀에
오늘은 공감으로 물들어 버렸다.
작가님이 내내 동경하는 것들
그리고 우리가 동격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냄새'라는 주제가 너무나 끌린다.
‘냄새’라는 주제를 여덟 페이지에 걸쳐 풀어내며
그 냄새가 왜 좋은지, 그 냄새가 어떤 기억을
소환해 특별하게 자리 잡았는지,
무엇 때문에 그 냄새를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지에 대해 순수하고,
농밀하게, 때로는 귀엽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보였다.
그가 공개한 사랑의 목록들을 보면
그것이 무엇이든 너무 소중해
밤새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마저 든다. 어쩌면 작가는 무엇이든 기록하고, 마음에 새기길 좋아하는 욕심쟁이 같지만
사실 흘러간 것에 대한 존중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결코 아쉬워하지 않는다.
청춘의 소실을 겪으며 만들어진
다양한 마음의 모양과 어쩔 수 없이 망각해버린 시간까지, 그는 자신이 느낀 모든 감정을 ‘시’라고 이름 붙이며 앞으로 자신을 채울 순간들에 대해
무궁한 기대를 품기 때문이다.
작가님은 자신을 드러내며 읽는 이에게 묻는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은 무엇이냐고.’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향수'라는 주제의 내용과
중첩되면서 뭔가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더더더욱
유익하게 읽어나갔다.
<책 내용 중에서>
내가 기대하는 날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오늘 같은 날이다. 두 번 우린 차 같은.
연해서 탈이 날 리 없는 고요한 편안함이 있는 그런 날. 때마침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생일을 참 조용히 보내는 너.
오히려 생일 아닌 날들에 더 왁자지껄
행복한 너를 생각하며.” 밖을 나서니
특별한 날이 아닌 보통의 날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하얀색 도화지처럼 평범해서 눈부신 날들.
이유 없이도 축하해야 할 날들이.
-p.74, 「생일 아닌 날」 중에서-
나는 가끔 내가 태어나지 않은 곳에 대한
희한한 향수를 느낀다. 그처럼,
세상의 손님이 되어 떠돌던 시절의 영향이다.
그리움이 심해지면 그의 책을 펼쳐 위안을 얻는다.
그러다 더 이상 특별한 삶,
특별한 나를 갈구하지 않는다.
그 시절은 그 자리에 두고, 평범한 오늘을 산다.
평범을 권태로 착각하지 않으며.
- p.165, 「손님」 중에서-
혹은 내가 올린 게시물에 댓글이 달려 확인해보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그렇게 나와 내 친구들은 마음의 알맹이를 남발했다. 사랑은 아무리 말해도 그 색이 연해지거나 닳거나 부서지지 않았다.
모든 사랑의 말은 포장지에서 방금 꺼낸 것 같았다.
평생 써도 좋을 우리의 유행어였다.
-p.184, 「유행어」 중에서-